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자가격리 해제 그 이후 - 코로나 후유증
<2022. 08. 06. 토요일> - 자가격리 해제 1일 차. 끝나지 않는 어지럼증.
어지럽다. 머리가 너무 어지럽다. 오늘부로 자가격리가 공식적으로 해제되었다. 이제 언제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어지럼증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머리가 너무나도 어지러웠다. 앉아 있기도 버겁고, 뭔가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기도 힘들 만큼 빙글빙글 세상이 어지럽다. 이제 격리도 해제인데.. 오늘부터 사회생활을 해도 된다는 공식적인 허가가 떨어진 건데.. 내 몸은 아직 제대로 앉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타이레놀을 먹고, 아스피린을 먹고, 약국에서 준 약을 먹어봐도 어지럼증이 줄어들지 않았다. 미열까지 계속되어 누워있는데도 세상이 빙빙 도는 듯했다.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코로나 자가격리 이후 어지럼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코로나 후유증 중 하나랄까. "롱 코비드", 격리 후에도 일상생활로 온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두통과 어지러움 등 후유증이 남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을 했다는 건지. 해결책에 대한 말은 찾을 수 없었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다는 사람, 한약을 지어먹었다는 사람, 타이레놀을 계속 먹었다는 사람 등 다양한 말만 있을 뿐.
밥 먹고, 약 먹고 한 숨 푹 쉬어봐도 어지럼증이 계속되었다. 링거라도 맞아야 하나 싶어 급히 병원을 알아봤지만 토요일 오후에는 이미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았거나, 마감 5분 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때부터는 어지럼증을 잡는 게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링거를 맞는다 해도 일시적일 뿐이고, 결국 링거도 수분과 당, 영양제 등을 몸에 넣어주는 것일 테니, 아무래도 먹는 걸 잘 먹으면 좋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내 몸에 뭐가 부족해서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걸까. 뭘 먹어야 어지럼증이 줄어들까 등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 결론은 "아플 땐 땡기는 걸 먹어야 한다"였다.
맵고 칼칼한 게 땡겼다. 코로나 확진 이후 목이 너무 아프고 짠맛이 많이 느껴져서 맵고 짠 건 못 먹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일주일 가량을 싱겁고 맵지 않은 음식만 주야장천 먹었다.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니 원래 입맛이 돌아오는 것인지 급 칼칼한 게 땡겼다. 집 밥은 질려서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아 배달음식을 시켜먹기로 했다. "갈비찜" 약간 매운맛의 갈비찜을 시켜먹었다. 오랜만에 칼칼한 양념이 몸에 들어가니 열이 후끈 오르면서 땀이 쭉 났다. 땀도 빼고 콧물도 빼며 정신없이 밥 한 그릇을 먹었다. 갈비찜을 먹고 어지럼증이 좋아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당기는 걸 먹었더니 기분만큼은 좋았다.
저녁 식사 후 격리 해제된 기념으로 아파트 산책을 나갔다. 일주일 내내 집 안에만 있어서 몸이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며 남편이 가벼운 산책을 제안했다.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그래도 나가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쐐니 좋기도 하고, 머리가 무거워 조금 힘들기도 했다. 살짝살짝 세상이 빙글- 도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여 산책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어지럽다고 너무 누워만 있어도 계속 어지러우니 말이다.
<2022. 08. 07. 일요일> - 자가격리 해제 2일 차. 여전한 어지러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리가 어지러운가를 먼저 살폈다. 어지럽다. 아직도 여전히 어지럽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물을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었다. 음식을 먹고 나면 졸음이 오는데, 그때 머리가 더 어지러운 것 같다. 졸음과 어지럼증은 늘 함께 온다. 그럴 때는 무조건 자야 한다. 이 어지럼증을 이겨보겠다고 목을 꼿꼿이 세우고 눈을 번쩍 뜨고 있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냥 편안히 누워 바이러스에 공격당한 몸을 쉬게 해줘야 한다. 그러고 나면 조금씩이나마 좋아지는 것 같다.
낮잠을 자다 갑자기 오렌지 주스가 먹고 싶어서 일어났다. 냉장고에 있던 오렌지를 꺼내 껍질을 까서 믹서기에 넣었다. 갈아진 오렌지를 거름망에 한번 걸러 부드러운 주스를 마셨다. 시원하고 새콤한 오렌지 주스. 먹고 싶은 걸 먹었더니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급 컨디션이 괜찮아져 미뤄뒀던 냉장고 청소를 했다. 안 먹는 음식이 가득 차서 더 이상 넣을 자리도 없는 냉장고. 그동안 몸이 안 좋아서 정리를 미뤄뒀는데 더 이상은 두고 보는 게 괴로워 싸악 정리를 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난 걸까. 있던 힘없던 힘을 모두 끌어모아 냉장고 청소를 마치니 마음이 후련하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그동안 못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목은 많이 호전된 상태였지만, 혹시나 그 끔찍한 통증이 다시 살아날까 두려워 아이스크림은 먹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당기는 건 먹어야겠다 싶어서 오랜만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차갑고 달콤한 게 들어가니 머리도 괜스레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이젠 정말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내야겠다.
코로나 자가격리도 끝났고, 격리 관련 브런치 글도 마무리되었지만, 나의 코로나 후유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통과 어지러움, 잔기침과 가래, 지속적인 졸린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모든 증상이 다 회복되려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힌트를 얻었다면, 하고 싶은 걸 하고 먹고 싶은 걸 먹고 자고 싶을 때 자야 한다는 거다. 당연한 소리 아니겠냐만은, 몸에 스트레스 주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억지로 하지 말고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것, 잘 알면서도 잘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어지럼증을 해결해보려고 며칠간 별의별 짓을 다 해봤지만, 먹고 싶은걸 먹고 자고 싶을 때 잤을 때가 가장 몸 컨디션이 좋았다. 결국 몸이 시키는 데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몸이 크게 한 방 맞은 것처럼 너덜너덜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몸이 최고 건강이 최고라는 아주 기본적인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된다. 다들 자신의 몸과 마음이 하는 말을 잘 들으시고, 잘 챙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