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 우망리 가을문화제
추억은 시간과 장소로 기억된다. 이 추억을 누군가에게 편지로 선물해 본 적이 있는가? <편지 쓰는 그곳>에서는 특별한 곳에서 편지를 쓰고, 선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편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함께 소개한다.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봉화, 안동을 거쳐 남으로 향하며 지나가는 작은 농촌마을. 풍수지리적으로 소가 누워서 달을 바라고 있는 형상이라는 '서우망월형'(犀牛望月形) 명당. 선비의 고장으로 유명한 경북 예천군의 우망(憂忘)마을은 예로부터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넓은 평야에서 풍요로운 수확을 거두면서 ‘근심을 잊고 살 만한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곳이다.
10월의 어느 토요일, 낙동강을 마주한 곳에 가을 하늘을 배경 삼아 작은 축제가 열렸다. 그런데 그동안 갔었던 시골마을 축제와는 사뭇 다르다. 이곳에서 가꾼 농작물로 만든 소박하지만 푸짐한 음식들, 노들강변 같은 민요가락과 풍물패 공연이 마을 어르신들의 어깨를 들썩인다. 체험 부스에는 사진, 전통공예 전시와 체험, 그리고 편지 백일장이 진행되었다.
우망마을 청년들이 힘을 모아 만든 ‘우망리 가을문화제’는 어느덧 6년째 계속되고 있다. <편지쓰는 그곳>에서는 경북 예천에 위치한 우망리를 찾아가 가을문화제와 함께 편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우망리 가을문화제’를 준비한 사람들과 만나보며 느낀 점은 우망마을 주민들의 문화사랑 깊이가 끝이 없다는 것이다. 마을 청년회를 결성한 정산천 씨는 우망리 가을문화제 두 가지 모토를 문화와 힐링으로 꼽았다.
“우리 ‘우망리 가을문화제’에는 두 가지 모토가 있습니다. 바로 문화와 힐링인데요. 시골 농촌을 흔히들 문화사각지대라고 하는데, 문화가 있는 농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요. 도시에서 지친 생활을 농촌에서 힐링할 수 있다는 것을 가을문화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도시에서 생활하다 우망마을로 돌아와 마을에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이상범, 정귀애 부부 또한 마을 문집을 보여주며, 우망마을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망마을은 너무 아름다운 마을이에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마을과 자연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4년 전부터 매년 마을 문집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가을문화제에 편지 백일장을 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편지를 통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글을 나누고 소통하기 위해 백일장을 진행하게 되었죠.”
약 60가구 밖에 살지 않는 마을이지만 문화제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의 편지 열기는 가득했다. 최근에 아빠가 되었다는 정창우 씨는 태어난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담았다.
“저는 최근에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에 담아보았는데요. 건강하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바르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큰 내용은 아니지만, 이렇게 편지로 써보니 한층 더 뜻깊은 것 같아요. 요새 편지를 잘 안 쓰잖아요? 편지는 메신저로 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씨로 소통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메신저는 감정을 숨기고 쓴다면, 편지는 감정을 열고 쓰는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있죠.”
문화제에 참여한 김기환 씨는 편지를 자주 쓰지는 않지만, 편지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는 글이라 전했다.
“저는 편지가 과거에 대한 회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받은 편지를 보면 다시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잖아요? 손으로 정성스레 쓴 편지에는 아주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일상적으로 하는 대화와 다른 점이죠.”
한국편지가족과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은 지역 문화사각지대에 편지를 통한 문화 확산의 일환으로 우망리 가을문화제와 연계하여 편지 백일장을 실시하였다. 도심의 다른 축제와 규모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단순한 지역 홍보에 목적성을 둔 축제가 아닌 지역문화를 활성화했다는 측면에서 문화적 가치로는 어느 축제보다 의미가 깊었다.
근심을 잊게 만든다는 뜻을 가진 우망마을. 아름다운 마을 풍경과 문화를 사랑하는 이곳 주민들의 마음을 당분간 잊지 못할 것 같다.
글, 사진 이관민
원문: http://www.postnews.kr/npost_live_e/sub_read.asp?BoardID=7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