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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민 Jul 02. 2019

#6_느려서 따뜻하고 소중한 편지

우표박물관 느리게 가는 편지

추억은 시간과 장소로 기억된다. 이 추억을 누군가에게 편지로 선물해 본 적이 있는가? <편지 쓰는 그곳>에서는 특별한 곳에서 편지를 쓰고, 선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편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함께 소개한다.

 편지가 내 마음을 담아줬다면, 우표는 그 소중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해준다. 편지봉투에 우표를 붙이며 전하고 싶은 마음에 마침표를 찍는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우표박물관에는 우표를 활용한 다양한 기획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코너는 느린 우체통이다.


 1년 후에 보내지는 느린 우체통은 전국 관광지에서 종종 볼 수 있어 우리에게 익숙한 우체통이다. 그중에서 우표박물관의 느린 우체통에는 매년 2만여 명이 참여하여 1년 후에 받는 느리게 가는 편지를 쓴다. <편지쓰는 그곳>에서는 느리게 가는 편지를 쓸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인 우표박물관의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보았다.



편지 안에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어요


 정서영, 권민서 학생은 부모님과 함께 우표박물관을 찾았다. 작년에도 이곳에서 느리게 가는 편지를 쓰고 1년 후에 받았다는 권민서 학생은 편지를 받았을 때 너무 신기했다며,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편지를 쓴다고 했다.

 “작년에도 여기에서 느리게 가는 편지를 썼거든요. 그리고 최근에 받았어요! 1년 전에 쓴 단어와 문장 속에서 그때의 내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신기했어요. 편지 한 장이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정말로 진심이 가득 담겨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올해도 왔어요! 올해는 친구와 함께 왔는데, 이 마음을 친구도 같이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정서영 학생은 편지는 말로는 하지 못했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고 얘기했다. 지난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는데, 고맙다는 선생님의 답장을 받아 정말 뿌듯하고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저는 스승의 날에 예전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우표를 붙여 보냈던 추억이 있어요. 답장도 왔었거든요. 그때 답장에는 편지를 써줘서 고맙다, 지금까지 기억해줘서 고맙다는 등 짧은 응원 메시지였는데, 아마 최근에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었어요. 정말로 편지는 제가 말하기 부끄러운 진심을 전하는데 큰 힘을 주는 것 같아요.”




편지를 쓸 때만큼은 오로지 받을 사람만 생각하니까요


 한상도 씨, 윤이나 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우표박물관 느린 우체통을 찾아왔다. 우표로 편지를 보낸 기억이 있냐는 질문에 한상도 씨는 군대 훈련소에 있을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며, 종종 편지를 써야겠다고 얘기했다.

 “저는 훈련소 때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가 우표로 편지를 보낸 마지막 편지였던 것 같아요. 편지는 자기 마음속 얘기를 하는 거니까 받는 사람도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잖아요? 연인 간에 대화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가끔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것도 상대를 이해할 수 있고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편지를 종종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평소에 가족들에게 편지를 자주 쓴다는 윤이나 씨는 편지를 ‘표현의 정석’이라며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때 편지만큼 진실된 것이 없다고 얘기했다.

 “편지는 표현의 정석인 것 같아요. 어쨌든 편지를 쓰는 동안에는 그 사람만을 생각하면서 쓰잖아요. 요즘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지만, 핸드폰으로 문자를 쓸 때와는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느려서 따뜻하고 소중한 편지


 통신으로써 편지의 역할은 사라져 가고, 우리는 점점 빠른 것에 익숙해져 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표박물관의 느린 우체통을 찾는 사람들은 해가 지날수록 점점 늘고 있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함께 찾아와 서로에 대한 약속, 나 자신에 대한 기대나 바람 등 희망적인 메시지를 편지에 담아 우표를 붙이고 느린 우체통에 넣는다.


 편지는 느리고, 번거롭지만 그만큼 따뜻하고 소중하다. 오늘의 우리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부끄럽다면, 우표박물관에 가서 내일의 우리에게 전해 보는 건 어떨까? 오늘도 우표박물관의 느린 우체통에는 우리의 마음이 담긴 따뜻한 편지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글, 사진  이관민


원문: http://www.postnews.kr/npost_people_e/sub_read.asp?cate=21&BoardID=7284


우표박물관
우표박물관은 우리나라 우정을 대표하는 전시관으로, 우표의 탄생 배경과 역사, 최초의 우표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표박물관의 주요 서비스인 ‘느린 우체통’은 편지에 담긴 아날로그적 가치를 확산하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관람 안내>
관람 시간  9시~18시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연휴, 추석 연휴, 국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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