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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Nov 14. 2023

외로운 날 읽어보세요

가을이 겨울에게

외로움이란 그림자와 같다고 생각해요.


그늘 아래 들어서면 사라졌다가, 해 아래로 나오는 순간 발끝을 따라오는 그림자처럼. 어느 날은 외로움 따윈 전부 지워버린 듯 가벼워졌다가, 불쑥 등뒤에서 끌어안는 그것에 무거워져버리기도 하니까.


결국 우린, 그림자도, 외로움도, 사람의 속성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해요. 그것은 사라져야 할 것, 지워내거나 이겨내야 하는 것이 아니죠. 늘 가득 채워지기를 기대하는 기쁨과 설렘처럼, 내 안에 있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우린 외로움을 인정하려 하지 않죠. 나의 외로움을 타인에게 들키는 것도 원하지 않아요. 외롭다고 말하면 약해 보일까 봐 두려워서,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외롭다고 말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요. 외로워하는 스스로를 안아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혼자 있을 때, 내가 아닌 타인의 체온이 필요할 때.  그냥 누군가 말없이 꽉 안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느껴질 때. 어쩌면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이란 건 그렇게 단순 명료한 것일지도 몰라요.


우리가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라는 것은, 혼자 있지 않을 때 느껴지는 외로움일 거예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외로움은, 홀로 있을 때 느끼는 것과는 다른 거라서 좀처럼 견딜 수가 없으니까.






누군가와 닿아 있을 때. 타인의 체온이 스며들어 서로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닿아 있는 그 손이 차갑게 식어가는 기분이 들 때.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물리적인 거리에 비례하지 않는 감정적인 거리감이, 오히려 혼자 있지 않기 때문에 외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배반하는 것 같아 괴로워져요.



그러나 그것 또한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그렇게 겪어보고 나서야,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외롭지 않도록, 외로워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을 테니까.




외로움이라는 것은 어쩌면 꼭 필요한 걸지도 몰라요.


외로울 때 우린, 자신을 더 깊게 알아가고, 타인을 공부하려는 의지를 갖게 되니까. 외롭기 때문에 우린 조금 더 부지런해질 수 있죠. 외롭지 않다면, 더 이상 스스로에게도,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질문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젖어버리듯, 불쑥 외로워질 땐 그렇게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외로움을 견뎌냈던, 너무 긴 밤이 있다는 사실을.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므로 온전히 홀로 마주해야 하는 외로움조차, 함께 겪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고.





당신은, 어떤가요?


어느 날, 등뒤에 기대 오는 외로움의 기척에 흔들린다면, 오늘의 편지를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가을이 겨울에게. 일상 에세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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