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토 Aug 02. 2022

#1. 내가 코로나라니

코로나 초기 증상 - 자가격리 2일 차까지

코로나에 걸렸다. 지난 2년 7개월간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던 코로나가 결국 나에게도 와버렸다. 지난봄, 함께 사는 남편이 코로나에 확진됐을 때도 난 끝내 걸리지 않았는데, 하루 종일 일하는 동사무소에서 여기저기 확진이 터지니, 이건 피하지 못했나 보다. 결국 나에게도 코로나가 오고야 말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확진되기 며칠 전부터 전조 증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왜 그땐 눈치채지 못했는지. 지금부터 코로나 전조 증상부터 확진 이후 몸 상태까지 찬찬히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2022. 07. 27. 수요일> - 코로나 확진 3일 전

여느 때처럼 출근했고, 평소와 다름없이 일 했다. 매일 점심을 먹은 후 물에 타 먹는 메가 비타민C를 이날도 먹었다. 평소와 별반 다를 거 없어 보이지만 사실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매일 점심 식사 이후 마시는 메가 비타민C는 비타민 함량이 높아 매우 시다. 500ml 정도의 텀블러에 물을 가득 넣어 타마셔도 셔서 매일 마시는데도 적응이 잘 안 된다. 그래도 몸에 좋다니까 꾸준히 마시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 수요일쯤부터 이 메가 비타민C를 탄 물이 덜 시게 느껴졌다. 신맛에 목 넘김이 늘 어려웠는데 이날은 목 넘김이 부드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난 내가 드디어 메가 비타민C에 적응한 줄 알았다. 매일 마시니까 신맛도 적응을 하는구나. 이 정도면 앞으로 편하게 마실 수 있겠다 싶었다. 이게 코로나 전조증상일 줄이야.


그리고 또 한 가지 증상은 어지러움증이다. 잠시 머리가 띵- 하는 느낌. 모니터를 보다가 서류를 보려고 하면 잠시 눈앞이 핑글- 하는 현상이었다. 평소에도 빈혈기가 있어 매일 아침 철분제를 챙겨 먹어도 컨디션이 안 좋을 땐 가끔씩 어지러울 때가 있기에 이게 코로나 증상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다. 그냥 또 이러나 보다 싶었다.






<2022. 07. 28. 목요일> - 코로나 확진 2일 전

수요일과 마찬가지로 점심 식사 이후 메가 비타민C를 챙겨 먹는데 역시나 이전보다는 덜 시게 느껴졌다. 신맛이 많이 누그러지고 부드러운 맛이 났다. 신맛에 완전히 적응했구나. 메가 비타민C 맛이 이렇게 좋았나 하고 완전 착각을 했다.


그리고 이날부터 귀가 가려웠다. 귓속이 간질간질해서 계속 손이 가게 되었다. 난 평소 귀가 잘 가렵지 않다. 비염이 있는 남편은 계절이 바뀌면 철철이 콧물과 중이염으로 고생하는데 난 계절이 바뀌어도, 먼지를 좀 마셔도 큰 타격이 없어 남편이 부러워할 정도이다.


그런 내가 계속 귀가 간지러웠다. 간질~ 간질~ 손가락으로 후벼 파도, 면봉으로 닦아내도 해결되지 않는 간지러움이 지속되었다. 그렇게 귀를 계속 만지작 거리니 결국 귓속에 딱지가 생겨버렸다. 이것도 코로나 전조증상인 것 같다. 왜냐하면 코로나에 확진된 이후에도 계속 귀가 간질간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지럼증. 수요일과 마찬가지로 간간히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잘 있다가도 갑자기 머리가 휙- 하고 어지럽고, 갑자기 세상이 빙글 도는 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일하다가 잠시간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이래도 코로나인걸 몰랐다고? 싶은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평소 스트레스받을 때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자주 겪는 일이기에 이날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냥 주말에 잘 쉬어야겠다, 철분제를 매일 챙겨 먹는데도 왜 이럴까, 철분제를 바꿔볼까 라는 생각 정도만 했다.






