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공무원의 고군분투 생존기
정신없는 2019년을 보내고, 2020년을 새롭게 맞이했는데 새해 첫날부터 왠지 모를 허무함이 마음을 덮쳤다. 새 마음 새뜻으로 맞이한 새해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한 거 없이 한 해가 가버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무언가를 해왔다. 영어공부에 열심을 내던 때가 있었고, 자격증 취득에 열심을 내기도 했었다. 공무원 시험도 악착같이 준비하며 하루하루, 한 해 한 해 꽉꽉 채워 보냈다. 목표지향적인 성향이기에 나에겐 늘 목표가 있었고 그걸 이루기 위해 항상 고군분투 해왔다. 자기 계발에 많은 노력을 들였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자기 계발은 뒷전이고 그저 하루하루 민원을 응대하며 쌓여있는 업무를 쳐내기 바빴다. 그냥 주어진 하루를 살아내는 것. 그것 말고는 다른 목표를 가질 시간도 힘도 없었고, 필요성도 못 느꼈다.
신규 공무원으로서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 것도 좋은 목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그것이 나의 목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해를 몽땅 직장생활에 집중하며 살았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지침을 이제는 한 손으로 촥 펼치면 원하는 페이지가 나올 만큼 보고 또 봤고, 법제처를 즐겨찾기에 넣어두고는 수시로 들락거리며 관련된 법률을 하나하나 찾아보며 공부했다. 내가 관리하는 시설의 전화번호는 이제 보지도 않고 누를 수 있고, 사무실 전화기에 뜨는 시설 원장님들의 휴대폰 번호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집중하며 열심을 냈다.
그렇게 열심을 내어 노력한 덕분에 한해를 무사히 보낸 것. 숱한 야근과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업무를 익힌 것. 이 사람 저 사람 다양한 사람들을 겪으며 조직에 점점 적응한 것.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해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는데.. 왠지 모를 헛헛함이 새해 첫날 마음을 가득 메우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며 왜 '보람찬 한 해였다.'가 아닌, '조금은 허무한 한 해였다.' 였는지. 새로운 직장에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려 정말 열심히 노력한 한 해였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을 떠나야겠다 라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던 한해였다. 한마디로 진로 고민이었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 그렇게 실컷 고민해 놓고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일이 조금 적응되고, 수월해진다고 느껴지니 갈대 같은 나의 작은 마음은 그만 여기에 머무를까 하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갈팡질팡하다가 한 해가 훌쩍 지나가버린 느낌이었다. 여기로 갈까 저기로 갈까 기웃거리기만 하고는 결정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내가 느낀 허무함은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라기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회의와 허무함이었다.
모든 직장 새내기들이 이런 시간들을 지나가는 것일까. 이러다가 적응을 하게 되는 걸까. 직장생활이 다 이런 걸까.
2020년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출근하던 길에 허무함을 잔뜩 느끼고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무런 변화 없이 이 생활을 반복한다면 2021년 새해에 나는 또 허무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 뻔했다. 매년 새해에 이런 허무함을 느끼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이문열 작가님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에 이런 말이 나온다.
후회하기 싫으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 거면 후회하지 마라.
글을 읽는 순간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느낌이었다. 그래 후회하기 싫으면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이렇게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후회를 하지 말아야지.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