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봄 Nov 11. 2023

지나온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가을이 겨울에게

중요한 것은 왜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까요?

시간, 마음, 생각, 공기...


이 모든 것을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면, 살아가는 일이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영리한 인간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만들어냈죠.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은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문득 시계 침이 오른쪽을 향해 기울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지금 이 순간, 다섯 글자를 적어 넣는 동안 2초가 지나갔네요.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영영 오른쪽을 향해 같은 속도로 기울어지는 시계 침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처럼. 시간이 휘발되지 않고 쌓인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머무르는 공간의 물건들로 알아채요. 한두 권씩 늘어나는 책, 새로 산 니트, 내일 아침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둔 계절과일 같은 것들. 그리고 이렇게 적어두는 글이 증명해 주죠.


지나온 삶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 시간이 내 안에 여전히 존재함을.


우린 되감기와 일시정지 버튼이 없는, 오직 플레이 버튼 하나뿐인 화면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과거를 돌아보는 것조차 앞을 향해 나아가는 동시에 해야만 하는 아이러니에 익숙해져야만 해요.






오늘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플리마켓을 준비하며, 종일 갤러리의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겼어요.


십 년. 회사를 다닌 시간보다 몇 배나 되는 혼자 일한 시간. 쉼 없이 이어진 그 세월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요?


궁금해질 때면, 삶을 들여다봐요.


수백 개의 아름다운 그릇들, 색색의 줄이 그어진 책들, 수만 장의 사진과 영상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자음과 모음의 조립으로 이어간 문장들. 마주한 사람들. 나눈 이야기. 그 안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그 모든 지나온 '시간'이 내 안에 담겨있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바라보며 살아왔던 십 년이라는 시간.



가을이 겨울에게. 일상 에세이 편지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은, 보이지 않는 시간을 무엇으로 바라보나요?


당신만의 시계가 궁금해지는 오늘이에요.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 모든 일의 공통점 한 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