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처럼 떨린다.
주말부터 상태가 이상했던 발은 월요일 아침에도 여전히 부어올라 있었다.
출근해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전보다, 오후에는 통증이 심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자꾸 신경을 쓰이게 했다.
퇴근 무렵은 응급실이라도 가야 하는 건가 하는 불안감도 들고, 오전엔 없던 붓기가 발등까지 점차 차 올라 신발안을 꽉 쪼임이 느껴졌다.
막상 응급실을 갈려고 하니 가서 뭐라고 해야 하나부터, 이런 거 가지고 가야 하나 싶기도 하고,
내일 아침에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같은 게 생겼다. 사람 심리가 참 이상하다.
그 와중에 추석 연휴로 어렵게 표를 구했던 베이징행 티켓을 취소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휩싸이고
내일은 괜찮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얼음찜질을 열심히 했다.
새벽에 만져보는 붓기는 그대로 이고.. 통증은 더 심해지고 있었다.
결국 오늘은 출근이 아닌 병원을 택했고, 종합병원은 대기자가 많고, 연휴 전이기 때문에 엄청 많을 거라는 얘기에 근무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가서 접수창구 앞에 앉아 대기표를 뽑고 기다렸다.
번호표 16번. 나보다 앞에 15명이 더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티켓 체크인을 하기 위해 오픈하기 전에 미리 줄을 서서 기다렸던 공항에서의 모습이나,
접수를 조금이라도 빨리 하기 위해 오픈을 기다리는 모습이 겹쳐졌다.
베이징을 가기 위한 티켓이 아닌 피부과 외래 접수증을 받고 3층으로 향한다.
의사는 심각성을 얘기해주고, 움직이면 붓기가 더 오르고, 통증이 심해지냐는 질문에 일하지 말라는
단호함과 움직이면 안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는 게 제일 좋다는 말과 함께 붓기가 위로
점차 올라갈 수도 있는 상황을 얘기해 주고, 연휴 동안에도 붓기가 계속 가라앉지 않으면 응급실로 와서 치료받고 입원을 해야 한다고..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설명을 해준 뒤, 소독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소독을 해주고, 붕대를 감아준다.
체크인할 때 이름 철자가 틀렸다고 또는 여권번호가 틀렸다는 통보를 받고 그런 실수로 못 갈 수도 있다는
염려로 공항을 왔다 갔다 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에 불쑥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처할 수 있는 건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는 거, 내가 할 수 있는 거에 집중하는 게 최선임을 알고 있지만,
이런 상황은 여전히 당혹스럽고 떨린다. 어린아이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홀로 조용한 평일을 맞이하는 것이 낯설다. 이 텅 빈 시간을 뭘로 채워야 할까 하는 생각과
말 그대로 약발이 잘 받아서 붓기가 잘 가라앉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을 쳐다본다.
베이징행 티켓을 취소하는 버튼을 누르고, 약봉지에서 약을 꺼내 약을 먹는다.
종합병원 행은 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