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도 병

by 지오 그레고리오

어려서 나는 겁이 많은 편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사물이든 사람이든 먼저 믿기보다는 항상 먼저 의심하고 살펴본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면 가능한 다른 대안을 생각했고

무엇을 하든 안전하고 무탈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몸이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나의 일상은 물론 어디를 들춰봐도

짜릿하거나 긴장되거나 아슬아슬한 기억이나 추억이 거의 없다.


그저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전한 곳에서 지내고 그렇게 행동을 했다.

그 이전에 나의 생각들은 안전하고 안정된 곳을 먼저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의 과거는 무채색이다.

굴곡도 심하지 않고 요철도 심하지 않고


그저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로 살아왔다.

뭘 새로운 것을 바라지도 않고 시도하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걱정이다,

살아있는 것 자체도 걱정이고...


걸어 다니다 보면 보이는 모든 것들이 걱정이고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도 걱정이다.


보이는 것들이 한결같이 걱정된다.

마치 영화나 상상 속에서나 이뤄질 법한 생각들이 걱정으로 다가온다.


불안이 심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겁이 많다 보니 걱정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걱정은 떠나질 않는다.

길을 다니면서도, 집에 있으면서도...


다정도 병이라고 했던데

나에게는 걱정도 병이다.


좀 더 아슬아슬하게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좀 더 스릴 넘치는 삶을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


나의 삶은 아무런 색깔도 없고

아무런 무늬도 없고..


그저 내가 받은 그대로 다시 돌려주기라도 할 것처럼

참 조심히도 살았다. 그리 살아서 무엇이 내게 남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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