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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 Dec 13. 2023

다낭에서 가장 맛있는 망고를 찾아서

입덧을 물리친 베트남 망고

베트남에 가면서 가장 기대했던 건 현지의 신선한 과일들이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망고.


망고를 매우 좋아하는데 한국에서는 가격이 너무 비싸 늘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베트남에 가면 매우 저렴하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했다.


게다가 우리의 다낭 여행 얼마 전, 부모님께서 베트남 나트랑을 다녀오시며 현지에서 먹은 망고가 그렇게 맛있었다고 많이 말씀하셔서 기대는 더욱 증폭되었다.


나도 베트남에만 가면 1일 1 망고 하리라!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망고를 산 곳은 롯데마트였다. '베트남에 무슨 롯데마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내가 그랬으니까. 익숙한 롯데마트 분위기에 낯선 베트남 물건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다.


가격은 베트남 물가가 적용돼 한국보다 저렴해서 카트에 부담 없이 물건을 잔뜩 집어넣었다.

(그렇게 잔뜩 집어넣으니 결제할 때 금액이 생각보다 제법 됐던 것은 안 비밀..)


그중에서도 기대작은 바로 망고.


마트 한쪽 과일코너에 산처럼 쌓여 있는 망고더미를 발견했다. 그중 잘라져 있는 망고 한 팩을 사서 숙소로 고이 가져왔다.


귀하게 냉장고에 모셔두고는 씻고 나와 시원한 망고를 한입 베어 물었다.


새콤하고도 달콤한, 동남아의 맛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다. 롯데마트에서 사 먹은 망고가 제일 맛없는 망고였다는 것을.)






두 번째로 망고를 산 곳은 다낭의 선짜야시장 이었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하다 하여 해가 진 저녁, 남편과 함께 찾아가 봤다.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화려한 조명들과 함께 길거리 음식과 각종 기념품 그리고 생과일을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이미 저녁을 먹고 구경 간 터라 음식을 먹기엔 부담이어서 간단한 간식거리와 망고를 잔뜩 샀다.


하루종일 꾸물꾸물하더니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상인분들이 준비해 준 천막 밑으로 들어가 간이 의자에 앉았다. 여행 유튜브에서나 보던 동남아 야시장의 거리에 앉아있으니 기분이 좋아 비가 오는 것도 제법 운치 있게 느껴졌다.


남편이 주문한 각종 꼬치와 내가 주문한 군 옥수수 그리고 망고가 자리에 준비되었다.


망고는 1kg에 삼만 동이었는데 한국 돈으로 약 1,600원 정도이다. 1킬로라고 해서 양이 얼마나 될지 몰랐는데 받고 보니 1리터급 플라스틱 용기 두 개에 망고가 가득 썰려 나왔다.


노란 속살을 뽐내며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망고.


조금 전 해산물을 실컷 먹고 왔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비주얼이었다.


노란 망고를 콕 집어 한입 베어무니 지난번에 사 먹은 망고는 가짜라는 게 바로 느껴질 정도로 아주 달고 맛있었다.





세 번째로 망고를 산 곳은 대망의 한시장이었다.


한시장 망고가 그렇게 맛있다는 후기를 많이 보고 간 터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사실 여행 첫날 한시장에 쇼핑을 갔을 때 망고도 잔뜩 사 올 생각이었는데, 예기치 않게 컨디션이 급 나빠지는 바람에 서둘러 숙소로 돌아오기 바빠 아쉽게도 망고를 사지 못했었다.


그래도 다낭을 떠나기 전 한시장 망고는 꼭 먹어보리라 다짐을 하고서는 거의 여행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 맛을 볼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이틀 전 기념품을 사러 한시장으로 한 차례 더 쇼핑을 간 날, 이것저것 손에 잔뜩 물건들을 쥐고서는 망고까지 야무지게 샀다.


한시장에서 산 망고 가격은 선짜 야시장과 동일했다. 1kg에 3만 동. 차이점은 망고를 썰어주는 방식에 있었다. 선짜 야시장에서는 망고를 길쭉길쭉하게 썰어줘서 망고스틱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한시장에서는 망고를 큐브 모양으로 썰어줘서 흡사 큰 깍두기를 먹는 느낌이었다.


맛은 단연코 한시장 망고 승.


노오랗게 잘 익은 망고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와 입 안 가득 채우는 과즙은 정말 최고였다.


지금까지 먹어본 망고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입덧이 제법 있었던 임신 10주 차에도 망고는 치트키였다.


다른 걸 먹고 속이 조금 니글 하거나, 빈속에 울렁거릴 때도 망고만 있으면 모두 잠재울 수 있었다.


임신 초기부터 새콤달콤한 과일이 잘 먹혔는데, 다낭에서도 망고가 그 역할을 해줘서 여행이 훨씬 수월했던 것 같다. 냉장고 가득 망고를 쟁여두고 꺼내먹는 그 기분이란. 마치 부자가 된 것 같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국에 돌아와서는 더 이상 그 망고맛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젠 다시 그림의 떡이지만.


다낭 여행을 더욱 향기롭게 채워준 망고들,

또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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