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토 Jan 07. 2022

입사 후배, 퇴사 선배

MZ세대 공무원의 퇴사

직장 후배가 퇴사를 선언했다.

공무원의 퇴사는 의원면직이라는 단어를 쓴다.

‘의원면직 : 원에 의해서 그 직을 면한다.’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기에 스스로 물러나기 전까지는 안전하게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물론 사고 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그런데 그런 자리를 스스로 박차고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020년 8월 신규 임용된 후배이니 이제 1년은 훌쩍 넘긴 시점이다. 이 후배를 알게 된 건 올해 하반기 새롭게 행정복지센터로 인사이동하면서부터. 점심 도시락 멤버가 되어 매일 점심시간마다 같이 도시락을 먹으며 친분을 쌓게 되었다. 하고 있는 고민, 생각하는 부분들의 공통점이 있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후배는 공무원의 꽃이라는 행정직 공무원이다. 사회 복지직인 내가 내심 부러워하는 직렬이다. 조직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은 다양한 자리에 갈 수 있고, 요직에도 갈 수 있다. 그렇기에 승진도 타 직렬에 비해 비교적 빠른 편이다. 사회복지 업무만 맡아서 해야 하는 나와는 조금은 다른 운명(?)이다.


물론 다양한 자리에 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업무를 감당해 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한 가지 업무에 적응할만하면 또 정말 새로운 곳에 가야 하고, 각 자리마다 요하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거기에 분야별 다양한 상사와 민원까지.


그리고 조직의 주류인 만큼 매해 가장 많은 인원을 뽑지만 그만큼 경쟁률 또한 가장 치열하다. 행정직 공무원의 시험 합격 점수는 타 직렬 대비 매우 높다. 시험을 응시하기 위한 자격요건이 나이 외에는 따로 없다는 점도 한몫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자리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20대 중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행정직 공무원이 된 후배는 지금 퇴사를 결정했다. 지난 6개월간 같이 점심밥을 먹으며 업무의 어려움, 민원 스트레스, 상사의 만행, 공직 생활의 힘듦 등을 함께 토로하고, 서로 먼저 퇴사하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진짜로 퇴사를 결정했다니 나는 속으로 내심 놀랐다.


그리고 내가 부러워했던 행정직 공무원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다니. 나만 하는 고민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주변을 살펴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다들 이직을 원하고, 퇴사를 꿈꾼다.


그런데 정말로 새로운 길을 찾고, 결심하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지금 본인이 누리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적극적으로 새 길을 추진하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그렇기에 이 후배의 결정이 더욱 크고 깊게 마음에 꽂혔다. 그리고 부러웠다.






후배의 퇴사 선언이 조금 많이, 아니 매우 많이 부러웠다. 당당하게 그만두겠다고 할 수 있는 용기. 원하는 일을 찾고 꿈꾸는 희망. 새로운 꿈에 반짝이는 눈빛.


물론 그 길이 모두 꽃 길 일 수만은 없겠지만, 진흙탕 길 같은 인생 속에서도 의연히 자신의 길을 걷고, 가끔은 꽃들이 만개한 길도 걸으며, 마침내 자신만의 꽃 한 송이를 거뜬히 피워내는 향기로운 삶이 되길 바란다.


비록 입사는 후배지만, 퇴사는 선배인 그녀에게 온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


이전 10화 소화되지 않은 감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