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 직장인, 그 서툰 첫날
예수의 탄생이 세상의 시간을 나눴다면,
아이의 탄생은 내 인생을 갈랐다.
모두에겐 BC가 Before Christ였겠지만,
지금 내게 BC는 Before Child다.
부모가 된 직장인의 삶은 모든 게 달랐다.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숫자에 민감한 세계에서 일해왔다.
그래서 육아 전엔 시장의 흐름을 좇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출근 첫날, 지하철 안에서 내한했던 미국 대통령이 귀국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내한 일정만 발표돼도 시장은 반응한다.
어디를 방문하느냐에 따라 관련주가 출렁이고, 실제 방문일엔 종목들이 요동친다.
그렇게 온 세상이 들썩였을 텐데—
그가 돌아간 뒤에야 알았다.
'아, 내가 이렇게 세상과 멀어진 채 살고 있었구나.'
아니지, 더 정확히는—
멀어진 줄도 모른 채 살아왔던 나를, 그제야 마주한 거다.
그 상태 그대로, 사원증을 찍고 아무렇지 않은 척 회사에 들어섰다.
이미 여러 번 이직을 경험해 본 나지만, 복직은 또 달랐다. 유난히 어색했다.
직속 전무님께서는 이리저리 사내 곳곳의 주요 임직원들을 찾아 나의 이름과 직급 소개했다.
“육아휴직 후 복귀한 실력자입니다.”
전무님의 한마디가 또렷이 들렸다.
짧은 그 문장 하나에, 나는 마치 줄에 달린 마리오네트 인형이 된 것처럼 뚝딱이고 있었다.
그 한마디가 나를 또 한 번 깨웠다.
나는 이제, 그냥 직장인이 아니라 ‘부모가 된 직장인’이구나.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고, 그건 단지 사실일 뿐인데—
그런데 왜, 그렇게 낯설게 들렸을까.
출근은 했고, 인사도 했고, 자리도 배정받았다.
그런데 나는 아직, 내 안에 다 도착하지 못한 듯하다.
아마 한동안은, 이 새로운 이름표에 스스로를 적응시켜야겠다.
나는 이제, 부모가 된 직장인이다.
그리고 그 말의 무게를, 이제야 천천히 맞이하는 중이다.
그래도 괜찮다. 누구나 처음엔 이렇게 서툴고, 그래서 조금씩 나아지는 거니까.
우리는 그렇게, 서툴고도 괜찮은 하루를
조금씩,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