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하는 날.. 동네미용실에서 누렸던 시간들
머리에 퍼머롯뜨를 말고, 중화제를 뿌릴때까지 기대감을 품고 대기하는 동안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정지되어 있는 공간에서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을 초점없이, 생각없이 바라보는 순간을 좋아라 하는 곳이기도 하고.
조카의 유치원때 머리를 만져주던 원장은 어느샌가 훌쩍큰 중학생 머리를 만져 주며 스타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수 있는 곳.
원장의 결혼얘기가 미용실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하고, 언제는 아이가 화제가 되기도 하는 곳.
몇십년동안 같은자리에서 같은사람이 운영하는곳.
손님들도 몇십년째 단골들이 많아서 낯설지 않은곳.
한달에 한번. 때론 두달에 한번
일상이 아닌 공간이 되어주는 동네미용실
이 순간 좋다.
예약제로 바꾸고 나서는 여유로운 공간확보도 좋지만 번잡하지않고, 적당히 손님들과 나누는 대화가 들려 혼자만의 시간을가질수 있어서 좋은 장점이있다. 단점은 머리하는 일정을 이주전에는 생각을 해서 예약을 해야 한다는점이 다소 불편하지만..감내할 수있는 정도 같다.
바뀐시스텀에 맞추어 익숙해져 가는것을 보면..
원장의 실력을 믿고 그곳을 찾는동안 원장의 세월을 보고,원장은 우리가족의 세월을 함께 봤다.
소신있게 .친절하게 .적당한 가까움의 선을 지키는
한결같은 모습이다.
오늘 마지막 머리 손질을 해주면서
원장은 말한다
'저희 가게 옮겨요..9월쯤에요'
말속에 아쉬움이 가득베어 있었다.
알수없는 아쉬움이 감돈다..이곳도 이제 변하구나..
20년쯤 지난 이곳에 변화라는 단어를 쓰는게 맞는지 의문이 들지만..
이 공간에서 누렸던 시간들을 더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