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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감자 Aug 30. 2015

그래, 중간 코스을 건너뛰고 11코스야

걸으면 위로받은 날 보낸편지_여섯번째


곶자왈 숲을 만나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 탓인지 예정시간보다 일찍 잠에서 깼어

몸은 살짝 잠을 더 청하고 싶었고, 눈은 낯선 방의 천장만 멍하게 보다가  겨우 알람 소리듣고 서야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어.

어느새 배낭을 다 꾸리고, 아직 시작되지 않은 아침을 홀로 일찍 맞이 하며 숙소에서 나왔어 .

여행의 하루 또한 쉽지않은 하루들 같다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하루를 맞이했어.


다음 코스의  숙소인 생태학교의 픽업차를 타고 가며, 이곳의 교통이 그리 편하지 않음을 볼 수 있었어.

동일주 회선의 코스에 속하는  1코스부터 5코스가 교통이 편함을 안 것 같아


폐교를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의 실내 모습은 최대한 외형을 살리고 안의 구조도 살리고,

단지 내용물만 개조한듯했어. 각 교실에서 취침 가능할 수 있게끔만 되어있으니깐 원형보존의 법칙 같아..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하나로 여기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눈인사만으로 친근해져

깊은 얘기를 오가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말야 혼자 방안에 있을 때의 적막함 보다는 지금은 사람의 눈을 마주치고, 다른 인을 의식하게 하는 이곳이 괜찮은 듯해



방을 배정받고, 짐을 간단히 내린 후에 계획한 대로 11코스를 거꾸로 걷기 작했어.

그런데 허리의 이상한 통증이 느껴졌어

아침까지 괜찮았는데 허리의 통증이 조금씩 심해지더니 허리 펴기, 굽히기, 걷기가 부자연 스러운 정도였어.

이번 여행은 내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뼈저리게 알게 해주는 것 같아

살살 걸으며, 인향리 마을에 들어섰을 때의 풍경은 잘 정돈된 꾸며놓은 마을이지만, 안은 아직 시골냄새가 나는 묘한 분위기였어

삼삼오오 집집마다 모여있는 어르신들.. 다들 어디서 사는지 집집마다 모여있는 풍경이었어

허리의 통증으로 마을 중앙에 있는 나무 그늘에 앉아 마을을 내려 본 후 다시 걸었어 곶자왈을 만나기 위해..

서서히 드러나는 숲. 사람의 손이 오직 간 곳은 발을 내딜수 있는 길을 만든 것과 올레길 표시를 달은 리본 이외에는 사람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자연 그대로였어

어떻게 이런 길을 만들었을까 싶었어. 숲의 한 가운데서 오직 나와 바람과 야생식물들, 벌레들, 나비들 뿐이었어.

발을 한번 내딛을 때마다 후드득 날아가는 나비떼, 잠자리떼들은 무슨 요정 같아 내가 어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현세가 아닌 다른 곳에 서있는 기분이었어

이 숲길은 그렇게 1시간 넘게 걸은 것 같아. 굉장히 긴 숲길이였어.

숲 안에서 만나는 바람소리는 온전히 나를 드러나 보듯이 바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고 해야 할까 경험하기 힘든 길이였던 것 같아.

길을 또 헤맸지. 길을 헤맬땐 다시 돌아가는 게 상책인데 섣불리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내 판단에 의해 길을 움직였어

보기 좋게 길을 잃어버렸지. 같은 마을이기는 한데 어디인지 모르는 길. 그렇게 헤매고 있다 택시를

불렀어. 택시도 한참 헤맨 후 만났지

잘못 왔다 싶을 때는 과감히 멈출 주 아는 용기와 인정 그리고 뒤돌아서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점검해보는 거..

그건 길도 마찬가지지만 살아오면서도 같은 것 같아  그렇게 택시를 타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해서 한숨 잤어.

 

허리는 아까보다 더 아픈 것 같았어. 오기 전에 보아둔 산방산 탄산오천이란 곳에 가서 허리를 좀 지져주려고 했는데. 여기 원장의 길 정보를 듣고 그냥 포기하기로 하고 모슬포로 향했어. 작은 항구읍내라고 해야 할까

있을 것은 다 있는 작게. 휙 들러본 후 마트에 들러서 양식을 좀 챙기고, 먹고 싶었던 냉면도 먹어주고, 그렇게 읍내에서 돌고 나온 후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어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고 이런 내 모습이.. 근데 숙소에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할지 또 선택이 필요했어.

한 어르신께 물어봤지.. 아! 순간 거기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신 어르신들이 하나같이 다 얘기를 거드는 거야

예전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의 내용에서 인도에서 길을 물었을 때의 낭패처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이.. 한 마디씩 하는 그런 상황에. 흠짓 놀랬어

여기도 순박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결국은 버스정류장 뒤편의 가게를 운영하는 아저씨의 도움으로 버스시간과 정류장의 정보를 얻고 자리로 갔어. 내린 곳에서 타면 되는 거였어.

많은 게 시간인지라 40분 정도 기다리는 것에 조금도 무료하지 않게 버스를 기둘렸어

이렇게 나의 읍네 올레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왔지.


코스를 마치고 돌아온 올레꾼들로 사람 소리로 북쩍이더라구. 낯선 이곳이지만, 왠지 편했어.

함께 샤워하는 공동 샤워장도, 그냥 좋게만 받아지고, 무엇보다 베개 커퍼, 이불을 새것으로 주는 점이 좋았어.

오늘은 이불을 덮고 잘 수 있을 듯 싶어

저녁은 어떻게 하나 봤더니 몇 곳의 식당에서 픽업을 해주고 있더라고.

그사이에 한대 있는 컴퓨터는 내 차지가 될 수 있었어.

오랜만에 본 컴퓨터가 반가웠어.

순간 평일인지 알고 네이트온을 로긴 했어. 그것도 남 몰래 들어가기로.. 혼자 웃었지.

이름만 봐도 반가운 거야.. 남겨진 이들의 이름이..

여기서의 6일이 몇 달은 흐른 것 같네..

오늘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민박의 장점, 게스트하우스의 장점만 생각하면서..


9월26일 H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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