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병원은 어디인가

by 조유리

아버지를 중환자실에 옮긴 후 얼마 안 되어 병원에서는 조금만 지켜보다가 별 문제가 없으면 다음날이라도 바로 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정확한 수술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바로 수술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에 오빠와 나, 온 식구 모두 안심했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과 웃으며 식사하고, 아버지의 격렬한 움직임은 오히려 건강이 웬만하다는 증거라며 안심을 했던 그날 밤, 먼 거리의 자신의 집에 돌아가 있던 오빠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병원에서 아버지 혈압과 맥박이 떨어져서 폐쪽의 혈관이 막혔는지 의심된다고 CT 촬영에 동의를 묻는 연락이 왔다.'


밤 11시 40분 경이었다.


'그리고 승압제 같은 약도 쓴다고 그러네. 여차하면 병원으로 가야 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어휴, 갑자기 혈압이 얼마나 떨어졌길래....그렇지 않아도 수술 동의서 쓰러 가야할 것 같아서 대기하고는 있었어.'


나는 걱정이 되긴 하면서도 별 일은 아닐거라 생각했다. 수술을 앞두었으니 조금만 상태가 이상해도 다시 검사해보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단 몇 시간 전, 격렬하게 움직이던 아버지의 강단을 봤던 나로서는 '혈압이 떨어지면 얼마나 떨어졌을까' 싶었다. 단 몇 분 뒤 오빠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병원에서 아버지 상태에 대한 설명을 한다고 보호자 오라고 하네? 네가 가 볼래? 나도 일단 갈 준비하고 있을게.'


왜 그럴까. 내일 당장 수술할 상태가 안 되게 된 걸까? 그걸 설명하려고 이런 밤중에 급하게 부르는 걸까? 밤낮이 바뀐 아버지는 이제야 제대로 활동할 때가 되었는데 중환자실에서 감당 못할 정도로 움직임이 큰 것이 문제일까? 단 몇 시간 전에 본 아버지에게 뭐 그리 큰 변동이 있다고 이 시간에 부르는걸까?

나는 두 아이를 재우고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갔다. 외할머니가 병원에 실려가고, 장례를 치르고, 외할아버지의 병환까지 맞이한 아이들은 이미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엄마 없이 둘만 집에 남는 것에 익숙해졌다. 미안한 마음이 적지 않았으나 어쩌겠는가. 조부모의 병환은 온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임을 아이들도 어린 시절의 기억에 오롯이 새기게 될 것이다.




병원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집과 가까운 곳에 병원을 정하기를 잘 했다고, 다행이라 여겼다. 중환자실에 도착했을 때, 간호사는 아버지가 CT를 찍으러 갔으니 좀 기다리라고 했다. 오빠에게 유선상 동의를 받은 검사를 그제야 하러 갔나보다. 나와 남편은 어디 잠시 앉아있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중환자실 맞은 편엔 수술실이 있고 그 중간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수술실 벽 쪽에 마침 벤치가 줄줄이 있어 앉았는데 그러고보니 그곳은 수술에 들어가고 나가는 환자들의 보호자를 위한 대기 장소였음을 알았다. 가끔씩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환자의 침대가 수술실로 들어가면 보호자들은 따라가다 말고 문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곤 내 옆 자리에 털썩, 힘 없이 앉아 한숨을 푹 내쉬곤 했다. 반대로 수술이 끝난 환자의 침대가 밖으로 나오면 보호자들은 벌떡 일어나 그 침대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수술이 잘 되었는지 애가 타는 얼굴. 웅성웅성 대화 소리가 들리지만 소란스럽진 않고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어수선한 풍경. 나 또한 여기 보호자 벤치에 앉아 수술실에 들어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상상을 했다. 내일이나 모레 쯤엔 그런 일이 일어날테지.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었다. 의도된 선택은 아니었으나 수술 전까지 아버지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빨리, 수술날과 시간이 정확히 정해졌으면, 아니 어서 빨리 수술한 다음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을 때 또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이번엔 내린 침대가 수술실이 아니라 중환자실로 향하자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벌떡 일어나 가까이 다가갔다. 아버지였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중환자실로 다시 실려가는 아버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늘 낮처럼 손발을 휘젓지도, 끙끙 앓는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의아한 생각이 든 나는 아버지가 너무도 강하게 몸을 움직여 낙상의 위험이 있어서 의사가 진정제 같은 약을 투여한 건가 싶었다. '아버지 왜 저렇게 얌전해?'라고 말하며 남편을 쳐다본 순간,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




