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타호 즐기기 - 천연 눈썰매장
처음에 타호를 간 건 여름이었는데 그때 돌아오는 길에 험한 길로 왔더니 너무 무서워서 겨울 타호는 꿈도 안 꾸게 되었다.
그 뒤로 겨울마다 비와 눈이 아주 많이 와서 타호 가는 길도 자주 막히고 위험하다는 말을 듣자 더욱 무서워서 안 가게 되었는데
올 해는 비가 많이 안 오고 타호 쪽에 눈이 종종 오는 정도라 [이번에는 가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생겼다.
타호 여행을 꿈꾸는 분들도 날씨와 체인 등등 꼭!! 준비를 단단히 하시길
날씨를 확인했지만 혹시 몰라서 간단한 음식들과 주전부리 등등을 챙겼다.
햇반과 통조림 참치, 김, 바나나, 물은 여행의 필수품
우리는 보드를 타기로 했는데 물품을 다 살지 말지 고민하다 대여를 먼저 해보기로 했다.
Sports basement로 가서 아이들의 옷과 헬멧, 보드 등등을 대여하고 남편의 물건들도 대여를 했더니 거의 500달러가 넘게 나왔다.
차라리 이 돈으로 샀으면… ㅎㅎ
잠시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커가는 아이들이라 아이들 물품은 대여가 맞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또 썰매와 대여가 안 되는 장갑 등등을 구매했더니 이번에도 500달러가 넘게 들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해주시고 또 커서는 나 혼자만 빌리면 되니까 몰랐는데, 가족으로 빌리려니… 겨울 스포츠는 비싸구나.
여름에 수영복 하나 달랑 있으면 즐길 수 있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물론 한 달 전 한국에서 여행을 할 때도 보드 대여와 리프트권 구매 등등으로 100만 원 넘게 썼는데 한국에서도 대여한다면 비싼 스포츠가 맞는 것 같다. 차라리 구매가 나을지도!
다들 비슷한 시기에 여행을 가서 그런지 대여하는 것도 1시간 반이 걸렸다. 우와 미국은 정말 느리구나..
그렇게 천천히 대여하고 저녁에 출발!
다음 날 새벽에 가려했지만 짧은 여행에서 많이 즐기지 못할 것 같아 밤에 출발하기로 했다.
4-5시간을 걸려 가는 동안 점점 눈이 쌓인 지역들이 많아졌다. 으스스하고 정말 춥고 양 옆으로 높이 쌓여있는 눈벽들..
11시가 넘어 한 호텔에 도착해서 씻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썰매 복으로 갈아입고 근처 천연 눈 썰매장으로 출발했다.
말 그대로 언덕이 썰매장이 되는 건데 마치 우리 어릴 적 시골 언덕에 눈이 쌓이면 눈 썰매장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
아침은 가는 길에 킹스비치 중에서 Breakfast를 파는 카페에 들렀다. 아침을 파는 곳이 몇 군데 없어서 꽤 오래 기다렸다. 예전에는 이런 기다림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미국인마냥 30분까지는 여유롭게 기다리는 것 같다. ㅎㅎ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그 근처에 가면 나무가 없는 넓은 언덕과 많은 차가 주차된 걸로 ‘이곳이 눈썰매 장이라는 걸’ 알 수가 있다.
특이한 점은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만, 바람 없는 날 꽤 강한 햇살을 받으며 열심히 타고 있으니 곧 더워진다.ㅎㅎ
나중에 보니 타호에 전체적으로 아이스크림 가게가 많고 잘 되고 있었다.
추운 날 따뜻한 곳에 들어가 아이스크림 먹기!
거의 2-3시간을 놀았는데 아무래도 안전장치가 없다 보니 밑에서 부모님들이 받아줘야 하는 단점이 있다. 너무 빠르게 내려오는 썰매는 솔직히 조금 위험한 면이 있었다.
아침 카페에 들렀을 때 점심 메뉴까지 포장을 해와서 우리는 점심 먹을 만한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차를 타러 오니 차 줄이 아~~~ 주 길게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킹스 비치에 와서 놀이터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겨울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를 보고 있자니 너무 아름다웠다.
이렇게 높은 곳에 호수가, 그것도 엄청 커서 끝이 한눈에 보이지 않는 호수가 있다니. 파도가 치는 호수라니!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바라보다 아이들은 호수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고 놀기도 했다.
맑은 물이라 바닥이 투명하게 다 보이고 생각보다 따뜻한 호수라서 마음까지 따뜻함이 차올랐다.
눈썰매도 탔으면서 물놀이까지 하는 아이들. 역시 아이들 체력은 못 따라간다 ㅎㅎ
밥을 먹고 나니 추운데 배까지 불러서 노곤해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다른 숙소에 일찍 체크인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그쪽 에어비앤비로 이동했다.
에어비앤비는 한 콘도 회사가 분양 후 숙소로 돌리고 있는 건지 아주 깔끔하고 부엌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밥을 잘해 먹기로 하고(나의 희생?ㅎㅎ) 동네 grocery store에 가기로 했다.
헉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저렴한 가격! 네바다가 저렴한 건지 이 마트가 저렴한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싼 가격에 우리는 거의 코스트코 간 기분으로 담아왔다.
진짜 강추! 특히 라면 작은 용기를 저렴하게 팔길래 내일 스노우보드 탈 때 먹기 위해 집어 왔다.(미리 말 하지만 이건 정말 아주 유용했다!)
또 과일들이 왜 이렇게 싱싱한지,, 귤과 애플망고를 챙겼다.
숙소에 와서 좀 쉬다가 해가 지기 전에 스노우보드를 타러 갔다.
아이들이 한국에서 배웠다고 하지만 아직 실력이 매우 초보라 아빠에게 더 배우기로 했다.
4시면 모든 리프트가 끝나기 때문에(해가 일찍 진다) 3시 반쯤에 간 우리들은 기초 강습만 하며 다음 날 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지는 해를 보며 거의 마지막에 나와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호수를 보며 타는 스노보드, 겨울 스포츠의 장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 내일 또 열심히 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