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동피랑마을
추억은 시간과 장소로 기억된다. 이 추억을 누군가에게 편지로 선물해 본 적이 있는가? <편지 쓰는 그곳>에서는 특별한 곳에서 편지를 쓰고, 선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편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함께 소개한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약 4시간 이동하면 다다를 수 있는 도시, 무려 57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과 푸른 쪽빛 바다로 사람들에게 쉼을 주는 도시, 통영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에는 여행객들에게 감성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마을이 있다.
‘동쪽’과 ‘비탈’이라는 말이 합쳐서 생긴 동피랑 마을은, 강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고, 좁은 골목길이 수 십개의 갈림길로 이어진 조용하고 작은 동네였다. 이 작고 낙후된 마을이 원래는 철거 후 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었지만, 2007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와 담, 길 등 마을 모든 곳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후 바닷가의 조용한 마을은 어느덧 동화 속 예쁜 벽화 마을로 변신하게 되었다.
<편지쓰는 그곳>에서는 남해가 보이는 아름다운 벽화마을, 통영의 동피랑 마을에서 편지를 쓰는 여행객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중학생 때부터 함께해온 정효진 씨와 안효정 씨는 어느덧 20대의 대학생이 되었다. 서로 또하나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보고자 이곳 통영으로 여행오게 된 두 친구는, 동피랑 마을에 있는 느린 우체통을 보자 반가워서 엽서 한 장을 들었다. 서로의 생일이나 축하하는 날에 편지를 자주 쓴다는 안효정 씨는 편지를 쓰면 어떠한 어려운 이야기도 잘 전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정효진 씨도 편지는 말로 표현하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전했다.
“편지는 마음을 통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좋은 수단인 것 같아요. 사실 다른 소통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전할 때,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이해될 수도 있잖아요? 편지는 그런 소통의 문제에 있어서는 편한 것 같아요. 편지는 어떤 어려운 이야기도 잘 전달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것이 편지만의 매력이 아닐까요?”
조은진, 조승준 학생도 가족들과 함께 예쁜 벽화마을을 방문해 엽서를 한 장 들었다. 최근에 편지를 써 본 기억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꼭 써보고 싶다던 조은진 학생은 편지는 정성인 것 같다며, 이번 여행에서 부모님과 더 많은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편지에 담았다고 전했다.
“저는 편지를 정성이라고 생각해요. 편리한 스마트폰이 있는데도 이렇게 직접 손으로 마음을 적고 보내야 하는거니까요. 아빠도 휴가고, 저희도 방학기간이라 이곳으로 여행왔는데요. 이렇게 하루종일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여행에서 가족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편지에도 이런 이야기를 담았어요.”
누나와 함께 엽서 한 장을 든 조승준 학생도 펜을 들고 행복한 고민을 했다.
“저도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싶은데, 써야할 말이 너무 많아 아직 정리가 안되었어요. 편지는 그 사람한테만 전해줄 수 있으니까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올해 여름휴가로 가족들과 함께 거제도와 통영을 여행하고 있는 정재명 씨는, 첫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다. 벽화로 가득한 이곳을 둘러보며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며, 이 추억을 간직하고자 엽서와 펜을 들었다.
“이런 아름다운 장소에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도 함께 있으니 너무 좋은데요? 저는 항상 마음 속에 있던 이야기를 엽서에 담아 보내려고 하는데,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고, 남은 2019년도 더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온 여행에서 사진도 많이 남겠지만, 나중에 받을 이 편지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네요.”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그 안에 속속들이 떠다니는 것 같은 작은 섬들, 그리고 그 위를 수 놓은 하얀 뭉게구름. 동피랑 마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은 동피랑마을협동조합과 협업을 통해 휴가철 이곳을 찾아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하여 친구들, 가족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각자의 학업과 일에서 잠시 쉬어가기 위해 찾아간 여행에서, 우리는 그동안 서로 미뤄왔던 대화를 하면서 깊은 생각을 나누게 된다. 이런 시간을 통해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다. 서로에게 대화를 통해 전하기 어려운 이갸기가 있다면 편지 한 장을 써보는 건 어떨까? 여행지 곳곳에 보이는 우체통들은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글, 사진 이관민
원문: http://www.postnews.kr/npost_people_e/sub_read.asp?cate=21&BoardID=7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