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을 채워야 하는 것인지 비워야 하는 지 잘 모르고 살아왔다.
아니 확신은 없었지만 채워야 될 것만 같아서 뭔가를 채우려고 애쓰며 살았던 것 같다.
승진을 하려고 하거나 자아를 발견하고 뭔가를 더 배우려고 했던 것들,
따지고 보면 이런 모든 행동들은 나의 시간을, 나의 삶을 채우려고 했던 행위들이었다.
내 능력이 부족하고 의지가 약하거나 또는 자격이 없어 이루지 못한 것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무조건 뭔가 채우려고 했던 욕망은 있었고,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갈망하고 또는 상상했었다.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돈을 더 벌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으로 승진하고 싶어하고
또 무엇이든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십을 넘기고 육십이 정말 실감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그때서야 조금은 알게 된다.
사는 게 채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 시대의 똑똑한 사람들, 많이 배운 사람들, 또는 철학을 하고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삶을 가볍게 하라고 하는데
그때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으나 실제로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조금은 안다.
삶이 무언가를 채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채우는 것만이 인생이 아니고 채우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아직도 채워야할 것이 많다.
그럼에도 버려야할 것도 또한 많다.
아니 버려야 얻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이가 들면, 탐욕을 버려야겠다.
돈에 대한 집착, 요행을 바라는 욕심, 이성에 대한 망상 등등
어디 그뿐이겠는가.
버려야 할 것은 많다. 자신을 힘들게 하면서 남들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친절도 버려야 하고
열심히 살아야할 것 같은 형상없는 잡념도 버려야 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관계를 맺으려는 욕심도 버리고,
쓸데없는 말도 줄여야 하고, 음식에 대한 탐욕도 그렇다.
어디 줄여야할 것이 그것 뿐이랴.
입지도 않는 옷들도 그렇고, 쓸데없는 추억도 버려야 하고
일확천금에 대한 허망함도 버리고,
볼품없이 튀어나온 뱃살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