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공무원의 고군분투 생존기
2018년 8월 첫 임용되어 2021년 2월 현재까지, 횟수로는 벌써 3년 차 공무원이 되었다. 약 한 달간의 신규 교육을 마치고 2018년 9월 중순 첫 발령을 받았던 때가 생각난다. 혹시나 지각할까 아침 일찍 일어나 후다닥 챙기고는, 늦는 것보다는 빠른 게 낫다 라는 생각으로 일찍이 집을 나섰다. 그렇게 해서 사무실에 도착하면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그럼에도 나보다 먼저 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사무실의 시계는 왜 이리 느리게만 가는 것 같은지. 매일 아침 출근하고 오전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배는 너무 고픈데 아직 점심시간은 멀었고, 점심 식사 후 몰려오는 식곤증을 이겨내며 오후 근무를 하다 보면 정말 몸에서 진이 다 빠진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아직 오후 4시..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은데 퇴근 시간까지는 2시간이나 더 남았었다. 그것도 정시에 퇴근을 할 경우. 야근을 한다면 퇴근 시간은 더욱 멀리멀리.
업무도 모르고,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주어진 일도 많아서 야근은 일상이었다. 하루하루가 정말 밀도 있게 꽉 채워서 지나가는 것 같았고,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참 힘들었다. 한주, 한 달은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은데 하루하루는 왜 이렇게나 느리게 가는 것 같은지. 왜 시계만 보면 항상 오후 3시나 4시인지.. 직장인의 미스터리.
그렇게 정신없는 2018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2019년이 되었고, 새해부터 인사이동이 있어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다시 새로운 업무 숙지가 시작되었다. 나는 내가 2019년을 대체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늘 새로운 일이 생겼고, 민원은 득달같이 달려들었으며, 도움을 청할 곳은 없어 보였다. 결국 나는 인사이동 3일 만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지금이야 그때를 추억하며 “그땐 그랬지~” 하고 웃어넘길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모니터 화면이 내 눈앞에서 핑그르르 도는 경험을 했다.
그때의 상황을 기억해보자면 민원은 수화기 너머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나에게 윽박지르고 있었고, 나는 생전 쳐다본 적도 없는 건축 도면을 이해하기 위해 캐드 화면이 켜진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한 손으로는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이며 민원 전화를 응대하고 있었다.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자리에 온 첫날부터 민원들은 득달같이 나를 찾았고, 누가 봐도 신규 초짜인 게 보였는지 만만하게 생각하고는 본인들의 요구를 마구 쏟아붓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새로운 자리에 온 지 삼일 만에 민원 전화를 받던 도중 속이 울렁이고
머리가 띵해지면서 모니터 화면이 눈앞에서 핑그르르 돌아갔다.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먹으러 가자는 팀장님과 팀원들의 말에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빨개진 내 눈을 본 팀장님은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않겠냐고 하셨지만, 도저히 밥을 먹을 상황이 아니어서 팀원들을 구내식당으로 보낸 후 불이 꺼진 사무실에 혼자 남아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직장에서 우는 게 뭐 자랑이라고 뭐 잘한 일인가 싶어 소리 내어 울진 못하고 그냥 책상에 받혀놓은 휴지 위로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 의원면직을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샘솟았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들 자기 일 말고는 관심이 없을까. 대체 누가 3개월짜리 신규에게 이런 일을 맡기라고 한 걸까. 모든 게 원망스러웠고 모두가 미워졌었다. 마음이 꽁꽁 얼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꽁꽁 언 마음은 다소 쉬운 방법으로 풀려버렸는데 그건 바로 따뜻한 차 한잔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선배들이 울고 있던 나를 카페로 데려가 사주산 카모마일 한잔. 사내 카페의 햇빛 잘 드는 자리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카모마일을 사주시며, 직장생활이 참.. 다 그렇다고, 너무 마음에 부담 가지지 말라고, 지금도 잘하고 있는 거라고 해주시던 그 말 몇 마디. 위로와 격려가 담긴 선배들의 말에 방금까지도 울어서 빨간 눈을 하고서는 나도 모르게 다시 스르르 웃음이 났다.
따뜻한 차 한잔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너덜거리던 마음을 조금은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여러 상처가 있었지만, 작은 위로들에 위안을 받으며 그렇게 그렇게 2019년이 지나가버렸다. 매일이 전쟁 같았는데, 하루하루 시간이 너무 안 갔는데, 퇴근 시간은 한참 멀게만 보였는데 어느새 계절이 4번 바뀌고 한 해가 훌쩍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