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토 Oct 21. 2022

공무원, 정말 정년까지 해야 할까

100세 시대, N잡 시대, 능력대로 돈을 버는 시대

늘 가져왔던 의문이지만, 최근 들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공무원, 정말 정년까지 해야 할까?


100세 시대, N잡 시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없이 자신의 능력껏 돈을 버는 세상인 요즘. 만 60세까지 한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무원이 정말 메리트 있는 직업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철밥통이라 불릴 만큼, 조직 내에 있으면 바깥세상의 모진 풍파와 상관없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이런 점이 박봉과 악성민원을 견디는 장점이 되겠지만, 한편으론 이런 안정감이 가장 큰 결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안정감은 사람을 발전시키지 않기에.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이 주는 안정감은 크다. 적지만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고,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월급 떼일 걱정도 없다.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잘릴 걱정도 없고, 연차가 어느 정도 차면 기본적인 승진도 가능하다. 물론 더욱 높이 가려면 갖은 방법을 써야겠지만.






나 또한 이런 안정감이 좋아 공무원을 택했다. 고등학교는 홈스쿨링, 대학교는 학점은행제. 대학 대신 다녀온 호주 워킹홀리데이 덕분에 귀국 후 영어도서관에서 영어 강사로 일 할 수 있었지만, 파트타이머의 불규칙한 근무 시간과 들쭉날쭉한 급여 때문에 고민이 많던 차였다.


단단한 기반이 필요했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고,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안정적인 재정을 꾸릴 수 있는 기반. 대기업에 내놓을만한 대단한 스펙은 없었기에, 오직 시험 성적 하나로만 승부를 보는 공무원을 택했다.






그렇게 공무원에 합격하고 나니 심리적인 안정감이 매우 컸다. 앞으로  60세까지 안정적으로 돈을   겠구나. 알바와 파트타임 강사를 하던 나에게도 드디어 안정적인 직장이 생겼다는 것이 매우 기뻤다. 신규발령을 받고서 한동안은 내가 공무원이 되었다는 뽕에 약간 취해있었는지도 모른다.


안정감이 주는 그 든든함. 부모님께서 건강보험 납부 걱정 없이 자녀의 직장 피부양자로 쭉 올려놓을 수 있는 탄탄한 직장. 엄마는 이제 건강보험을 여기 올렸다 저기 올렸다 할 필요 없겠다며 좋아하셨다.






그러나 이런 안정감에 취해 있다 보면 어느새 도태되어 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겸직이 금지되어 있거니와, 자기 계발을 한다 해도 직장 내에서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철밥통이라는 안정감이 안일한 마음가짐에 한 몫하기도 하고. 안정감에 빠져 더 이상 발전할 이유를 못 느끼는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직장 다니면서 자기 계발을 하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자기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런 것에 관심이 많다. 콘텐츠의 생산자가 되어 나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 그래서 브런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난 가끔 공무원 조직이 주는 안정감이 무섭다. 이 안정감에 빠져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아무런 발전 없이 살아갈까 두려워진다.






발전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상 유지조차 안 되는 것이다. 세상은 계속 그리고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 안정감이라니. 마치 흐르는 바닷속 견고한 고인물이 있는 느낌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인 물. 흐르지 않는 물은 썩기 마련이다. 발전이 없는 사람은 고인물과 다름없다.


만 60세까지 보장되는 정년. 긴 세월을 한 조직에서 보내며 인생의 굵직한 경력과 경험을 쌓는 것도 의미 있을 수 있다. 그게 맞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하지만 난 조금 다른 미래를 꿈꿔 본다. 인생의 한 구간을 공무원으로 살아봤다면 이후의 인생은 다른 무언가로 살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평생 공무원만 하기엔 인생이 아까운 느낌이다.


인생 선배들이 이 글을 본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현실 무서운 줄 모르고 뜬구름 잡는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책임질 자녀가 없어서 이런 생각을 하다며 혀를 찰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내 생각은 위와 같다.


젊은 날을 몽땅 공무원으로만 살기엔 내 인생이 아깝잖아. 다른 삶도 살아봐야지.



이전 12화 남편이 퇴사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