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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Nov 12. 2023

당신을 기억하는 타인이 필요한 이유

가을이 겨울에게

오랜만에 일정이 없는 토요일 아침. 


알람 없이 자연스레 눈을 뜨는 게 얼마 만인지. 여유로운 기분으로 침대를 벗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었어요. 아침 달리기를 하고, 단골 카페에 가서 따뜻한 라테를 마셔야겠다는 기대에 들떠 집을 나섰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파트의 공용현관을 나서자마자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라니! 


희미하게 남아있던 잠기운이 도망치듯 달아나요. 동그랗게 모은 입술 사이로 하얀 입김이 나오는 것을 보며, 그제야 며칠 전 입동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떠올렸죠.


아직은 가을이라 믿었었는데, 겨울이 막 도착했다고 달려와 안기는 것을 허둥대며 맞이한 오늘이에요.






어수선해진 통에 달리기는 그만두고, 빠른 걸음으로 카페를 향했어요. 늘 앉는 자리에 짐을 두고, 카운터에 서서 습관처럼 라테를 주문하려다가, '추울 땐, 왠지 달콤한 게 마시고 싶어 진다니까'라며 어깨를 으쓱거렸죠. 첫 번째 겨울 아침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시나몬 라테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거의 매일 아침 러닝을 하고 이곳에 와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그날의 첫 글을 썼어요. 서너 번쯤 왔을까, 목이 말라 부탁했던 물 한 잔을 그 후로 늘 커피잔 곁에 놓아주는 사장님들이 있는 카페죠. 더운 여름엔 얼음을 띄운 차가운 물을, 추워지는 계절이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물을요. 그것만으로도 이곳에 계속 와야 할 이유는 충분했어요.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는 부름에 카운터로 향해요. 꽤 오랜만에 들렀는데, 잊혔을 거라 생각했던 물 한 잔이 어김없이 커피의 곁에 앉아있네요. 그것을 마주한 순간 느껴지던 작고 확실한 기쁨.


사람에겐, '기억되고 싶은 욕망'이 있으니까. 


우리가 서로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을 그저 본능이라 치부해 버리기엔, 그 안에 담긴 것들이 가지각색이잖아요. 


독립된 하나의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기본값인 것처럼 여겨지는 인간이지만, 실은 전부 연결되어 있는 커다란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묘한 욕망. 



지금의 나는 무엇과,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요? 당신은요?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내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삶의 정의'인지도 모르겠어요.



가을이 겨울에게. 일상 에세이 편지

p.s.

많이 추워졌어요. 따듯하게 입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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