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공무원의 고군분투 생존기
이렇게나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었던가. 공무원 시험의 최종 합격으로 흔히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난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
공시생 시절에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겨를도 없었다. 최종 합격만을 바라보며 살았기에 그까짓 진로에 대한 고민은 사치였다. 그저 합격만 한다면 어떤 일을 시키든지 무조건 다 하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공무원 직렬도 큰 고민 없이 선택했다. 합격하면 퇴직 때까지 내내 해당 직렬에서만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체.
큰 고민 없이 선택을 해서일까.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치열하게 나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직장인이 되고서 진로 고민을 한다는 것은 학생일 때와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다. 직업과 생계가 직결되어 있어서 섣불리 바꾸지도 그만두지도 못한다. 게다가 작년에 결혼을 하여 새로운 가족인 남편도 생겼기에, 책임감 없이 그만두는 선택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 하루하루 출근을 하고 일을 하면서 그 와중에 틈틈이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직장에서 자신의 미래가 궁금하면, 옆에 있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 된다고 한다. 그들의 모습이 곧 미래의 내 모습이기에. 처음 신규로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왜 여기로 왔어."
"다른 거 할 수 있으면 다른 거 하는 게 좋을 텐데.."
"내가 너라면 다른 일 했다."
처음 이런 말들을 들었을 때는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했다. 본인들은 이미 다 누리고 있으니 좋은 점은 잊어버리고 힘든 점만 말하는 게 아닐까. 내가 여기까지 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오자마자 저런 말을 들으니 조금은 맥이 빠졌다.
내 동기들도 비슷한 말을 들은 걸까. 가뜩이나 몇 명 되지 않는 동기들 중 2명이 6개월 내에 의원면직을 했다. 그들의 용기가 부러웠다. 겪어보니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빠르게 그만둘 수 있는 용기. 결단력. 주변의 지지. 모든 것이 부러웠다. 나는 그만둘 용기도 없었기에 일단 적응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마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나는 어느새 8급 공무원이 되었다.
그리고 새롭게 들어온 신규들에게 이전의 선배들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6개월 만에 그만두고 나간 동기는 이미 몇 해 전 다른 직렬 공무원에 합격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다. 당시 빠르게 이곳을 떠나, 현재 직장으로 옮긴 것을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그런 동기를 보면 부러운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용기가 되기도 한다. 이곳을 그만둔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
나의 이직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한순간에 그만둘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그럼에도 나의 기나긴 이직 여정을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남편이 있어 참 다행이다. 혼자였다면 긴 여정에 지레 겁먹어 한걸음을 떼기도 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난 매일 푸념하며, 후회하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겠지. 푸념할 시간에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보자. 일단은 작은 한걸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