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어린이날 축제와 함께한 편지쓰기
추억은 시간과 장소로 기억된다. 이 추억을 누군가에게 편지로 선물해 본 적이 있는가? <편지 쓰는 그곳>에서는 특별한 곳에서 편지를 쓰고, 선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편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함께 소개한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맞은 아이들은 해맑게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그 아이들을 보며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어린이날. 횡성군에서는 제97회 어린이날을 기념한 축제가 열렸다. 축제를 찾아가는 길에는 저 멀리서부터 요즘 유행하는 애니메이션 노래와 동요가 들려오고 있었다. 축제장 안은 비눗방울 기계가 아이들을 몰고 다니고 있었고, 장난감 플리마켓, 가족사진 찍기, 모자 만들기 등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갖가지 체험 이벤트로 가득했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은 횡성군의 어린이날 축제와 연계하여 편지 쓰기 공간을 조성해 우체통 만들기, 느리게 가는 편지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편지쓰는 그곳>에서는 어린이날 축제에서 아이들과 함께 편지를 쓰고 있는 가족들의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전영순 씨는 두 손자들과 좋은 추억을 남기고자 축제를 방문했다. 그리고 손자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느린 우체통에 편지 한 장을 넣었다.
“저는 큰 손자에게 1년 후 받는 느리게 가는 편지를 썼어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길 바란다는 내용을 넣었지요. 그리고 할머니와 횡성에서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한 오늘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함께 담았어요.”
인터뷰 중간에 손자들도 엽서 한 장을 들었다. 10살, 8살인 손자들은 엽서 안에 각자 자신의 마음을 담아 할머니께 보여드렸다. 한글이 서툰 아이들은 엽서 공간을 그림으로 가득 채웠지만 전영순 씨는 마음으로 다 읽힌다며, 1년 뒤 아이들과 함께 이 엽서를 받아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엽서에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잘 모르시겠죠?(웃음) 저는 알 것 같아요. 어떨 때는 잘 쓰인 글보다 그림이 마음에 와 닿을 때가 있잖아요? 지금이 딱 그런 것 같아요. 저한테는 손자들과 함께한 오늘 이 시간과 추억으로 인해 이 엽서의 내용이 읽히는 것 같아요.”
“편지는 자기 마음속 진심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핸드폰이 많아져서, 편지를 쓸 기회가 더 없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편지는 너무 소중해요. 오늘 아이들이 편지를 쓰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너무 뜻깊어요. 오늘이 지나고, 손자들이 컸을 때도 편지로 마음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어요.”
정봉숙 씨 가족은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려 매년 이곳 축제를 방문한다. 최근에 편지를 써본 기억이 없다던 정봉숙 씨는 이번 기회에 부모님께 편지를 써봐야겠다고 전했다.
“며칠 뒤면 어버이날이니까, 부모님께 편지를 써보려고 해요. 아이가 할머니 생신 때 쓸 편지를 대신 써서 도와주기는 해 봤지만, 직접 편지를 쓴 기억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요. 거창하지는 않지만, 감사하다는 말과 조만간 아이와 함께 방문하겠다는 말을 담고 싶어요.”
“편지로 전하는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진심이 담긴 것 같아요. 예전 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끼리 편지를 쓰고 교환하고 그랬는데, 어느샌가 메신저로 인해 표현이 쉬워지고, 가벼워지더라고요. 같은 메시지라도 스마트폰과 편지는 차이가 크잖아요? 그 차이는 진심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편지는 진심을 전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린이날 축제 내 편지 쓰기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받은 아이들의 엽서 내용을 보면 사실 큰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인터뷰처럼 잘 짜인 한 문단의 글 보다 마음으로 읽히는 편지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어린이날은 단순히 휴일이거나, 가정이 있는 사람에게는 의무감과 부담이 가득한 하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어린이날이 있었다. 그날들을 생각하며, 오늘은 어린이의 마음으로 혹은 부모의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이 어떨까?
글, 사진 이관민
원문: http://www.postnews.kr/npost_people_e/sub_read.asp?cate=21&BoardID=7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