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이 넘으면 자신에게 주어진 천명을 안다고 하는데,
솔직히 지금도 나는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 지도
잘 모르겠다.
계획성 없는 기질 탓인지 모르겠지만 현재를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어딘가에 다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솔직히 그 끝이 어딘 지 모르겠고
씩씩한 듯 살아가지만 사실은 가끔씩 초행길을 가듯 낯설고 겁날 때가 있다.
젊었을 때는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주변의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만족하며 그럭저럭 살았다.
또 한편으로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결코 운 나쁜 사람도 아니고 이 세상의 주인공은 아닐 지라도
적어도 불필요한 인간이거나 잠깐 스쳐 지나는 엑스트라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의 성적도 그렇고, 나의 도덕성이나 인간성이나
어느 것 하나 부족할 정도는 아니라는 자만심이 매우 강했다.
그런데 나이가 마흔을 넘기고 쉰을 넘기고 나니
오히려 하루하루 걸어가는 길이 더 조심스러워지고 겁나고 그렇다.
하룻강아지를 지나 이제 세상을 알만큼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하루를 산다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한 일인 지를 알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조심스럽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흔들리고 있는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가.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예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살아갈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노후에 대한 걱정이 큰 것도 아니다.
그냥 삶에 대한 경외심이 더 커진 것 같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진중해질수록 더 흔들린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 최선인지,
내게 주어진 길을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한 자신감이 오히려 조금씩 떨어지는 느낌이다.
무작정 열심히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무엇으로 그것을 증명해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살아? 아님 더 진지해져야 돼?
경제력이 더 좋아지면 흔들리지 않으려나?
아님 이건 그냥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격 때문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