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봉사자 수업 4.
나는 단어에 관심이 많다.
비슷한 의미라도 뉘앙스가 달라지는 말들을 보면 흥미롭다.
한글에는 색과 관련된 단어들이 재미있다.
사실 한글은 다른 언어에 비해 색을 정의하는 단어가 많지 않은 편이다.
(예를 들어, 팬톤에서 정의한 빨간색에는 Pantone Red, True Red, Primary Red, Pure Red, Classic Red, Scarlet Red, Fire Engine Red, Cardinal Red, Siganl Red, Cherry Red, Flag Red, Post Box Red... 등이 있다)
그런데 왠지 한글에는 색을 정의하는 단어가 많게 느껴진다.
빨간색은 하나인데 불그스름하다, 붉다, 검붉다, 불그죽죽하다, 벌그데데하다, 새빨갛다, 벌겋다...
컬러와 연관된 단어들을 봐도 그렇지만 나는 한글에는 특히 감정과 정서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낀다.
낭독에서도 단어의 정서를 살리는 것은 중요하다.
성우님은 단어의 정서는 낭독하는 '내'가 그 단어를 어떻게 인지하는지에서부터 포착할 수 있다고 하셨다.
같은 단어를 보더라도 맥락에 따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붉은 하늘'이라는 단어의 정서감을 뭉크의 <절규>와 같은 붉은색으로 표현할 것인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의 마지막 엔딩처럼 표현할 것인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일출을 보던 장면을 떠오르게 표현할 것인지.
같은 '붉은 하늘'이라는 단어라도 각기 다른 정서감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단어의 정서감은 낭독에서만 중요할까.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집중하는 대화 방식은 때에 따라서 상대방을 피곤하게 할 수도 있고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해 소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단어가 갖는 정서감은 대화에서도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단어의 뉘앙스를 고려하며 대화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에게 중요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명확하거나 따뜻한 정서감이 있어야 한다고.
낭독에서 낭독가가 단어의 정서감까지 표현할 때 비로소 풍부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다만 정서감의 대상이 되는 단어를 선택하는 화살표는 나를 향하면 좋겠다.
'왜 그 사람은 그런 단어를 사용했을까'에 집중하기보다는
'나의 이 생각을,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방향.
아무리 고민하고 애써봐도 알 수 없는 것이 타인의 마음이니까.
소중한 나의 에너지의 방향을 잘 선택해 보는 것이다.
단어의 정서감을 잘 전달하기 위해 중요한 또 한 가지는 호흡이다.
종이에 찍힌 콤마마다 숨을 쉬기보다는
내가 구축한 이야기 뼈대에 따라 호흡을 하는 것.
살며 우리는 수많은 사회적 기준점들과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이 기준을 따랐다가 저 기준을 따랐다가 하다가는 숨이 가빠지고 말 거다.
필요한 건 내 호흡을 유지하며 나의 걸음을 이어가는 것이다.
나는 낭독을 배우며 나의 에너지가 향해야 할 방향성,
이 단어, 그러니까 내가 만난 다양한 사건들에 어떤 정서감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 가능성,
주위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호흡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