우리를 CT 촬영 영상이 보이는 기계 앞으로 데리고 간 의사의 설명은 횡설수설이었다. 아니, 그에 앞서, 너무 젊었다. 간호사에 이어서 의사에게까지 이런 편견을 갖고 싶진 않지만 우리 눈에 레지던트 급으로 보이는 의사는 뒤로 물러나있었고 레지던트인지 인턴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막내급으로 보이는 의사가 CT 검사 화면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모습은 그리 능숙해보이지 않았다.

"저희가 뇌 CT를 찍었는데요, 이전에 찍은 것과 비교해서 상태가 변한 것은 별로 없거든요. 출혈량이 늘어났다든지 그런 것도 없고요. 여기 피가 녹아있는 부분도 별로 차이가 없고요. 보시다시피 출혈이 된 양도 크게 차이가 없거든요."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검사 결과 별 이상이 없다는 설명을 뭘 이렇게 길게 할까. '출혈량'이라는 단어를 벌써 3번쯤 쓴 것 같은데. 왜 같은 말을 반복할까. 이 밤중에 우리를 부른 이유가 도대체 뭘까. 나는 그가 하는 말을 최대한 알아들으려고 그의 입과 검사 결과 화면을 번갈아보며 귀를 기울였다.

"사실 이게 뭐, 머리 때문이라기보다는 내과 쪽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이전 병원에서 오랫 동안 누워계셨잖아요. 그러다보면 여러모로 쇠약한 상태였던 노인 분이 순환이 잘 안 되어서 혈전이 생길 수도 있고, 그게 원인일 수도 있고."

좀 이상한 것은, 그가 원인은 말을 하는데 결과가 뭔지 말을 안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의 원인은'이라고 말하고 장황하게 설을 푸는데, 도대체 '이것'이 무언지는 파악하기 힘들었다. 뭘까, 더 들으면 그게 뭔지 알 수 있으려나, 나는 계속 집중했다.

"그런데, 그러니까 환자 분이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심장이나 폐 쪽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는거죠. 그래서 우리가 폐동맥 CT도 찍었는데 그 결과는 아마 며칠 있다가 나올 거고요. 심장 초음파랑 뭐 몇 가지 검사를 더 해보긴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어쨌든, 그렇게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그러면서 뇌 쪽에도 손상이 더 있을 수 있을 수 있고요. 그래서 지금은 거의, 이제, 통증에도 자극이 없으신 상태까지 되셔서, 그러니까, 지금 자발호흡이 없으신 그런 상태거든요. 그래서, 이제, 거의, 아직 판정까진 안했지만 뇌사에 가까운 상태긴 하시거든요."

나는 뇌사, 라는 단어에 온 몸이 경직되었다. 지금 이 의사가 우리에게 이야기고 있는 것이 맞나. 우리 가족의 환자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나. 이곳 중환자실에 들어오기 전까지 소리를 지르고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내던 아버지에 대해 왜 그는 이런 말을 하나. 나는 상황을 믿을 수 없었지만 그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의 서론이 지나치게 길고 우회적이었던 이유를.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먼저, 아니 원인일지도 모르는 그 모든 것을 다 끌어다가 장광설을 늘어놓은 이유를. 그는 의사가 보호자에게 해야 하는 말 중 가장 말하기 괴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아버지 혈압이 떨어지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졌다는 말인거 같긴 하다. 그가 이야기를 멈췄으니 이번엔 내가 뭐라도 말해야 하는데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나는 의미없이 입을 열었다.

"그게, 그게 뭐, 그러니까."

"네, 갑자기."

