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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errissage Feb 19. 2024

불완전하여 아름다운 Eddy de Pretto

힙합이 우아해지는 순간

Eddy de Pretto


Eddy de Pretto(에디 드 프레토)(/에디 드 프헤또/)는 랩과 여러 장르가 섞인 자신만의 노래를 하는 싱어송라이터이다. 그는 1993년 5월 2일 프랑스 일드 의 Créteil에서 태어났고, 2017년부터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12살 때부터 연극, 노래, 피아노 등을 배우기 시작했고, 가수 이전에 배우로서 먼저 데뷔를 했었다고 한다. 2010년도부터 광고와 단편영화 등에 출연했으며, 한국에서도 개봉한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에도 잠깐 출연했다. (이 영화를 보던 중에  얼굴이 너무 닮아서 깜짝 놀라 찾아본 기억이 있다. 역시나 그가 맞았다. 케이크를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아주 짧게 나오므로 이 때문에 영화를 보려고 한다면 추천하진 않는다)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원제 : Paulette)







Eddy de Pretto의 노래들을 들어보기 전에, 이 글의 제목에도 쓰인 '아름다운'의 어원을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다. '아름답다'의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고 하지만, 내가 이 글에서 의미하고 싶은 것은 15세기 문헌에 근거를 두는 '나답다'는 의미이다.


그는 2017년 발매한 첫 앨범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노래와 가사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비록 그 모습이 사회가 원하는 이상적 모습이 아닐지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것이라 다짐한다.


그는 불완전한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냈기 때문에 아름답다.



왼쪽부터 <Cure> 와  <Culte>


앨범명 <Cure>(/뀌흐/)는 치료를 의미하고,  리패키지 앨범 <Culte>(/뀔뜨/)는 숭배를 의미한다.




https://youtu.be/YtRhATTlkgg?feature=shared

Eddy de Pretto - kid 라이브


그의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인 <Kid>의 라이브 영상이다.

가사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virilité abusive' (/vㅣ힐리떼 아뷔지vㅡ/) 는 '학대적인 남성성'을 의미하며, 자신의 아이에게 남성적인 모습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말들을 나열하여 사회가 원하는 남성적인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이 곡의 메시지와 솔직함이 프랑스 젊은 층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https://youtu.be/yzUxyT-J5mE?feature=shared

Eddy de Pretto - normal MV


<Normal>(정상의)(/노흐말/)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내용이 담긴 곡이다.

가사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Je suis complètement normal, complètement banal' (난 완전히 정상이고, 완전히 평범해)이라는 가사는 노래의 마지막에 'Es-tu complètement normal?' (너는 완전히 정상이니?)로 바뀐다.




https://youtu.be/Y1mtif1B8k0?feature=shared

Eddy de Pretto - Random 라이브


<Random>(영어: 무작위의)(/헝돔/)에서는 종종 자신은 남에게 자신의 모습을 포장하기 위해, 사랑 앞에 거짓말을 하며 'J'ai le coeur random d'homme' (나는 사람의 무작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고 고백한다.





https://youtu.be/VqEa2yukzto?feature=shared

Fête de Trop 라이브


<Fête de Trop>(/fㅔ뜨 드 트호/)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축제를 의미하며, 자신도 그 파티들 속에서 마시고 즐겼지만, 피상적인 것들에 한계를 느끼고 결국 패배하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ddy de Pretto는 사회적인 시선으로 볼 때의 남성적인 모습과도 거리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중이 랩을 하는 가수에게 기대하는 이미지와도 사뭇 다르다. 옷도 다소 단정하게 입고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는 2021년 3월 26일에  <À tous les bâtards>(모든 사생아들에게)(/아 뚜 레 바따흐/)라는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해 자신과 같이 특이한 취급을 받는 모든 bâtards(사생아, 잡종, 녀석)를 위한 곡들을 발표했다. 



