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군항제와 함께하는 편지쓰기
추억은 시간과 장소로 기억된다. 이 추억을 누군가에게 편지로 선물해 본 적이 있는가? <편지 쓰는 그곳>에서는 특별한 곳에서 편지를 쓰고, 선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편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함께 소개한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지는 계절. 바야흐로 봄의 계절이다. 이 무렵 진해에는 400만 명이 운집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 벚꽃나무 아래에서 저마다 자신의 마음속에 분홍빛 한 줄기를 물들인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따라 중원로터리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푸른 하늘과 벚꽃의 포근함을 담아낸 흰색의 오래된 건물이 유난히 눈에 띈다. 진해우체국이다. 1912년에 지어져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자리에 있는 우체국은, 현재는 우편 업무가 진행되지 않지만, 군항제 기간만큼은 내부가 공개되어 우표전시와 편지 쓰기 공간을 마련하는 등 우정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되어, 군항제를 찾는 사람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편지쓰는 그곳>에서는 진해 군항제 기간 동안, 편지로 봄을 선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이민정 씨와 손정화 씨는 서로 함께한 지 어느덧 9년이 된 친구 사이다. 군항제에 처음 방문했다는 두 사람은 진해우체국에 전시된 우표들을 신기해하며,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엽서 한 장을 들었다. 이민정 씨는 벚꽃과 함께한 오늘의 추억이 내년의 우리에게도 잘 전달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저는 1년 뒤 우리가 함께 받을 편지를 쓰고 있어요. 오늘의 이 감정이 편지에 잘 담겨 내년의 저에게 전달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편지에는 그런 힘이 있잖아요?”
편지는 사진처럼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손정화 씨도 엽서에 한 글자씩 써 내려가면서 오늘의 추억을 남기고 싶다고 전했다.
“편지는 사진과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편지는 글자지만, 그 글을 읽어보면, 나한테 그때의 시각적인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게 해주는 그런 추억의 존재인 것 같아요. 저는 편지 한 장에 오늘의 추억을 남겨보려고 해요.”
김보민, 김민정 학생은 고등학교 단짝 친구다. 1년 후면 스무 살인 두 학생은 1년 후가 기대되고, 앞으로도 이렇게 서로 잘 지내자는 마음을 편지에 담고 있었다.
“편지는 바람과 약속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1년 후에 이 편지를 받을 때쯤이면 저희 둘은 스무 살이 돼요! 벚꽃은 올해처럼 똑같이 피겠지만, 우리는 서로 조금씩은 달라져 있겠죠? 그래도 이 편지처럼 우리 사이도 변하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친해지게 될지 몰랐는데, 우리가 이렇게 친해져서 너무 좋아. 스무 살 때도 이렇게 잘 지내기를 응원할게.”(김보민 학생의 느리게 가는 편지 내용 중)
“여기 같이 와서 참 좋아. 이번 연도에 같이 왔으니, 내년에도 우리 서로 어디에 있든 같이 오면 좋겠다.”(김민정 학생의 느리게 가는 편지 내용 중)
파란 하늘, 분홍색 벚꽃잎, 빨간 우체국 간판과 하얀 우체국, 우리가 군항제를 찾아갔던 날은 이 모든 봄 색깔이 어우러져 있었다. 이 군항제 기간 동안 진해우체국과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은<벚꽃이랑 편지쓰나 봄> 캠페인을 진행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 달 혹은 1년 뒤에 받을 누군가에게 오늘의 봄을 선물했다.
봄은 짧지만 여운은 긴 계절이라 한다. 멀리 여행은 못 갔더라도, 지난달 퇴근길에 저마다 봄을 느끼고, 사진 한 장씩은 남겨봤을 것이다. 어쩌면 편지는 봄과 많이 닮아 있다. 봄의 마지막 자락 5월,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선물해주기 위해 편지 한 장을 써보는 건 어떨까?
글 이관민
원문: http://www.postnews.kr/npost_life_n/sub_read.asp?cate=21&BoardID=7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