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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Nov 10. 2023

세상 모든 일의 공통점 한 가지

가을이 겨울에게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고 선언한 후로, 종이책을 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하지만 산책할 겸 들러본 서점에서 불쑥 마주쳐버린 흥미로운 책들은, 피하지 못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오죠.


혹시 당신, '서점에 가지 않으면 될 텐데-'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하지만 서점에 가는 것은 꼭 책을 사기 위해서만은 아니잖아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들 사이사이를 느긋하게 거닐다 보면, 글자가 심어진 숲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누군가의 아침과 밤, 그리고 새벽이 오롯이 담겨있을 문장들. 하나하나 펼쳐보지 않아도, 그저 책 냄새를 맡으며, 같은 공간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책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기울어진 고개에도 가끔 시선을 주다가, 이곳 어딘가에 나의 책도 잠들어 있겠지-하는 상상까지 곁들여보곤 하죠.


여하튼, 그래서 최근에 몇 권의 책을 샀어요. 전부 다른 분야의 책이죠. 업력이 20~30년은 된 전문가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쓴 책. 200페이지를 갓 넘긴 책들이 대세인 요즘 같은 시대에, 3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이런 책들을 좋아해요. 더 많이 읽을 수 있으니까!






그 세 권의 책을 읽다가,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이 세계의 모든 일은 분야와는 상관없이, 전부 '사람'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이 목표이자 목적이고, 이유니까. 어떤 제품, 서비스, 공간, 기술... 그 안에 '사람이' 빠져버리면 무의미해져요. '사람'에 대한 짙은 고민과 깊은 사랑이 없는 것은, 겉보기에 화려하고 그럴싸해 보여서 반짝 시선을 끌 수는 있어도 길게 살아남지 못하죠.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든 것들을, 사람이 소비하는 이 세계에서, 정확하고 정직한 반응을 피할 수 있는 속임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회사에 다녀도, 혼자 일해도. 물건을 만들거나 글을 쓰는 것.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파고드는 일이라 해도. 우리가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렇게 일하는 것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걸.


결국,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달아요.

사랑하고 있기에, 오늘도 쓸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당신은, 어떤가요?


가을이 겨울에게. 일상 에세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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