<À tous les bâtards> 앨범 표지




https://youtu.be/LyYgHAlZUSg?feature=shared

Bateaux-Mouches MV


<Bateaux-Mouches>(바또 무슈)는 과거 그가 바또 무슈 위에서 노래하며 가수를 꿈꾸던 시절을 적어낸 곡이다. Eddy de Pretto는 가수로 유명해지기 전 20대 초반에 프랑스 센강을 지나는 유람선인 바또 무슈 위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3년 정도 노래를 부르는 일을 했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에겐 관심 없이 식사를 하며 창 밖의 에펠탑과 같은 풍경을 바라보곤 했다'라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뮤직비디오에서 그의 연기가 돋보이고, 테이블들을 짐승처럼 지나다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화 <더 스퀘어>의 한 장면이 떠올라 재밌다.

영화 <더 스퀘어> 의 한 장면


Quand j'étais personne, pleins de petits tafs d'automne
내가 아무도 아니었을 때, 할 일이 많았어
J'rêvais d'idoles, je me voyais déjà en haut
난 아이돌을 꿈꿨고, 이미 높이 올라있는 나를 보았지
Quand j'avais personne, qu'une soif qui déborde
내게 아무도 없었을 때, 정말로 갈증이 넘쳤지
J'rêvais des tonnes, j'me voyais déjà en haut et c'était beau
난 많은 걸 꿈꿨고, 난 이미 높은 곳에 있는 나를 보았어 그리고 그건 아름다웠어
Début, début, début, beau
처음엔, 처음엔, 처음엔, 아름다웠어
Début, début, début, beau
처음엔, 처음엔, 처음엔, 아름다웠어
Début, début, début, beau
 처음엔, 처음엔, 처음엔, 아름다웠지
Début, début, début
처음엔, 처음엔, 처음엔




https://youtu.be/pY_7E6vxvOQ?feature=shared

Freaks 라이브


<Freaks>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괴짜로 취급받고 배척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세상의 기준에 굴복하지 말고 자신답게 당당하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다.


Tu verras, j'peux faire de grandes choses avec mon spleen
넌 알게 될거야, 내 우울함으로 내가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Pas besoin de faire comme tous ceux qui se confondent
휩쓸린 사람들처럼 할 필요 없어
J'ai de l'or dans mon Moleskine
내 몰스킨(노트) 안에는 값진 게 있어



https://youtu.be/3m9_Iu0xto0?feature=shared

À quoi bon 라이브


< À quoi bon>(그게 무슨 소용이야)(/아 꾸아 봉/)에서 그는 남들과 같은 대열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을 바꾸는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냐고 물으며 차라리 지옥이 나을 거라고 한다.  자신의 수많은 결점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냐고 묻지만 당신에게 자신은 부족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노래이다.


Je crois que je n'suis pas prêt pour obéir à ta Bible
나는 아직 너의 성경에 따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Je sais ce qui te plaît, je crois que je n'ai pas lu les bons livres
그게 네 마음에 들 거를 알지만, 난 좋은 책들을 읽지 못한 것 같아




https://youtu.be/AfGK_IJ4xug?feature=shared

Désolé Caroline 라이브


<Désolé Caroline>(미안 Caroline)(/데졸레 꺄홀린/)은 얼핏 들으면 사랑했던 사람인 Caroline에게 하는 이별의 말 같지만, 사실 Caroline은 코카인을 의미하는 은어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자신은 다른 할 일이 많다고 마약에게 이별을 고하는 곡인 것이다.


Désolé Caroline
미안해 Caroline
Mais j'ai des choses à faire
하지만 난 할 일이 있어
J'ai des choses à écrire
난 쓸 것들이 있어
Des habitudes à défaire
끊어야 할 습관들
Désolé Caroline
미안해 Caroline
Je te laisse à ton enfer
난 너를 네 지옥에 두겠어
J'ai encore des roses à cueillir
난 아직 따야 할 장미들이 있어
Chez toi, ici c'est le désert
너희 집은, 여기는 사막이야



https://youtu.be/Ru2Nbhed9Sw?feature=shared

Parfaitement 라이브


<Parfaitement>(완벽하게)(/빠흐fㅔ뜨멍/)에서 그는 '네가 원하는 모습처럼 완벽하지 않지만 자신은 완벽하게 웃고 있으며, 자신이 보는 너와는 다른 하늘이 항상 회색빛이진 않다'라고 말한다. 학위나 외모와 같은 사회적 기준이 채워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음을 전해주는 곡이다.









