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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민 Feb 03. 2019

#2_새해의 소망을 담은 빨간 우체통 이야기

정동진 새해 일출

추억은 시간과 장소로 기억된다. 이 추억을 누군가에게 편지로 선물해 본 적이 있는가? 우정사업본부 사보 <우체국과 사람들>의 '편지쓰는 그곳'에서는 특별한 곳에서 편지를 쓰고, 선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편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함께 소개한다.

 한 해를 보낸 작별인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2019년 첫날 새벽, 정동진 해변에는 일출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올해의 소망을 염원하고 있다. 그리고 손바닥 크기의 엽서에 그 마음을 적는다. 매서운 바닷바람 추위에도 모래사장을 마주 보며 서 있는 빨간 우체통은 수천 명의 새해 소망을 차곡차곡 담아내고 있었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은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한 인파로 북적거리는 정동진의 생생한 현장에서 <새해 소망 편지 쓰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2019년의 첫 시곗바늘이 넘어간 순간부터 첫해가 뜰 때까지 함께한 이번 캠페인은 올해 소망을 엽서에 담아 보내고, 100일 후에 받는 느리게 가는 편지로 진행되었다.


새해의 제 모습이 너무 기대되네요


 우리 사회에서 나이 10년의 의미는 크다. 사람들의 인식이나 개인적인 마음가짐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승연 씨와 고은아 씨, 길도연 씨는 30대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추억을 쌓고 싶어 정동진에 왔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서로 편지를 나눠본 이후로 처음 써본다는 고은아 씨는 엽서에 한 글자씩 표현하는 것에 가슴 설레 했다.


 “그동안 편지 쓸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같이 의미 있는 날 편지를 쓰게 되어 참 설레네요. 저는 30대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예전보다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적었어요. 모든 시작이 그렇듯, 새로운 나이의 제 모습이 너무 기대가 되거든요.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저를 응원합니다


 여기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을 앞두고 정동진에 찾아온 이도 있다. 서유라 씨는 최근 이직을 하고, 새 출발에 앞서 마음을 다지려 일출을 보러 왔다. 이직을 준비하는 동안 옆에서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는 서유라 씨는 진심이 잘 전해지길 기도하며 우체통에 넣었다.


 “편지는 시간과 진심을 담아낸 글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제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어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았고요.”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래전 버킷리스트에 일출 보는 것을 적어둔 것이 기억나서 오게 되었다는 정성현 씨와 정효진 씨도 엽서를 들었다. 엽서 앞에 적힌 <한 통의 편지, 통하는 마음>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며, 100일 뒤에 편지를 받을 내 모습과 편지에 담긴 마음이 통하길 바라며 정성스레 편지를 적었다.


 “저희는 올 한 해에 이루고 싶은 10가지 목표를 적었어요. 100일 뒤에 받았을 때 잘 노력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요. 내가 지금 썼던 이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떨지 궁금하네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누구를 알아가고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데 있어서 편지는 서로의 마음을 전해주는데 큰 연결고리가 된다. 이연주 씨와 지재윤 씨는 ‘앞으로도 웃으면서 서로에게 의지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에 웃음이 가득했다. 

 “편지는 말로 전하지 못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생각도 다시 정리할 수 있고요. 말과 글은 깊이와 느낌도 다르잖아요. 편지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돌고 돌아 도착하는데 언제 도착할지 기다리는 것도 편지의 매력인 것 같아요.


 시작은 언제나 설렌다. 우리는 새해 일출을 보며 세대 간, 삶의 환경, 사람 사이의 관계 등 다양한 시작을 맞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설렘과 소망을 편지에 담았다. 2019년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뜨고 지는 해가 익숙해진 일상으로 돌아왔다. 새해의 부푼 소망을 담았던 사람들은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해의 힘찬 소망을 담은 빨간 우체통도, 그 마음을 100일 뒤에 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글 이관민



원문: http://www.postnews.kr/npost_life/sub_read.asp?cate=21&BoardID=6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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