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금지
중환자실에서 나오자 오빠는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복도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남편과 나는 오빠를 찾아 나섰다. 병원 1층으로 내려가 두리번거려도 오빠가 보이지 않자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저 멀리 병원 입구 쪽 택시 승강장에 누군가 홀로 앉아있는 게 보였다. 나는 남편을 로비에 두고 혼자 그리로 걸어갔다.
오빠는 아무도 없는 승강장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 앉아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간신히 말을 꺼냈다.
"오빠, 아버지가, 엄마 따라가고 싶어 했던 거라고 생각하자. '나 갈 테니 따라오지 말아라'라고 한 거라고 생각하자. 그러지 않고서야 어쩌면 이렇게 매번 뒤통수를 칠 수가 있어? 내가 아버지 보러 집에 다녀오자마자 쓰러지고, B 병원에서도 그렇게 확신 없는 의사를 만나고, 또 여기 와서도 몇 년은 더 살 것처럼 난리를 치더니, 결국은 이렇게 가버렸잖아.... 어쩜 이렇게 모든 노력이 다 허사가 될 수가 있어. 어쩜 이렇게...."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오빠를 위로한답시고 내뱉은, 결국은 자기 위안이라는 것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오빠는 계속해서 담배를 피워댔다.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한참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다시 로비로 돌아갔다.
소식을 듣고 나중에 달려온 새언니는 큰 아이 둘을 데리고 왔다. 병원 1층에서 맞이하는 나를 언니는 와락, 껴안았다. 이윽고 다급하게 몇 마디를 한다.
"수술은? 지금이라도 수술해보면 안 된대요?"
"수술해서 될 만큼의 상태가 아니래요."
"그럼, 이리로 오지 말걸 그랬나? 그냥 그 B병원에 그냥 있었으면, 그랬으면 괜찮으셨을 텐데, 괜히 여기로 온 거 아닌가?!"
"아니야, 언니. 가시려고 그러셨던 걸 거야. 여기로 이전하는 동안 우리 얼굴 잠깐 보고, 그리고 가시려고 했나 봐, 언니. 우리, 그렇게 생각하자."
역시나 언니를 위로한답시고, 또다시 자기 위안이었다.
언니는 그때부터 엉엉 울었다.
"이렇게 가시면 어떡해, 이렇게 가시면, 그러면 어떡해..."
언니는 처음엔 나를 부둥켜안고 울더니 조금 후엔 오빠에게 기대어 다시금 엉엉 울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멍하게, 병원 로비에 앉아있었다. 병원에 처음 도착한 것이 11시가 넘었고 그 사이 여러 일을 겪은 후 시간은 아침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하릴없이, 그냥 앉아있었다. 그렇게 앉아있다 보니 아버지가 뇌사상태가 된 정황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되었다.
이름까지 똑바로 말하고 억제대를 할 정도로 기운이 세던 아버지는 왜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을까. 물론 운명을 믿는다면 그저 아버지가 갈 때가 되어서 가셨다고, 병원을 이전하면서 자식들 얼굴도 마지막으로 봤겠다, 이제 가실 때가 되어서 가시려고 했다고 그렇게 믿을 수도 있었겠지만, 단 몇 시간 전에는 그렇게나 기운 세 보이던 아버지가 갑자기 다시 깨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모든 것이 의문스럽기 시작했다. 게다가 CT 촬영을 해봐도 뭔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하지 않았나. 도대체 아버지는 왜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진 걸까.
또 한 가지 드는 의문은, 이 병원 중환자실에는 간호사만 있었던 것 같았다는 것이다. 모든 병원이 그런가? 그렇다면 갑자기 환자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사는 다른 층 혹은 다른 방에 있다가 간호사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달려와서 조치를 취한 단말인가. 촉각을 다투는 환자 상태에 응급조치를 취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도 되는 것인가?
아버지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했을 때, 병원 측에서 할 수 있었던 모든 방안을 적절한 시기에 잘 취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오빠와 내가 그런 주제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마침 나에게 아버지 상태를 설명하던 그 의사와, 오빠에게 상황을 설명하던, 그 사수인듯한 레지던트가 로비를 지나갔다.
"저, 선생님, 선생님!"
"네"
레지던트는 '나 먼저 갈게, 설명하고 와'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왜 저렇게 먼저 간담.'
나는 속으로 원망하며 질문을 이어갔다.
"아버지 산소 포화도가 갑자기 떨어졌을 때요, 뭐 심폐소생이나, 뭐 어떤 그런, 응급조치를 할 만한 건 없었나요?"
"없었죠. 심장 박동 수는 정상이었으니까요."
나중에 찾아본 바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환자에게는 바로 인공호흡기를 껴서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던데 그런 상식조차 알지 못했던 나는 이런 정도의 질문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심폐 소생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었다면 그럼 아버지가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을 때 간호사는 그 즉시 무얼 했단 말인가. 난 의사의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말에 의심을 달고 싶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질문이 샘솟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왜 하필 아버지는,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중환자실에 들어가자마자 이런 상태가 되어버렸을까.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었지만 의사는 우리의 질문에 무심하게 답하고는 이내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