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인들은 친정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짜증 나게 하는지 털어놓곤 했다. 항상 경제 상황이 안 좋아서 매번 손을 벌리는 부모와 형제들에게 진저리가 난다고 했다. 아예 관계가 틀어져 친정 식구들과 만나지 않는 이도 있었다. 찾아뵐 때마다 원하지도 않는 음식과 물건을 바리바리 싸주면서 베풀었다고 생색내는 친정엄마가 너무 싫다는 이도 있었다. 육아를 대신해주는 친정엄마의 잔소리에는 아무리 화가 나도 대응조차 할 수 없는 게 문제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 힘들겠다, 싶었다. 나였다고 해도 가족들과 서로의 감정을 그렇게 긁어대는 소모적인 상황을 도저히 참기 힘들 것 같았다. 그렇게 느끼면서도 항상 그들의 토로에 난 ‘그래도 아픈 엄마보단 낫잖아’라는 말로 이야기를 귀결시켰다. 나의 말 뒤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다시 정상적으로 걷는 것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엄마는 혈관성 치매 진단도 받았다. 치매라면 알츠하이머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엄마가 가족을 알아보는지부터 궁금해했지만 엄마의 치매는 그런 게 아니었다. 가족을 다 알아보고 특정 기간에 대한 기억력도 나쁘지 않았지만 언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평소 먼저 입을 여는 일이 없었다. 오늘 날짜, 유명인 이름, 주소 같은 것을 물어보면 엄마의 동공은 불안한 듯 흔들리며 단어를 찾아 헤맸다.
이상 행동도 생겼다. 어느 순간 조용하다 싶어 돌아보면 소리 없이 몸을 움직여 사고를 치곤 했는데 집안 곳곳의 물건들이 꼭 한 자리에 놓여있어야 한다는 집착증으로 그 위치를 바로 잡으려 성치 않은 다리로 이동하다가 꽈당, 넘어지는 식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게 화장실에 갈 때마다 꼭 휴지를 뜯어 주머니에 넣었고 한 번 사용한 이쑤시개, 볼펜들도 주머니에 욱여넣었다. 음식에 이상한 것도 없는데 밥을 먹다가 뱉어내는 등 이상 행동들이 하나씩 늘어갔다. 아버지는 빨래를 하다 엄마의 바지 주머니에서 나온 휴지로 다른 옷까지 망쳤다며 투덜대셨다.
가끔, 아프지 않았다면 마냥 좋기만 한 엄마였을까 상상을 해봤다.
건강하지만 만나면 피곤할 정도로 잔소리가 많은 엄마 vs.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지만 이상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치매 엄마.
최근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처럼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은 난감하기 그지없었지만 나는 혼자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다가 항상 첫 번째, 잔소리 많은 엄마를 골랐다. 그리웠기 때문이다. 아프기 전의 엄마 모습이. 두 번째 뇌경색이 발병하고 뇌출혈, 치매를 연달아 앓은 시간 동안 서서히 잊혀버린 엄마의 옛 모습 말이다. 부지런히 일하고 살림하며 우리 집을 일으켜 세운 그 단단한 모습의 엄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보다 더 슬펐다. 나의 밸런스 게임은 의미 없이 반복되었지만 그 결론은 항상 같은 선택으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