<2022. 07. 29. 금요일> - 코로나 확진 1일 전

목이 건조해서 새벽에 잠시 깼다. 거실로 나와 물을 한잔 마시고 마저 잠을 들었다. 아침에도 목이 좀 아프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근 전 집에 있던 자가진단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했다. 콧구멍 최대한 깊숙한 곳에 봉을 짚어 넣고 빙글빙글 돌렸다. 재채기를 몇 번이나 한 줄 모르겠다.


검사 결과는 늘 그렇듯이 확신의 한 줄이 나왔다. 음성이라는 뜻이다.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내 PCR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고, 혹시 몰라 남편 격리 기간 내내 매일 아침 출근 전 했던 자가진단키트도 늘 확신의 한 줄이 나왔기에 난 내가 슈퍼 면역자인 줄 알았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코로나는 아닌가 보다 했다. 요즘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을 많이 쐐서 목이 좀 건조한가 보다 싶었다. 머리도 좀 무겁지만 열은 없었다.


출근 후 따뜻한 물을 계속 마시면서 일했다. 민원과의 통화 중 내 목소리가 작다며 크게 말을 해달라는데 목소리가 점점 잠겨 크게 말하는 게 어려웠다. 목이 부었는지 침 삼키기도 어렵고, 마른기침이 계속 나왔다. 가지고 있던 사탕을 줄줄이 입에 넣었다. 뭐라도 먹어야 목이 덜 건조하니까. 주변에 목이 좀 아프다 하니 다들 별 의심 없이 자기도 요즘 목이 건조하다며 아무래도 에어컨 바람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2022. 07. 29. 금요일 저녁 - 07. 30. 토요일 새벽> - 코로나 확진되는 날 새벽

금요일 퇴근 길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줄이야. 차로 15-20분이면 오는 집인데 그날따라 아주 멀게 느껴졌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도 왜 하필 제일 꼭대기층에 가있는 건지. 겨우 집에 들어와서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다. 이때쯤부터 슬슬 열이 났던 것 같다. 남편도 내 이마를 짚어보더니 열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배는 고파서 남편이 차려준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집에 있던 상비약도 챙겨 먹었다. 열이 조금 나고, 목이 타는 듯 아프고, 저녁부터는 온몸이 맞은 듯 근육통이 있었다. 타이레놀과 목감기약 그리고 갈근탕까지 셀프 진단으로 야무지게 약을 챙겨 먹었다.


약을 먹고 소파에 앉아있다가 더 이상 못 버티겠어서 한 숨 자러 갔다. 그때가 저녁 8시 30분쯤이었다. 머리는 뜨겁고, 목도 타는 것 같고, 몸은 맞은 듯 아픈데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한 여름밤에 에어컨도 선풍기도 틀지 않고 있는데 시베리아에 있는 듯 온몸에 한기가 들었다. 얇은 여름 이불을 덮고서는 덜덜덜 떨었다. 장판을 켜줄까라고 남편이 물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이불만 더 덮었다.


한동안 오한이 들다가 갑자기 추운 느낌이 싹 지나가더니 그때부터 땀이 뻘뻘 났다. 온몸에 열이 나는 듯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평소 수족냉증이 있는데 이때는 손도 발도 후끈후끈했다. 감기 몸살도 이런 감기 몸살이 없는 듯 몸이 이랬다 저랬다 아주 난리통이었다.


한동안 몸이 난리통을 치더니 약 기운이 퍼져 다행히 잠이 들었다. 이제 조금 편해지나 싶었는데 약 기운이 사라지자 통증이 고스란히 돌아왔다. 새벽 4시쯤 땀을 뻘뻘 흘리며 잠에서 깼다. 여전히 머리는 뜨겁고, 목은 타들어가고, 온몸은 두들겨 맞은 듯 아팠다. 안방에서 나와 거실에 물을 마시러 가는 내 모습이 흡사 좀비 같았다.


