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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감자 Aug 30. 2015

그래,느리지만 천천히 걸어 13코스 야

걸으며 위로받은 날 보낸편지 _여덟번째

각자의 걸음으로 각자의 생각으로

생택학교에서 삼일째 되는 날이라고 행동이 자연스러워져. 그닥 시설이 좋은 것도 아닌데 그냥 편안한 것 같아.

여기서 만난 아주머니도 편안하지만, 신경 쓸 일이 없는관계, 참 편한 것 같아

나도 이런 관계를 즐길 줄 알게 된 걸까 싶어. 어제와 마찬가지로 햇반으로 아침을 때우고 13코스 일행과 함께 출발을 같이 했어.

무릉1리까지 생태학교 촌장이란 분이 데려다 주고, 거기에서 버스를 타고 용수리라는 마을까지 더 가야 했어.

13코스 일행은 나 포함해서 5명이었어. 다 함께 용수리에서 하차한 후 13코스 완주를 위해 시작했어.


출발은 같이 했지만, 각자의 걸음으로 각자의 생각으로 점점 거리가 자연스럽게 생기기 시작했어.

난 이번 올레길을 걸으면서 내 체력이 정말로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 것 같아.

기초체력을 우선은 집에 가면 길러야겠어.



늘 그랬듯이 다들 앞서가고, 난 또 혼자가 됐어. 이번 길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있는 길이 아니었어.

오직 시골길을 걷는다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이렇게 길게 시골길을 걸어본 적이 없었으니, 나름 괜찮은 것 같아


다른 코스에서는 아직 감귤이 새파란 모습만 비쳤는데. 이번 코스에서는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을 본 것 같아. 점점 익어가는 감귤이 더 많아질 땐 올레길은 또 다른 모습이겠구나 싶었어.


길이 무지 풍성할 것 같아.. 유혹도 많이 느낄 것 같기도 하고..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서 군침을 돌게 해..

10월 말에서 11월 초쯤 이라고 해. 아마, 그때 올레꾼도 많겠지 싶어

시골길이 끝날쯤 마지막 하이라이트 인 저지오름이 시작됐어.


13코스에서 유일하게 볼거리는 저지오름뿐이거든. 다른 코스와 달리 오름이 코스의 맨 끝에 위치해 있다 보니, 기운이 너무 빠져서 올라가는 길이 너무 힘들게 느껴진 것 같아 원을 그리며 조금씩 조금씩 오름 정상에 올라섰어

오름의 정상은 힘들게 올라온 땀을 보답하기에 충분했어.



정확히는 모르지만, 서귀포, 제주도를 전망하기 그지 좋을 수가 없었어.

멀리서 한라산도 보이기 까지 했어. 정상을 오르는 맛이 이런 거겠지. 높이 올라갈수록 아래를 내려다 보는 전망은 큰 성취감과 큰 숨을 몰아쉬기 좋게 풍광들이 펼쳐져.




힘들게 올라간 시간에 비해 정상에 머문 시간은 좀 짧았던 것 같아..

빛이 바로 내리 쬐는 정상의 아래에 서있기가 조금은 힘들었어.

아쉽지만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어. 내려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산아래의 세상은 내가 살고 있는 서있는 현실인데 그 모습을 아름답다 하며 감탄을 하는 건데 막상 그

현실에서는 그 아름다움의 감탄을 왜 잊어버리는 걸까

인간이 참으로 아둔하다는 게 이런데서 하는 얘기일까? 싶었어.

멀리서, 조금 더 위에서, 조금 떨어져서 보는 세상은 내 지금의 현재에서도 누릴 줄 안다면 행복한

삶이겠구나 싶어.

그 현실이 버거울 때는 위로 위로 올라갈 필요가 있는 것 같아.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 질때즘 코스가 끝이 났어.


몸의 기운이 아직 남은채 끝나기는 처음인 것 같아 그래서 였을까? 욕심이 생기더라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겠다는 욕심으로 저지리 마을에서 또 이동을 했어.

제주 현대미술관 쪽으로 둘러볼 요량으로 움직였어. 생각보다 멀었던 것 같아


이렇게 썰렁한 미술관은 처음이었던듯해... 그 넓은 미술관의 터에 나하나 둘러보고 있는 것 같았어.

텅 빈 공간은 큰 흥미가 생기지가 않아서, 이런 곳이구나 정도 만 보고 나왔어.

어쩜... 좋은 풍광을 봤는데.. 다른 게 눈에 들어올까 싶기도 하네


다른 분들보다 내가 코스를 일찍 마치고 돌아온 건지  숙소는 조용했어.

세탁기가 바로 내차지가 될 수 있어서  8일 동안 끌고 다닌 바지를 세탁하는 날이기도 했어.

마음이 다  개운해지는 것 같았어.

그렇게 오후 시간을 보내고 동네 한바퀴를 돌려고 나갔어. 편의음식점이란 곳에서 맥주 한 캔도 즐기고, 저녁도 즐겼어.

그렇게 걸어온 골목에서 저녁노을도 맞이했어. 제주에 와서 처음 맞은 저녁노을 이였던 것 같아.

늘 시간은 흐르고 있었는데..

같은 시간 안에서 다른 시간을 보낸다는 게 왠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조금 더 밝게 타인과 대화하는 내가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도 가져본 것 같아.

여기서의 마지막 밤이 서서히 오고 있어.

지금 밖에서는 삼삼오오 모여서 무언가 하는 것 같아.. 시끌벅적하네

근데 나가고 싶은 마음은 안 생기네..

이대로 평화롭게 이곳의 시간들은 접고 잠을 청하기로 했어.


9월28일 H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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