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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 Oct 17. 2022

세상에 완벽한 일은 없다

카카오 사태와 행복이음 사태를 보며

'세상에 완벽한 일은 없다.'


이번 카카오 오류 사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해지는 듯하다. 거의 모든 스마트폰 유저가 이용하고 있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용하는 국민 소통망 카카오톡이 이렇게 갑자기 중지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사고였고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대기업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고 충격이다.

 

지난 토요일 오후, 치과에서 입을 벌리고 치료를 받고 있는데 자꾸만 폰 진동이 울려댔다. 치료 중에 통화를 하긴 좀 그래서 잠시 입을 헹구는 사이 전화를 한 친언니에게 카톡으로 치과에 있다는 말을 전하려고 했다. ‘치과. 곧 끝남. 지금 치과.’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인지 자꾸 카톡이 전송되지 않았고, 내가 보낸 말 옆에는 종이비행기 모양만 떠 있었다.


알뜰 요금제로 바꾼 뒤 가끔 인터넷 연결이 느리다거나, 유튜브 로딩이 살짝 길어지거나, 카톡방에서 사진을 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는 걸 경험한 터라 이번에도 요금제의 문제인 줄 알았다. 잠시 데이터가 불안정 한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저녁이 돼서야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오류 났다는 걸 남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 그래서 치과에서 카톡이 안 갔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조금 뒤 핸드폰이 울려 확인해보니 엄마의 전화였다. 아빠의 다음 이메일, 카톡이 모두 안된다며 엄빠 집에 통신이 이상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아빠는 여전히 다음을 애용하신다.) 엄마는 지금 집에 큰일이 난 것처럼 놀란 목소리였다. 나는 태연히 카카오 데이터센터의 화재 소식과 복구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드렸다. 그제야 엄마는 본인들이 무언가 잘 못 눌러서 이렇게 된 건 아니구나 하며 약간 안도하셨다.

 

카카오톡이 잠시 멈추는 바람에 치과에 있다는 소식을 못 전하고, 실시간으로 연락을 못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견딜만한 정도였다. 카카오톡과 연관되어 사업을 하거나 업무를 보는 입장은 아니어서  타격이 없었는지 모르겠다.(카카오와 관련해서 일을 하는 분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데 조속히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남편은 카카오처럼 큰 대기업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과 복구가 한참 걸리고 있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어떻게 이렇게 큰 기업에서 이런 사고가 날 수 있냐며 약간 믿기지 않는 듯 조금은 어이가 없는 듯했다.

 

그런 남편에게 지금 *차세대 행복이음의 사태를 알려주며, 정부 전산도 업데이트한답시고 한 달이 넘도록 전산을 제대로 쓸 수 없어 전국의 복지 업무가 마비되고 있는데, 하물며 민간 기업에서도 그럴 수 있는 거 아니겠냐고 했다.


*차세대 행복이음 : 한국사회보장 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사회보장 정보시스템(행복 e음)으로 정부의 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정부 전산이 어떻게 아무런 대책 없이 그럴 수 있냐고? 놀랍게도 이건 실제 사건이다. 레알로 진짜다. 지금 전국의 광역시, 지자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민간 복지시설까지. 복지 관련 업무를 하는 모두가 이용하는 사회보장 정보시스템, 일명 행복이음이라는 시스템이 9월부터 현재까지 에러와 복구를 반복하고 있다.

 

애초의 계획은 이게 아니었을 것이다. 9월 1일~ 9월 5일까지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동안만 대부분의 기능이 막히고, 이후 9월 6일부터는 새로운 차세대 시스템에서 업무를 재계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우리도 공문을 통해 그렇게 통보받았다.


하지만 대망의 9월 6일. 기존 행복이음 시스템은 중지시켜 더 이상의 업무 진행은 불가했는데, 새롭게 만든 차세대 행복이음 또한 시스템이 온전하지 않아 대부분의 업무가 진행이 불가했다. 기존 시스템과 차세대 시스템의 정보연계는 택도 없는 소리였다.

 





월초라 민원은 파도처럼 밀려들고, 지난 며칠간 미뤄뒀던 업무도 마감기한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시스템이 아무런 기능을 못하니 이건 뭐 오합지졸 부대의 선두에 선 총알받이가 된 기분이었다. 왜 업무가 빨리 진행이 안 되냐는, 우리나라처럼 대단한 IT강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는, 정부에서 하는 일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민원의 원망을 듣는 총알받이.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행복이음 시스템의 관계자분들도 무지하게 애쓰고 있을 것을 안다. 주말도 휴일도 반납하고 시스템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답변도 보았다. 우리도 온몸으로 민원을 상대하며 현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며 어떻게든 행정 업무가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일을 지금 몸소 겪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카카오톡의 에러 문제가 그냥 그러려니 느껴졌나 보다. 우리도 이렇게 난리굿인데 거기도 오죽하랴.

 

정부 기관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화내는 사람들에게 - 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시스템 측에 화가 나지만 - 그저 죄송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보니,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남편의 말에 거기라고 어찌 완벽하랴.. 사람이 하는 일이 다 그렇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렇듯 오늘도 세상은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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