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위로받은 날 보낸편지 _일곱번째
나에게 열려있는 하루하루에 그냥 감사
벌써 칠일이 흐르고 있어. 매일 새로운데 변수가 참 많은 하루 하루야.. 오늘은 12코스를 걸었어
제일 많이 걸었는데 1코스 걸을 때보다 많이 힘들지 않았어
배낭이 역시 한몫을 했나 봐. 배낭이 없어서 일까? 1코스 때 느꼈던 나의 한계와 싸우는 일은 없는 것 같아.
순조롭게 몸도 가뿐하고 참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이었어.
몸 컨디션 만큼이나, 마음의 여유도 생기나 봐. 최대한 느릿하게 걷다가도 같은 숙소분을 만나는데..
걸음들이 참 빠르셔
우연하게 얻어 먹게 된 한치회와 제주막걸리는 감귤주스 만큼은 아니지만, 이것도 일품이었어.
두 대접을 마신 뒤 일었났는데 약간은 알딸딸한 기분이 좋았어.
그렇게 긴 들판의 길을 지나 바당올레를 접어들면서, 배낭의 무게가 없어서일까 생각이 우선은 많았던 것 같아. 오늘은..
회사 생각도 나고, 나의 현재 모습, 앞으로의 생각들. 여러 생각들이 겹쳐지는 길이였어
다들 걸으면서 어디가 좋았다들 얘기를 하더라고. 근데 난 그냥 길하나 가 다 좋은 것 같아.
그리고, 큰 의미가 되지 않는 것 같아. 나한테는..
걷기가 조금 힘들다 편하다 그 정도로 분리가 될 뿐..
나에게 지금 열려있는 하루하루에 그냥 감사하기 때문일 거야. 보이는 대로 다 나에겐 좋거든.
들판에서 보이는 바람도, 오름의 한 모퉁이에서 보이는 바람도, 바다에 보이는 바람도, 내 몸에서 보이는 바람도 다 내겐 소중하네...
오늘도 우연하게 길 위에서 한 아이를 만났어. 밝은 아이였어.
5코스에서 만난 그분만큼은 아니지만...
의무감이 없는 적당히 같은 걷는 정도 그게 잘 맞았던 것 같아. 같이 코스를 완주하고, 각자의 숙소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을 같이 헤매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막걸리 얘기를 하게 됐어.
오늘 고맙게도 우연하게 얻어마시게 되었다 하면서. 제안을 하더군. 모슬포에서 막걸리 먹자는..
난 막걸리가 먹고 싶어서 라기보다 그냥 새로운 환경, 낯선 환경이 궁금했어
처음 보는 이와 어떤 대화를 하면서 마시게 될까 했지.
생각의외로 너무 잘 오고 가는 대화가 맛있게 하게 되더라고
고등어회라는 것도 처음 먹고 말야.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특색 있게 먹은 게 없는 나에겐 큰 행운이었어..
오랜만에 소주도 3잔 정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고. 무엇보다 인생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얘기를 온 간다는 게 참 좋았어
여행이기에 가능하다는 그 아이의 말대로 여행이기에 가능한 것들이 꽤 있는 것 같아 그런 것들을 찾아서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을 듯 싶어.
9월27일 H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