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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Nov 06. 2023

세계의 끄트머리를 부수고 싶을 때

가을이 겨울에게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새벽.


평소라면 깊이 잠들어 있었을 시간에 출근 버스에 올랐어요. 아파트를 빠져나와 어둑한 정류장에 서서, 익숙한 번호의 버스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새벽. 매일 아침이면 걸었던 그 장소가, 낯설게 느껴지던 오늘.


가을이 겨울에게


 이토록 이른 아침이니 버스 안은 텅 비어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나를 놀리듯, 순식간에 사람들로 채워졌어요.


그렇게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의 사이에서, 어둑한 창밖의 쏟아지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죠. 그러다 불쑥, 어깨에 닿는 타인의 기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어요.


'아, 어쩌면 우린 이토록 '자신만의 세계'에 살까. 아주 작고 좁은, 손바닥 만한 각자의 세계가 전부라 여기는 착각에 빠질까.'


크기와 부피를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우주를 머리로는 인지하고 있지만, 보통의 일상 안에서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은 드물죠. 셀 수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각자의 색과 모양대로 살아가는 것이 순리라고 입으로 말하면서도, 드러내지 않은 속내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어버리기도 하니까요.


내가 매번 새로운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챙겨보는 백만 유튜버를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할 때, '그게 누군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조용히 놀랄 때면, 그제야 정신이 차려지는 기분이에요.


세계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 내가 보고 듣고 겪는 것은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라는 것. 그러니 계속해서 자신의 손바닥만 한 세계를 부수고 확장하는 노력을 멈춰 선 안된다는 것.


오랜만에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어쩌면 그래서일까요? 다시 한번 나의 세계의 끄트머리를 부수고 싶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며 스스로를 확장하고 싶어서. 어딘가의 당신을 새롭게 만나기 위해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첫 번째 편지를 생각하며 보낸 하루. 당신에게도 묻고 싶어 져요.


당신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나요?


일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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