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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 Nov 22. 2023

신혼여행이 태교여행으로

둘이 아니라 셋이라고?

극적으로 휴가 일정이 정해지고 여행지를 고민할 때 우리는 비행시간을 가장 염두에 두었다. 경유 말고 직항으로, 비행시간은 최대 4시간 정도, 집에서 가까운 공항에서 바로 출발 가능한 국가로.


그래서 결정한 여행지가 베트남 다낭이었다.


직항으로 4시간 반정도면 갈 수 있고, 집 근처의 공항에서 바로 출발이 가능했다. 날씨도 온화하고, 물가도 저렴하여 휴양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 경기도 다낭시라고 불릴 정도라며, 한국인이 편하게 여행하기 잘 되어있어 초보 해외여행자도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3년 만에 가는 신혼여행이라서 기왕이면 가장 멀리 가보고 싶었던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당시 나는 임신 10주 차였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고 하니, 여름휴가로 계획했던 해외여행이 자꾸 밀리고 밀리면서 그 사이 아이가 생긴 것이었다. 8월에서 9월로, 9월에서 10월로 밀리면서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신혼여행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태교여행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임신을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급작스러운 소식은 아니지만, 첫 해외여행을 앞두고 새로운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초보 여행자들도 현지에서 큰 어려움 없이 편하게 잘 다닐 수 있는 베트남 다낭이 우리에게 딱 적격이라고 느꼈다.






여행지를 결정하고 나니 이제 몸상태를 걱정해야 했다.


임신 6주 차쯤부터 시작된 입덧으로 인해서 매일매일 속이 울렁거리고 메슥거리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증상이 심해 입덧약을 처방받아먹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식사 한 끼 하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고기는 물론이고 평소 잘 먹던 매콤한 음식이나 국물요리, 밑반찬, 심지어 쌀밥까지 그 어떤 것도 먹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울렁거리는 속에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버틸지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운 하루하루였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어 빈속이면 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과 어지러움에 뭐라도 입에 넣어야 하는데 그 어떤 것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그 괴로움.


그래도 먹어보겠다고 뭐라도 넣었다가 그대로 다 토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겨우 들어가는 거라곤 과일류 밖에 없어서 주로 배와 샤인머스켓을 먹으며 근근이 버텨온 날들이었다.


임신과 출산을 해낸 모든 엄마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내 상태가 이렇다 보니, 과연 무사히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앉아 있는 것은 물론이고, 누워있어도 괴롭고, 움직이는 차를 타면 더 힘들어지는 몸 상태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가는 해외여행이란 게 과연 가능한 건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여행을 가고 말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어떻게 찾아온 기회인데 이걸 이렇게 허무하게 놓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제 아이까지 생겼으니 앞으로 한동안 해외여행은 더더욱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에 무조건 가겠다는 마음이었다.


마음은 그렇게 먹었지만, 임신 8주 차가 되면서 피크를 찍는 입덧에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일단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걱정이었고, 가서도 뭘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리고 여행기간 내내 나의 몸 상태를 살피고 챙기느라 고생할 남편도 걱정이었다.






이런 걱정되는 마음을 가득 안고 맘카페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태교여행 다녀온 분들의 후기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대부분 태교여행은 16주 차~28주 차 사이를 추천하고, 적어도 14주 차 이후로 가는 걸 추천하는 분위기였다. 그때쯤 돼야 태반이 안정되어 초기 유산의 위험성이 많이 떨어지고, 입덧이 완화되어 산모의 컨디션도 한결 좋아지는 때라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임신 10주 차에 여행을 가야 하기 때문에 해당 주수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있는지 찾아봤다.


생각보다 많이들 여행을 다녀왔다는 글이 있었다. 나처럼 미리 여행을 계획한 후 임신인걸 알게 된 경우들도 제법 있었다.


산모와 태아의 상태에 따라 여행을 결정해야겠지만, 10주 차에도 무사히 다녀왔다는 말들이 많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여행 전 다녀온 산부인과 검진 때 해외여행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고 다녀와도 되겠냐고 여쭤보니, 임신 초기는 늘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고 걱정도 하셨지만, 가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냄새부터 맡아보고 먹으라는 푸근한 엄마 같은 의사 선생님의 당부와 함께 잘 다녀오라는 말씀을 들었다.


사실 병원에서 가지 말라고 했어도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철없게도) 물론 태아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여행을 꺼렸겠지만, 다행히 그간 별다른 이벤트도 없었던지라 조심히 다녀오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여행을 결정했다.


다만 여행일정은 무리하게 잡지 않고, 호텔에서 충분히 쉬며 하루에 한 곳 정도씩 주변 관광지를 다녀오는 여유로운 여행을 계획했다. 태교여행으로 아주 적절하게.






비행기는 타러 가는 날 당일, 여유롭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보통의 나 같으면 여행 전날 밤 모든 짐을 완벽하게 싸놨을 텐데 비행시간이 새벽이라 당일에도 충분히 짐을 쌀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가져가는 짐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아서 당일에 싸도 충분한 정도였다.


캐리어는 일인당 한 개씩으로 총두 개를 준비했지만, 다낭에 갈 때는 캐리어 하나에만 짐을 넣고 하나는 텅텅 빈 채로 가져갔다.


텅텅 빈 캐리어는 다낭에서 돌아올 때 기념품으로 가득 채워 올 생각이었다.


심지어 옷도 많이 챙기지 않았다. 모두 현지에서 구입해 입을 생각이었다. 다낭이 워낙 물가가 저렴해서 가능한 계획이었다. 그리고 거긴 날씨가 더우니 부피가 큰 긴팔 옷은 필요하지 않아서 덕분에 두 명의 짐을 캐리어 하나에 다 넣을 수 있었다.


단출하게 싼 짐 가방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제주도 여행도 이거보다는 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정말이지 이번 여행은 좋은 휴식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반나절도 안 걸려 짐을 모두 싸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잊은 건 없는지 몇 번이고 집을 되돌아본 후에야 현관문을 닫을 수 있었다.


임신하고부터는 입덧으로 정신도 없거니와 몸의 컨디션이 전과는 확연히 다를 정도로 피곤해서 평소 잘 챙기던 것들도 금세 잊어먹기 일쑤였다.


차를 타고 점점 공항으로 갈수록 우리의 여행이 실감되었다.


우리가 진짜 해외여행을 가다니.


그것도 단 둘이서 가는 첫 해외여행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셋이서 가는 첫 해외여행이라니!


새벽이(태명: 새벽에 확인해서 새벽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서 더욱 기대되고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신혼여행에서 태교여행으로 바뀌었지만 오히려 더 좋아!


셋이서 가는 여행이라서 그런지 설렘도 세배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다만 셋이라서 더욱 조심해야 하기에,

여행하는 동안 나랑 새벽이 잘 부탁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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