지난해 11월 17일 Eddy de Pretto는 3집 <CRASH CŒUR>(심장 충돌)(/크하슈 꿰흐/)를 발매했다. 이 앨범에서 그는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그 중요성에 관해 노래한다.



CRASH CŒUR 앨범 표지




사실 그에게는 이 앨범을 내기 전에 많은 일이 있었다. 2021년 6월 17일에 파리의 생 외스타슈 성당에서 공연을 한 이후 3000여 건의 동성애 혐오 메시지에 시달려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 소송은 결국 11명에게 괴롭힘과 협박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리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한다.


생 외스타슈 성당에서 공연하는 Eddy de Pretto





https://youtu.be/bpu_JEa9DC8?feature=shared

LOVE'n'TENDRESSE MV


이처럼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LOVE'n'TENDRESSE>(사랑과 다정함)(/러vㅡ 앤 떵드헤쓰/)를 통해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다정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한다.


뮤직비디오 안에는 직접 자동차에 타 충격 테스트를 하는 듯한 그의 모습이 나오고, 그가 벽과 충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관련자들이 나온다.(후반부에 손가락으로 욕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죽길 바라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사랑이 걸려있는 열쇠를 계속해서 집어 들고 죽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난다.



Un peu de love et de tendresse
약간의 사랑과 다정함
Finalement, c'est ce qu'il nous reste
결국, 그것이 우리에게 남았어
Que de l'amour, que de beaux gestes
오 사랑, 아름다은 몸짓들
Pour essuyer le temps qui blesse
상처 입힌 시간을 씻어주려고
Un peu de love et de tendresse
약간의 사랑과 다정함
Finalement, c'est ce qu'il nous faut
결국,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 거지
Que de beaux jours, que de beaux gestes
얼마나 아름다운 날들인가 , 얼마나 아름다운 몸짓인가
Pour rattraper le temps qui presse
재촉하는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서




https://youtu.be/zt9D8vVMopQ?feature=shared

être biennn lyrics video


 <être biennn>(잘 지내는 것)(/에트흐 비앙/)은 여러 노력 끝에 결국 그가 깨달은 건 자신을 사랑하는 것(자신과 잘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임을 말하는 노래이다.





https://youtu.be/8-Kzrjndo8I?feature=shared

pApA $ucre lyrics video


<pApA $ucre>(슈가 대디)(/빠빠 쉬크흐/)는 제목 그대로 슈가대디에 관해 노래한 곡이다. 다른 깊은 의미를 담고 있진 않은 것 같지만 경쾌한 비트와 소재가 재밌는 곡이라 생각한다. (가짜 사랑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긴 하겠다)





https://youtu.be/3a10LQ0r81k?feature=shared

eau de vie lyrics video


<eau de vie>(브랜디)(/오 드 vㅣ/)는 Juliette Armanet(/쥘리엣뜨 아흐마네/)가 피처링 한 곡이다. 이 곡은 육체적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의 인터뷰 말을 빌리자면, 이번 3집 앨범의 표지가 보여주듯이 (어린아이 같아 보이지만 쾌락에 빠져 막대 사탕을 핥는 모습이 다소 혐오스러워 보이기도 한) 그는 솔직함과 순수함의 가장자리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관능적이고, 스며 나오고, 끈적끈적한 사랑의 형태를 다루었다고 한다.









이 글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곡이다. 2021년 Julien Doré(/쥘리엉 도헤/)와 함께 부른 <Larme fatale>(치명적인 눈물)(/라흠므 fㅏ딸/)은 인생의 슬픔에 대해 말한다. '인생은 아름답지 않다'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가사('Elle est pas belle la vie, elle est pas bella')는 잔잔한 멜로디와 함께 섞여 역설적으로 위로해 주는 듯하며 서로 다른 두 가수의 음색이 잘 어우러지는 노래이다.


https://youtu.be/ytuL81XPJLs?feature=shared


La vie me fait mal avec ses coups de dés
인생은 주사위를 던져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Mourir c'est pas grave, c'est que tout le monde le fait
죽는 건 별 일 아니야, 모두 다 그렇게 되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인생이 아름답지 않을지라도, 당신은 당신답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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