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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 Nov 18. 2023

두 번째 서른

서른을 두 번 겪습니다

올해 6월부터 시행된 '만 나이 통일법'으로 인해 나는 다시 한번 서른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쉽게도 5월 생으로 이미 생일이 지나버려 앞자리가 바뀌어 20대로 돌아가는 기적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시 삼십 대의 시작점에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첫 서른은 약간의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무엇이든지 도전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20대의 패기와 자유로움이 끝나고 이제는 사회에서 말하는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당시 내가 사회복지직 공무원에서 사서직 공무원으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어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서른이라고 하면 되게 어른인 것처럼 느껴졌었다. 멋진 커리어 우먼, 인정받는 직장인, 탄탄한 사회적 지위, 안정적인 삶 같은 말들이 서른이라는 단어에 늘 따라붙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서른이 되고 보니 아직까지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삶이 무엇인지 갈등하고, 직장 생활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는 등 불안정하고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라 더욱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의 서른이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거든.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서른도 뭐 대단한 어른인 게 아니라, 그래봐야 겨우 고작 갓 29살을 넘긴 거였다.


그런 조급했던 첫 서른이 지나고, 이번엔 두 번째 서른을 맞이하게 되었다.


서른 하나에서 다시 서른으로. 고작 그 한 살이 뭐라고. 다시금 삼십 대의 출발선상에 서있는 듯한 두근거리는 기분을 주었다.


그렇게 두 번째 서른은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 겪지 않아서 그럴까, 아니면 단 한 살이라도 깎여서 그럴까. 두 번째 서른은 새삼 어리게만 느껴졌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만 같은 기분. 고작 삼십 대가 뭐라고 이십 대와 차이를 둔 걸까. 그건 스스로 정해버린 한계가 아니었나 싶다.


새롭게 서른 살을 맞이하면서 변한 것도 많다. 지난 2년간 다녔던 문헌정보학과 야간 대학을 졸업하고, 사서직 공무원으로 이직을 성공하고, 처음으로 새로운 생명을 품게 되었다.


야간대학 졸업에서는 뿌듯함을, 사서직 공무원 최종합격에서는 환희를, 새로운 생명의 잉태에서는 경의로움을 느꼈다.


이제 새로운 30대의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직장은 공무원에서 공무원으로 직렬만 바꾼 거라 그 나물에 그 밥 일 수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삶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생명으로 인해 찾아올 변화도 남편과 함께 기대하며 준비 중이다.


두 번째 서른은 나에게 새로운 시작과도 같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결실과도 같다.

두 번의 서른을 통해 새롭게 펼쳐진 기회들에 감사할 따름이다.


고마운 나의 서른들.

반가웠어 나의 서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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