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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민 Mar 07. 2019

#3_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온기우편함

손편지로 답장을 해드립니다

추억은 시간과 장소로 기억된다. 이 추억을 누군가에게 편지로 선물해 본 적이 있는가? <편지 쓰는 그곳>에서는 특별한 곳에서 편지를 쓰고, 선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편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함께 소개한다.


손편지로 답장을 보내주는 노란 우체통


 서울 신림동의 높은 언덕길, 원룸과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고시촌 교차로 귀퉁이에 노란 지붕의 우체통이 서 있다. ‘고민을 보내주시면, 느린 손 걸음으로 답장을 보내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이것은 바로 온기우편함이다. 노란 우체통은 이곳뿐만 아니라 삼청동, 인사동, 노량진 등 서울 곳곳에서 우리의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편지는 소중한 마음이 담긴 손편지로 다시 돌아온다. 답장을 쓰는 주인공은 비영리단체인 ‘온기제작소’의 봉사자들이다.

 금요일 저녁, 행당동 어느 공간에 온기제작소 봉사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한 주 동안 감사했던 마음과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이야기는 시작됐다. 그리고 책상 한가운데 수북이 쌓인 사연들을 한 장씩 짚으며 정성스레 읽어 내리고, 펜을 들어 편지를 쓴다. 


 <편지 쓰는 그곳>에서는 손편지로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온기제작소 봉사자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우리의 편지가 큰 힘이 되면 좋겠어요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분들의 소통 창구를 위해 만들어진 온기우편함은 2017년 삼청동에서 시작되었다. 2018년부터는 한국우편사업진흥원과 협업을 통해 학업, 취업 등 사회적 이슈에 직면한 청년들에게 힘을 주고자 신림동 고시촌 4개 지역에 우체통을 세워 우리 사회에 온기를 전해주고 있다. 온기제작소 조현식 대표는 손편지가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고 뿌듯하다고 전했다. 


 “우리의 손편지가 사람들을 움직이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저는 취업에 고민이 많은 친구가 나중에 이 편지로 힘을 얻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을 때 가장 행복했어요. 우리의 편지 한 장이 누군가를 움직일 힘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했고, 편지의 힘이 느껴졌죠.”


제 진심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평소 봉사 외에도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묘송 봉사자는 익명의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진심이 잘 전달되길 바란다며 편지지 한 장을 손에 들었다.


 “온기우편함에 보내신 편지는 그분들의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답장을 써줘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 때보다 더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익명이라서 제 이야기도 많이 적게 되고, 더 솔직해질 수 있어요. 제 생각에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제 진심이 누군가에게 닿아서 위안이 되길 바라요.”


손편지에 행복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온기우편함에 담기지만, 그중에서도 행복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다. 김성경 봉사자는 행복에 대한 고민을 작은 것에서부터 찾아보고 그 이야기를 편지에 담는다고 한다.


 “봉사하면서 많은 편지를 받아보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고민이 행복에 관한 주제였어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고민을 하는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행복이라는 단어는 너무 포괄적이잖아요? 저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모두 행복이 될 수 있다고 편지에 담아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당연할지 몰라도, 나한테는 큰 행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류병욱 봉사자는 편지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시작된 봉사가 어느덧 1년 반이 지났다고 한다. 무엇보다 과거 자신이 했던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온기우편함에 편지를 보내주신 분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길 원하는 분들이잖아요. 저는 보내주시는 편지 내용의 무게를 떠나서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이 내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주로 삶에서 단계가 더딘 사람들, ‘나는 늦은 것 같아요’, ‘방황 중이에요’ 등 그런 고민에 마음이 더 가는 것 같아요. 결국 이 이야기들은 봉사자인 제 이야기와도 닿아있겠죠? 제가 해결책을 줄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동반자 같은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요.”


편지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


 누군가를 위해 편지를 써주기란 쉽지 않다. 보내준 고민을 진심으로 읽고, 따뜻한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쓰고, 지우고의 반복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온기제작소 봉사자들은 진심이 담겨 있는 손편지를 통해 세상에 따뜻한 마음이 가득하길 바랐다. 어느덧 봄이 다가왔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춥다. 하지만 온기우체부들은 오늘도 우리 주변 사람들 마음속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펜과 편지지를 든다. 



글, 사진 이관민



원문: http://www.postnews.kr/npost_life_n/sub_read.asp?cate=21&BoardID=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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