다시 셀프 처방으로 약들을 챙겨 먹고 얼른 약 기운이 퍼지길 기다렸다. 이럴 때는 뭐 재밌는 거라도 보는 게 최고다. 뭐라도 봐야 시간이 빨리 간다. 어두운 새벽, 혼자 거실에 나와 티브이를 켜고 평소 좋아하던 예능을 틀었다. 그렇게 한 삼십 분을 멍 때리며 보고 있으니 서서히 통증이 가라앉는 거 같았다. 그대로 방으로 가 다시 잠들었다.






<2022. 07. 30. 토요일> - 자가격리 1일 차

이른 아침 눈을 떴고, 다시 자가진단키트를 했다. 타들어가는 듯한 목 통증 때문에 코로나 일거라고 거의 확신했지만 혹시나 싶었다. 두 줄, 이번엔 선명한 확신의 두 줄이었다. 그동안 한 줄짜리 자가진단키트를 얼마나 버렸는지 모르는데 이렇게 두줄이 나오다니 이거 반가워해야 하나.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병원이 문 열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편의 도움으로 병원에 갔다. 요즘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더니 9시 반에 갔는데도 사람들이 줄을 섰다. 접수를 하고, 한 30분 넘게 야외에 서있었다. 날씨는 매우 습하고 더운데 몸은 으슬으슬하고, 식은땀이 나는 듯했다. 더 이상 서서 견디기 힘들 것 같다고 느낄 때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의사와 간단한 면담을 하고 콧구멍을 쑤셨다. 신속항원이라 그런지 검사 결과는 매우 빨리 나왔다. 역시나 양성. 공식적인 코로나 확진자로 분류되는 순간이었다.


처방받은 약을 약국에서 구입하는데 그 잠깐의 기다림이 너무나도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누워야 할 것 같은 컨디션으로 거의 1시간가량을 밖에서 버텼다. 약국에서 결재를 하는데 갑자기 속이 매스꺼우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아무것도 먹은 게 없는데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약국에 피해를 줄까 봐 얼른 약국을 뛰쳐나와 상가 복도에 주저앉았다. 춥고, 식은땀 나고, 어지럽고, 토할 거 같고, 갑갑하고, 목은 타들어가는 듯한 총체적 난국에 눈물이 찔끔 났다. 서른 먹고서는 상가 복도에 주저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눈물을 찔끔거리며 몸을 잠시 쉬게 했다.


남편의 도움으로 얼른 집에 와서 죽 한 그릇, 약 한 봉지 먹고 잠이 들었다. 누우니까 그나마 좀 살 것 같았다. 또 땀을 뻘뻘 흘리며 잠을 잤다. 그래도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니 매스꺼움과 어지럼증은 한결 나아졌다. 목은 여전히 아팠지만.


코로나 격리 기간 중 병원에 검사받으러 간 때가 아마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코로나 확진자들이 사전 투표하러 동사무소에 왔을 때 여러모로 준비가 미흡하여 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한 것이 다시 한번 미안해졌다. 코로나가 이렇게나 힘든 것일 줄이야.


몸은 안 좋지만 계속 당기는 음식이 있었다. 그건 바로 삼계탕. 따뜻하고 맑은 그 국물이 먹고 싶었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맵고 칼칼한 음식은 도저히 삼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짜거나 맵거나 새콤한 거는 먹고 싶지도 않고, 먹을 수도 없었다. 목 넘김이 편한 음식. 부드럽고, 간이 덜하고, 따뜻한 음식만 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녁으로 삼계탕을 먹으니 살 것 같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넘어가는 순간에만 목 통증이 조금 사라지는 듯했다. 다행히 입맛은 살아있었다.


