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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 Oct 29. 2022

나가려는 자 VS 들어가려는 자

공무원 의원면직 vs 공무원 최종 합격

공무원 조직에 있어보면 여느 직장과 다름없이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게 된다.


 “의원면직” 공무원이 스스로 그 직을 그만둘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인사철 혹은 인사철이 아니어도 평소 공문을 살펴보다 보면 심심찮게 그 단어를 볼 수 있다.


그만두는 사람들의 직렬과 직급을 살펴보면 다양하다. 행정직, 시설직, 세무직, 환경직, 사회복지직 할 것 없이 그리고 9급, 8급, 7급, 6급 할 것 없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스스로 그 직을 그만둔다. 그만두는 사유도 가지가지.






최근에는 나의 첫 후임이었던 주사님이 의원면직을 했다. 연고지로 재시험을 쳐 합격해서 떠나는 거라 정말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며 보내줄 수 있었다. 원하는 곳을 스스로 찾아간 것이 대견하고도 부러웠다. 나도 내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라 그런 걸까. 더욱 응원이 되었다.


이처럼 공무원에서 공무원으로 옮긴 사람도 있지만, 공무원이라는 일이 지겹거나 혹은 버거워서 아예 공직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 유튜브만 봐도 공무원 퇴사 브이로그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업무에 지쳐 온종일 퇴사만 생각하던 시기에는 아침부터 공무원 퇴사 브이로그를 보면서 공감과 위안을 얻곤 했다.


요즘도 가끔 유튜브에서 공무원 퇴사 브이로그를 보며 대리 만족하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요즘 찾아보는 영상은 바로 공무원 단기 합격 비법 영상이다.






이거 참 아이러니 아닌가. 공무원 퇴사를 꿈꾸며 동시에 입사를 꿈꾸다니. 그 덕에 내 유튜브 추천 목록을 보면 가관이다. 공무원 의원면직과 공무원 단기 합격에 대한 내용이 동시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이 추천 리스트가 나의 지금 혼란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희한한 기분이 느껴진다. 나가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과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상. 나가기 위해 독하게 준비하는 사람들과 들어가기 위해 간절히 준비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이곳에도 기웃, 저곳에도 기웃거리고 있는 나.

사실 나가지 못해 안달인 사람과 동시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인 것 같다.






사람 마음이 참 웃기다. 지금 있는 곳이 지긋지긋해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는 이 직장의 모든 단점만 보이더니. 반대로 직렬을 바꿔 재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똑같은 직장이지만 갖가지 장점이 부각된다. 심지어 내가 가고자 하는 직렬의 공무원들에게는 동경심마저 생겨날 판이다. 조금 웃기지 않은가. 나도 같은 공무원인데, 다른 공무원에게 동경심이 생기다니.


요즘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메리트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공무원 연금의 개혁, 조직의 경직성, 악성 민원, 적은 급여 등. 여러 이유로 요즘 MZ세대가 선호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많이 들을 수 있다.


완전 인정이다. 나름 MZ세대에 속해있는 나로서도 정말 싫은 점이 많은 조직이다. 이를테면 고인물에 의해 변하지 않는 조직 문화, 대책 없이 당하기만 해야 하는 악성민원 응대, 일하는 사람만 일하는 업무 분장, 업무량 대비 적은듯한 급여 등. 이 조직에서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에 대해 말하려면 밤을 새워 말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과 합격선을 보면 결코 만만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보다 인기가 줄었다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공시생과 그의 가족들은 합격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유튜브에는 공무원 단기 합격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들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나도 그런 영상을 보면서 공부 노하우를 얻기도 한다. 다시 공시를 준비하는 입장으로서, 응시하려고 하는 지역과 직렬의 역대 합격 컷을 보면 내가 과연 다시 한번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두려움도 든다. 전에는 도대체 어떻게 해낸 걸까.


지금 공무원이 된 것도 나의 실력 반, 운 반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의 면접 탈락 후 최선의 최선을 다해 다시 준비했고, 다행히 좋은 문제들을 만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당시 내가 응시했던 지역과 직렬의 경쟁률, 응시율, 합격 컷 이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졌기에 최종 합격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찌 이 모든 것이 그저 나의 실력이었다고만 할 수 있을까.




 


공무원을 다시 준비하면서, 이전 공시생때의 간절함을 다시 떠올려본다. 지루한 직장 생활 속에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감정이었는데 조급함과 간절함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그리고 전과는 다른 마음가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이전 공시생일 때는 실패할 경우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이 두려웠는데, 이번에는 실패할 경우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두렵다.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직이 더욱 간절해지는 것 같다.


글을 적고 보니 위에서 말한 ‘나가려는 자와 들어가려는 자’는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인 것 같다. 공무원을 그만두려고 준비하는 동시에 다시 공무원이 되려고 준비하고 있는 이 상황. 혼란하다 혼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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