"그러니까요, 제가 아까 CT 찍고 올라오신거 봤는데 움직임이 별로 없으신데, 원래는, 그러니까 아까까지는 움직임이 되게 크셨거든요."

"그렇죠. 그렇죠."

"예. 막 소리도 내시고 막."

"네에. 저희가 오후 회진 돌때까지만 해도 올라왔을 때 물어보면 이름 얘기하고, 그런 상태셨는데 갑자기 그 이벤트가 생기면서 지금 그런 상태가 되셔 가지고."

"그러면 지금, 이렇게, 좀 얌전히 계시잖아요. 그게 어떤 진정제나 뭐 이런 게 아니고 그냥...?"

"네. 그런 게 아니라 이제 환자분 의식 상태시거든요."

나는 의사와 서로의 눈치를 보며 힘겨운 대화를 몇 마디 더 이어가고 나서야 사태 파악이 좀 되었다. 그리고 의사가 '이벤트'라 부르는 어떤 일이 아버지에게 일어났음을 이해했다. 이제야 약간 정신을 차리고 의사가 앞서 한 말을 복습하려는 듯,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게요, 사실 아버지 사고가 생긴 지 꽤 됐는데, 원래 처음 갔던 응급실에서 바로 수술을 하고 싶었는데 뇌 부종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그래서 중환자실이 있는 다른 병원으로 옮겼던 거거든요. 근데 지금 말씀은 중환자실에서 오래, 일주일 넘게 있었던 그 기간 때문에, 그렇게 오래 누워계셔서 이렇게 될 수 있다는...그런 말인가요?"

나는 지금의 아버지 상태가 B병원에서의 일주일 넘는 입원 기간 때문일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약간은 억울해졌다. 우리가 그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수술 전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한 건 A병원 의사였는데, B 병원 의사 또한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었는데, 그래서 기다리다가 여기까지 온건데, 뭐라고? 그 기간 때문에 아버지가 어떻게 됐다고???

"그 기간 때문일 수도 있고요. 그렇게 되면 이제, 전신에 기력이 쇠약해질 수 있고.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전체적으로 좀 그럴 수 있고. 그리고 머리에 출혈이 있으면 머리에서 호르몬을 다 분비 하거든요. 심장 쪽으로도 스트레스를 좀 더 받는 호르몬이라든지 뭐 신경성으로 뭐 신부전이 오는, 그럴 수도 있고 폐부종도 여러 가지 신경 때문에 이제 호르몬으로 여러 장기들이 다 가라앉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 뭐 출혈 때문에, 사실 우리 같은 건강한 성인들 같은 경우는 그런 것을 좀 버티고 그러는 힘이 있는데, 근데 이 분 같은 경우는 뭔가 그런 부분 좀, 그 시간이 오래 되다보니까 뭔가 못 견디신 부분이 있어요. 근데 정확한 원인은 좀 더 검사를 해봐야 되기는 하는데, 사실..."

의사는 여러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 어느 것도 확실한 이유인 것 같진 않았다. 그가 말하는 것은 원인이 아니라, 그냥 아버지를 둘러싼 모든 상황, 그리고 아버지에게 있을 수 있는 모든 몸 상태의 변화를 모아모아, 내게 풀어놓는 것 뿐이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내 옆에서 남편이 답답했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럼 앞으로 뇌수술은 어떻게 진행하시는 거에요?"

맞다. 아직, 아버지가 수술이라도 하면 나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남편의 질문에 의사는 난감해했다.

"지금 뭐..그게..."

하지만 나는 이제까지 의사의 설명으로 보아 이미 수술은 논외의 문제라는 것을 이해한 상태였다. 그래서 오히려 대답은 내가 했다.

"지금 그게 의미가 없어질 만큼의, 상태라는, 그런 말씀이죠?"

"그렇죠. 그게 의미가 없을 만큼의 손상이어서."

"그러면...그러면요, 다시 눈을... 뜰 수 없는...그런 것까지도...?"

난 의사를 바라보며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물었다.

"네, 그렇게 받아들이셔야 될 것 같아요."

"........."


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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