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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감자 Aug 30. 2015

그래, 목표로한 올레길을 다 걷고 우도코스 1-1야

걸으며 위로받은 날 보낸편지_아홉번째.

그 섬도 비에 흠뻑젖고 있었어


덤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려고 해 오늘과 내일은 우도에 들어왔어.

배를 타기 위해 숙소에서 성산항까지 3시간 만에 도착해서  첫출발하는 배를 운 좋게 시간대가 맞아서

탈 수 있었어.

무릉에서 성산항까지 3시간이 소요될지는 몰랐는데 진짜 먼 거리였다는..

그런데 신기한 건 지루하지가 않았어. 오래 걸려도 여긴 아무래도 시간의 흐름이 다른 곳과 틀리나 봐.

배에 오르면 왜 살짝 기분이 들뜨는 걸까? 짧은 거리의 배에 승선한 거지만

느낌만은 굉장히 긴 일주를 하는 기분이었어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우도라는 섬은 한바퀴를 하루에 돌 수 있을 만큼 작은 섬 같아.

우선 우도에서 묵을 숙소에다 전화를 했어

할아버지가 알려준 대로 가긴 했는데.. 역시 헤매었어. 결국 할아버지가 오토바이를 타고 마중을 나왔지. 처음으로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 본 것 같아

생각보다 속도감이 재미가 있었고,  바람을 맞는 것도 좋았어.


그렇게 짐을 풀고 우도 올레코스르 돌기 시작했어.

스쿠터, 이상하게 생긴 이륜 기를 대여해 주는 곳이 많더라고. 이게 여긴 좋은 여행상품인가 봐.

나와 같은 생각은 가진 사람이 많구나 했지. 담에 나도 꼭 타 봐야겠다 싶었어..


우도는 상상했던 만큼 모래사장이 쭉 넓게 펼쳐진 그런 곳은 아니더라고

해빈이라고 하는 홍조단괴 형성된 곳은 100m 정도 될까? 일부분만 그렇더라고 아기자기한 맛과 바다 풍경이 어느 정도 잘 어울려진 그런 모습이야.


비양도라는 우도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섬이라고 해야 하나 있는데 정말 아름다웠어.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면서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걷고 있었고, 그 섬도 비에 흠뻑 젖고 있었어.

더 없이 출렁이는 파도와 비에 젖은 바위와 하늘은 내 마음도 촉촉이 젖어가고 있었어 그 섬에 잠시 앉아

마음으로 이 순간을 담고 마음의 기도를 했어.









고요한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 고요함 뒤에는 늘 마음이 평안해져

우도봉 정상에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어


음 여기를 안 왔음 이런 풍광을 마음에 담지 못했겠지? 당연한 얘기네

굉장한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었어.. 마음이 트인다고 해야 하나

다시 찾고 싶은 우도가 될 것 같아.. 날은 서서히 저물고 있었어. 왠지 살짝 겁이 나더라고.

우도정상봉에는 나 홀로 맞이하고 있었거든.

마음이 살짝 급해서 걸음도 조금 빨라 지고 올레길 표시대로 내려오다 어느 지점에서 길을 잃었어.

올레길을 걸으면서 처음으로 겁이 났던 것 같아. 순간 길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더  떨려오더라고. 그렇게 산길을 헤매며 길인듯한 직감이 안내해주는 쪽으로 마구 달려 나왔어


시멘트로 깔린 길이 처음으로 반가운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을 거야. 그렇게 벗어난 산길.

또다시 보이는 올레길 표시가 의지가 되더라고

아마도 그 표시에 크게 의지를 하고 있었나 봐. 힘들게 다시 찾은 길이라서 그런지 그 길이 무지 고마웠어.

마음의 의지는 조용하게 나를 움직이게 하는 큰 힘이 되는 것을 느낀 것 같아.

내게 그런 마음의 의지들을 생각해 봤어. 감사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그 의미자체러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려오는 길에 정자에 앉아 한참을 비 오는 파도를 바다를, 나의 마음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어. 파도소리가 마음에 온전히 담아지는 기분이었어.

고요함을 통해 머리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치유를 받는 것 같았어.

이번에도 이렇게 치유를 받고 숙소로 들어왔어.


숙소는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었고, 방한켠을 내주는 형태라서 그런지 그닥 깔끔하진 않았고,

빈방을 얻어서 자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특별히 뭘 요구하지도 못하는 그런 상태...

이불속에서 나오는 타인의 흔적들로 인해 이불을 덥지 못하고,  이불대용으로 잠바를 이용했어

하지만, 희한하게 게스트하우스에서 만큼이나 편안했던 것 같아.


유치하지만.. 걷는 동안 내가 힘들었구나. 나에게 쉼이 필요했구나. 고생했다. 미안하다

나에게 내가 말을 건넬 수 있었던 것 같아.. 비는 계속 퍼붓고 있네..

내일 배가 뜰 수 있을까 염려가 되기도 하면서 잠이 들었어.


9월29일 H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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