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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 Nov 29. 2023

10주 차 임산부의 새벽비행

내겐 너무 힘든 야간비행

3년 만이다. 공항에 온 지.


3년 전 제주도 신혼여행 이후 처음이다.


그때도 국내선을 타기 위해 왔던 거니, 국제선을 타러 온건 거의 8년 만인가?


20살,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며 탔던 첫 국제선 이후 두 번째 국제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해 미리 입국수속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공항 내 식당으로 향했다.


여행을 앞두고 컨디션이 좋아지길 바랐지만, 비행기를 타러 가는 그날까지도 입덧은 멈출 줄을 몰랐다.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건 없는 희한한 상황.






3년 만의 신혼여행에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새벽 12시 비행인데 우리는 저녁 5부터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미리미리 도착하는 걸 선호한다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서둘러도 너무 서둘렀나 싶다.


공항에서 여유롭게 짐도 부치고, 밥도 먹고, 차도 한 잔 하며 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걸 다 하기엔 내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는 게 문제였다. 평소 같았으면 신이 나서 공항 안을 헤집고 다녔을 텐데, 이 날따라 저녁을 먹은 이후부터 급격히 컨디션이 저하되었다.


카페에서 차를 한 잔 하며 시간을 때우려고 앉아있는데, 의자도 불편하고, 자세도 불편하고, 조금 쌀쌀한 듯하여 더 이상 한 자리에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자리를 옮겨 공항 안의 한적한 곳에 있는 의자에서 또 한참을 기다렸다. 앉아 있기도 하고 누워있기도 하며 새벽 12시까지의 기다림이 계속되었다. 그때의 공항은 춥고 참 삭막하게 느껴졌다. 그 와중에 얼마 먹지 못한 저녁으로 인해 배까지 고프니 두통이 찾아와 겹겹이 힘들었다.


이래서 다낭 여행은커녕 출발조차 할 수 있을까 싶은 시간이었다.


그런 나를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땐 내 몸하나 건사하기 힘들어서 남편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때 남편도 얼마나 노심초사였을까 싶다.






드디어 무한으로 느껴졌던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 시간이 되었다. 긴 줄을 따라 티켓 확인을 받고, 버스를 타고 조금 이동해 드디어 비행기를 마주했다.


비행기 타기 전 입덧약을 챙겨 먹은 터라 쏟아지는 졸음에 잠을 청했다.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한참을 잔 듯했다. 이제는 엉덩이가 너무 배겨 더 이상 앉아있기 힘들다고 느껴져 잠에서 깨보니 이제 겨우 이륙한 지 2시간이 지나있었다.


내 엉덩이 상태는 4시간 이상 앉아있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젠 정말 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이제 겨우 2시간이 지났고 앞으로 2시간이나 더 가야 한다니. OMG.


그나마 가까운 나라로 택한 거였는데 4시간의 비행이 이렇게나 힘들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임신 10주 차라는 점이 컸던 듯하다.


20살엔 호주로 가며 직항 10시간의 비행도 견뎠었는데, 그땐 무슨 체력과 정신력으로 버틴 건지. 그땐 비행기 안에서 삼시 세끼를 먹고, 잠도 자고, 영화도 보고, 세수도 하고, 다이어리도 쓰고, 사진도 찍으며 10시간의 시간을 알차게 보냈었는데. 어려서 가능했던 건가 싶다.


(지나고 보니 이번 여행을 통틀어서 다낭으로 가는 비행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힘들었던 비행을 마치고 다낭 공항에 도착해 보니 새벽이라는 시간대가 무색하게 공항 안은 환하고 사람이 많았다. 새벽에 다낭 공항에 떨어지는 터라 주변이 너무 깜깜하고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을 했었다.


환전도 해야 하고 호텔까지 택시도 타야 하는데 과연 사람들이 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가서 보니 다낭에는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매우 많은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 늦은 새벽시간에도 공항은 활기가 있었다.


다낭 공항에 도착해서 주변을 살펴보니 익숙한 한국어가 눈에 띄었다. 공항 내 모든 안내판에 영어, 베트남어와 함께 한국어가 적혀있었다. 덕분에 화장실이니 택시 타는 곳이니 환전이니 아주 편리하게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가보니 한국인이 족히 500명은 넘게 있는 것 같았다. 단체 관광을 오신 건지 삼삼오오 모여서 모두들 즐거워 보였다.


환전을 하러 간 공항 환전소에서도 현지직원의 유창한 한국어에 놀랐다. 환전된 돈을 한 장 한 장 한국말로 세어주시면서 꼼꼼히 확인을 해주셨다. 여긴 한국인가 베트남인가.


분명 좁은 비행기를 4시간이나 타고 해외를 왔는데 고개를 돌리면 어디에나 있는 한국어 안내판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익숙한 한국어에 마치 아직 한국에 있는 듯했다.


이래서 경기도 다낭시라고 하나보다 싶었다.






새벽비행이라서 다낭 공항에 도착하면 호텔까지 가는 택시 잡기가 힘들 수 있다며 남편에게 온갖 걱정이란 걱정은 다 했었는데, 미리 걱정한 게 민망할 정도로 공항 앞은 택시로 바글바글 거렸다.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한국에서 야심 차게 준비해 온 그랩 어플로 첫 택시를 잡았다.


그랩을 사용하니 택시기사와 가격 흥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 참 만족스러웠다. 가뜩이나 새벽비행으로 잔뜩 지쳤는데 호텔까지 가는 비용을 두고 실랑이를 했더라면 그 자리에 폭삭 주저앉았을지도 몰랐다.(홍보 아님.)


새벽의 적막한 다낭 시내를 통과하고 한적한 도로를 지나 호텔에 도착했다. 새벽까지도 환하던 리셉션을 거쳐 룸키를 받아 들고 드디어 우리의 방에 들어갔다.


호텔방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고 넓은 침대에 드러누우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여행을 왔다는 게 실감이 되었다.


그전까지는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에 대한 긴장과 걱정만 가득했는데, 호텔에 딱 도착을 하니 그 모든 걱정과 긴장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은 야간 비행의 모든 피로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현지시간 새벽 2시가 넘었는데 갑자기 하이텐션 모드가 되어 너무 신이 났었다. 그제야 여행 오길 너무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들뜬 나머지 새벽 2시가 한참 넘어 잠을 잤는데도 아침 7시에 칼같이 눈이 떠졌다. 한국과는 2시간 차이나는 시차 때문인지 그저 신나서인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두근거리며 눈을 뜨고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니 처음 보는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남아의 새롭고도 신비로운 풍경. 그제야 해외에 왔음이 실감되었다.


새벽비행의 고난을 뚫고 온 보람이 있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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