밥 먹고, 약 먹고, 자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저녁 먹고는 컨디션이 조금 괜찮아져 잠시 티브이를 보는 여유도 가졌지만 이내 머리가 무거워져 누워야 했다. 저녁에도 미열이 계속되어 이마에 물수건을 올렸고, 점점 가래가 생기고 기침이 나와 수시로 따뜻한 물과 사탕을 먹었다.


그 와중에 도라지가 목에 좋다고 하여 집에 있던 말린 도라지와 대추, 곰보배추를 잔뜩 넣고 물을 끓였다. 어릴 적부터 감기에 걸리거나 목이 아프다고 하면 엄마는 대추차를 끓여주셨다. 대추와 도라지, 생강, 감초, 배, 꿀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팔팔 끓여낸 대추차. 이거 한잔 뜨뜻하게 마시고 나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제 목이 살짝만 건조해져도 바로 대추차를 끓인다. 이번에도 격리 기간 내내 마실 생각이었다.






<2022. 07. 31. 일요일> - 자가격리 2일 차

목이 타는듯한 고통, 가래, 미열, 귀 간지러움, 어지러움, 머리 무거움, 관절 쑤심 등. 토요일과 비슷한 증상이 계속되었고, 거기에 재채기가 추가되었다. 아침부터 계속 재채기가 나와 혼이 쏙 빠지는 듯했다. 재채기를 하면 그 순간 목을 날카로운 걸로 긁는 듯한 고통이 동반되고 이후 콧물도 나와 얼굴 전면이 종합적으로 고통스럽다. 그리고 저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듯한 마른기침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가래는 점점 심해졌다. 가래가 너무 진득해서 목구멍을 자꾸 막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뱉기도 쉽지 않았다. 가래를 뱉으려고 하면 목을 마치 면도칼로 베는듯한 고통이 있었다. 듣기 거북한 거친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었다. 가래 때문인지는 몰라도 목소리도 더욱 잠기게 되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어렵고, 말을 할 때는 고통이 동반됐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말 아니고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가끔 듣는 내 목소리는 마치 고장 난 기계 같았다. 이래서 코로나에 걸리면 목소리가 기계음이 된다는 거구나, 몸소 깨달았다.


토요일 저녁에 구입한 냉각시트가 새벽 배송으로 집 문 앞에 도착해, 이른 아침부터 이마에 붙이고 있었다. 아주 차갑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원한 느낌이 들어 미열이 있을 때 좋았다. 물수건은 똑바로 누워있을 때만 가능하고 옆으로 눞거나, 앉아있을 땐 고정이 어려워 애를 먹었는데, 냉각시트는 접착식이라 하루 종일 이마에 붙여둘 수 있어 편리했다.


그래도 일요일부터는 온몸 여기저기 욱신거리던 근육통도 많이 완화되고, 어질어질하던 머리도 열이 점점 내리면서 괜찮아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있던 통증들은 많이 사라진 대신 얼굴, 특히 목에 통증이 집중된 느낌이었다. 목은 좋아지는 듯하다가도 금세 다시 면도날 여러 개가 목에 박혀있는 듯 날카로운 통증이 있었다.


토요일에 끓인 대추차를 꾸준히 마시고 있는데도 목이 영 좋아질 기미가 안보였다. 하긴 대추차로 이길 수 있는 거였으면 괜히 코로나가 아니겠지. 대추와 꿀의 단맛이 있는 물을 계속 마시니 입도 너무 달아지는 것 같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대추차와 마찬가지로 우리 집은 이전부터 목이 건조하거나 감기에 걸리면 죽염을 연하게 탄 물을 자주 마셨다. 소금이 칼칼한 목을 씻어주는 건지, 가래를 가라앉혀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목감기에 꽤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집에 있던 죽염을 미지근한 물에 조금 타서 계속 마셨다. 물이 조금 짭짤해서인지 맹물보다는 삼키기 훨씬 수월했다. 목 통증 완화에도 좀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가.



이전 14화 나가려는 자 VS 들어가려는 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