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에서 시험감독관

공시생, 그들이 바로 미래의 시험감독관

by 아토

토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집 근처의 어느 중학교.

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 된 내가 주말 아침부터 학교에 가는 이유는 바로 2021년 4월 17일에 있었던 국가직 공무원 시험 감독관을 하기 위해서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일 년에 한 번 토요일이면 공무원 시험을 응시하러 갔었는데, 이번에는 무려 시험 감독관이라니.


이전에 공시생의 신분으로 시험장에 갔을 때, 시험 감독관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내가 생각난다.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저분들이 하는 일이 너무 멋지다. 부럽다.' 등의 선망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험 감독관의 신분으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감독관은 수험생들보다 한참 일찍 학교에 가야 한다. 미리 시험본부에 모여서 시험 진행과 관련된 안내 및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시험치 던 교실에 있던 감독관 분들은 모두 프로페셔널해 보였는데, 그분들도 평소에는 자기 업무를 하시다가 약간은 어쩔 수 없이 "차출" 당해 오셨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분들 중에는 나처럼 처음 하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그토록 침착하게 잘 하신걸 떠올려보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관은 처음인지라, 수험생 때와는 또 다르게 여러 가지가 신경 쓰이고 긴장이 되었다. 수험생도 아닌 시험 감독관이 긴장을 하다니. 조금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수험생들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욱 긴장되었던 건 아닌가 싶다.


그 자리에 앉아있는 기분, 심정, 절박함, 간절함, 긴장, 압박, 부담 등. 시험지를 다 펼쳐 놓기에도 좁은 책상 앞에 앉아서 감당해야 하는 그 압박이란 해본 사람만이 가장 잘 알 테니까. 그래서 시험 감독관이 처음이 새내기 감독관은 그 어느 수험생보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었다.




시험 본부에서 매뉴얼을 토대로 알려주는 교육을 꼼꼼히 듣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시험장으로 향했다. 교실에 들어가니 눈 앞에 수험생들이 보인다. 코로나 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긴장한 눈빛들은 모두 느껴졌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고, 칠판에 시험 관련 사항을 적고, 응시자와 결시자를 파악하고, 문제책을 가지러 가고 드디어 시험이 시작되었다.


공무원 시험은 총 100분간 치러진다. 1시간 40분 동안은 수험생도 감독관도 집중 또 집중하는 시간이다. 시험 감독을 하면서 느낀 점은 100분간 서서 감독을 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내가 체력이 부족해 그런 건진 몰라도, 자유롭게 움직이질 못하고 가만히 서 있어야 하니 마치 고문처럼 느껴졌다. 한걸음 뗄 때마다 느껴지는 미세한 바닥 소리 때문에 혹여나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발걸음 하나 움직이기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수험생과 시험 감독관의 거리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교실 안에 있었기에 물리적으로 서로 가까웠지만, 그것보다는 심리적으로 꽤 가깝게 느껴졌다. 그것은 아마 나 또한 몇 년 전만 해도 그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제의 수험생이 오늘의 시험감독관이 된 것처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오늘은 수험생이지만 내일은 시험 감독관이 될 분들이기에.


그러니 그날 시험 치러 온 수험생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열심히 한만큼 좋은 결과 있으시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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