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MSG 짜장면 타고 엄마 음식 추억하기
누군가 내게 물었다. 홍콩에서도 짜장면 먹냐고. 물론이다. 홍콩에도 짜장면이 있다.
한식당에서 파는 한국 음식,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과 짜장면이 메인인 강남포차, 봉루 외에도 대부분의 한식당에서 짜장면을 팔고 있다. 한류의 바람을 타고 인기 만점이다. 트립어드바이저나 구글 평점을 보니 한국 여행 갔을 때 먹었던 짜장면의 맛을 잊지 못해 찾는 홍콩 분들도 계시더라. 그렇지만 대부분의 손님은 한국 분들이다.
물론 홍콩의 중식 레스토랑에서도 탕수육은 판다. 그런데 그게 또 사천식이라 한국식 중식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식 중국집 메뉴는 한식당에서 주로 판다. 짜장면과 짬뽕은 당연히 한국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홍콩에서는.
많고 많은 메뉴 선택지 중 왜 굳이 짜장면일까? 한국의 짜장면은 저렴하기라도 하지,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짜장면, 짬뽕 모두 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다. 직접 뽑는 수타면도 아니고 몇 시간 우린 진한 국물로 짬뽕을 내어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왜 좋을까? 짜장면
그럼에도 외식 메뉴 고를 때 짜장면은 늘 후보 안에 있다. 특히 남편은 짜장면을 주 1회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 사람이다. 신혼 초 짜장면이 왜 그렇게 좋은지 물어본 적 있다. 돌아온 대답은, "그냥"
그래 좋아하는 데 이유가 어디 있겠어. 그렇지만 파리 가서도 시드니 가서도 한국인이 하는 중국집을 굳이 찾아서 가진 말자. 맛있는 메뉴 다 제쳐두고 북한 분이 하시는 방콕의 중국집을 뙤약볕 속 삼십 분이나 걸어서 애써 찾아가지는 말자 이제.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남편과 십수 년간 살다 보니 짜장면은 그에게 '추억'의 맛인 것 같다. 항상 외식은 중국집이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시댁 갈 때마다 배달시켰던 메뉴도 중국집이었고 몇 번 되지 않았던 시아버님과의 데이트도 중국집이었다.
사실 대부분 한국인들에게 짜장면은 그렇지 않을까.
간편하고 빠르며 저렴하게 언제 어디서 먹을 수 있는
추억의 맛.
우리 엄마가 해 주는 거 먹고 싶다
추억의 짜장면에 MSG가 듬뿍 들어가듯 우리 엄마의 요리에도 자연스럽게 다시다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막 부엌일을 기웃거리던 때였다.
가족 건강을 끔찍이 하셔서 새우, 버섯 모두 직접 간 천연조미료만 쓰실 줄 알았는데 당연하게 찬장에서 꺼내 툭툭 넣으시던 각종 조미료. 우리 엄마 요리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조미료 맛이었나.
남편도 가끔 말한다. 우리 엄마가 해주던 소고기 뭇국 먹고 싶다. 우리 엄마 무생채 끝장이었는데. 허허 이보시게, 어머님 요리할 때 봤다. 조미료 들이부으시더라. 남편에게 말했다. 그거 다 조미료 맛이었어.
언제부터였던가 아이도 그랬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엄마가 해 주는 게 제일 맛있어!"
맛의 절대적 기준은 없는 것일까. 커가면서 생긴 상대적 기준인 걸까. 아들아, 엄마 요리 정말 못해... 음식도 못하면서 조미료도 넣지 않는 내 음식이 그렇게 제일 맛있을 리 없는데 분명.
이렇게 큰 우리 아이도 나중에 '우리 엄마가 해준 OO 먹고 싶다' 이러겠지. 우리 엄마 요리 정말 잘하는데 이러면서.
추억은 음식을 타고
어릴 적 잠결에 들려오던 엄마의 도마 칼질 소리. 가스레인지 위 보글보글 끓던 된장찌개. 엄마 바로 옆에서 입 크게 벌리고 앉아 있으면 쭉쭉 손으로 찢어 입으로 넣어주던 김장 김치,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푹 고았던 진한 사골국 냄새, 일요일 온 가족이 목욕을 마치고 거실에 모여 앉아 부르스타에 구워 먹었던 삼겹살.
외식을 할 때면 나와 동생은 경양식 레스토랑에 두고 엄마, 아빠는 본인들 드시고 싶은 거 드시러 나가셨다. 아직도 기억난다 준의빈 레스토랑. 아 그래서였나. 여전히 돈가스를 좋아한다. 특히 소스로 촉촉이 적신 옛날식 남산 돈가스.
예전 옥주현은 "먹어봤자 내가 아는 그 맛"이라며 다이어트 명언을 남기기도 했지만 요새는 많이들 그러더라.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어릴 적 자라면서 수도 없이 먹어 본 가장 잘 아는 맛이라 누구에게나 엄마 요리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나 보다. 신이 너무 바빠 세상의 모든 아이를 돌볼 수 없어 대신 보낸 사람이 엄마라 했다. 그런 엄마가 정성스럽게 해 준 음식이 맛이 없을 리가.
얼마 전 소꼬리 곰탕을 처음 끓여보았다. 맛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뿌듯했다. 아들에게 비로소 엄마가 된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