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지방직 공무원의 고군분투 생존기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헤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공무원 3년 차가 되었고 올해 초 생애 처음 승진을 했다. 임용 때부터 승진에 대한 큰 욕심은 없었고 워라벨을 위해 현 직업을 선택했는데, 일은 생각보다 강도가 높았고 야근과 주말 출근을 하기 일쑤였다. 더군다나 지방직 공무원의 숙명인 온갖 이유의 비상근무와 주말 일직까지. 그렇게 치열하게 신규 시절을 보내고 지금까지 직장 내에서 고군분투하며 지내왔다 보니 이번 승진이 정말 값지게 느껴지고 기쁘고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그런데 승진을 하면서 기쁜 마음 외에 뭐라 설명하지 못할 묘한 기분도 들었다. 그건 아마 내가 이직의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나는 공무원 직렬을 바꾸는 "이직"을 꿈꾸고 있다. 직렬을 바꾸려면 해당 직렬로 공무원 시험을 새로 쳐야 한다. 직렬 변경은 내부 인사이동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고, 조직 내에서 직렬 변경 시험 같은 건 없다. 한번 직렬을 정해서 들어오면 정년퇴직할 때까지 해당 직렬에만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직렬 변경을 하고 싶으면 공무원 시험을 다시 응시해야 한다. 직렬에 따라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관련된 자격증을 먼저 취득해야 하기도 한다.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 먼길을 다시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고로 나는 공무원이면서 다시 한번 취준생, 공시생이 되어야 한다.
그런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잘했다고 승진을 하니 그간의 고생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걸 기뻐해야 하나 싶다. 원치 않는 자리에서의 승진이라 뭔가 기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다. 이러다 나 스스로가 지금 이 자리에 만족하고 주저앉으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도 슬며시 들기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양가감정이 든다.
현 직장을 처음 준비할 때만 해도 직장이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나의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그저 돈벌이 수단이기에 돈을 받는 만큼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직장에서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생겨도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뭐”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그런데 이게 버틴다고 버텨지는 게 아니더라. 매일 출근을 하며 괴로운 마음이 들었고 무엇보다 이 생활을 향후 30년 이상 지속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결국 이직의 마음을 품게 되었나 보다.
조직 안에 있으면 여러 사람들을 보게 된다. 정말 열심히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 일에 대해서나 사람에 대해 요령을 피우는 사람. 일은 최선을 다하나 그것이 자신의 목표(=승진)를 이루기 위함이기에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않는 사람. 가십거리에는 늘 앞장서 있으면서 업무 이야기만 나오면 말을 아끼고 자리를 피하는 사람. 열정이 많아 추진력은 있으나 관련된 업무 파악을 꼼꼼히 못하는 사람. 너무 꼼꼼하여 아주 사소한 사항에도 끙끙거리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사람 등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조직이기에 그만큼 사람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다.
어느 직장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속한 조직도 승진과 인사 관련 이야기는 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특히 이번처럼 승진 및 인사 시즌에는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일에 열정과 책임을 가지고 임하시던 분들의 승진 소식을 들으면 내가 다 기쁘고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본인의 승진도 아닌데 무슨 보람까지 느끼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지고 정당하게 각자의 자리가 주어지는 그런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보람. 그것이 내 직장에 대한 애정을 더욱 키우게 만든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된다면 그 당사자가 싫어지는 정도를 넘어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게 된다. 심지어 내가 업무적으로 그 사람과 부딪혀봤다면, 그래서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런 상황이 여러 번이었다면 과연 그 사람의 승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이번 승진 결과를 보고 나는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는 의문이 들었다. 박수받으며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한 직장에서 무사히 정년을 마치고 퇴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그 조직에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여 높은 자리에서 퇴직한다는 것은 더욱더 쉽지 않은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고 하여 꼼수와 요령으로 이루어 낸다면 그것은 앙꼬 없는 찐빵이고, 오아시스 없는 사막처럼 아무 의미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 어떤 인생의 자세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본다.
원하는 자리에서 승진을 한다면 얼마나 기쁠까. 더욱이 주변 사람들에게 박수받으며 올라가는 자리라면 얼마나 더 보람차고 의미가 있을까. 비록 떠나고 싶은 자리에서라도 승진을 하니 이렇게 기쁜데 하물며 자기가 꿈꾸던 자리에서 인정받고 축하받으며 승진을 한다면 그 기쁨은 몇 곱절일 것이다. 바라는 곳에서 바라는 승진을 하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