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여름,
한껏 상기된 표정의 남편이 말했다. 상무가 따로 불러 영어 공부해두라 한 게 아무래도 미국에 가게 될 것 같다고. 미국 교민들 카페도 가입하고 이미 다녀온 주재원 이야기도 듣고 다니는 남편을 보다 어느 날 물어봤다.
정말 미국이라고 그러더냐고. 그랬더니 영어 공부하랬으니 당연 미국 아니냐고 한다. 아니 이 사람아, 동남아 주재원들도 다 영어 쓰잖아.
그랬다. 미국은 설레발이었고 우린 그렇게 홍콩에 왔다. 홍콩보다 미국이 더 좋았을 거란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영어 하면 미국을 떠올리던 남편이 재밌어서 한 번 말해봤다.
십수 년 전 회사 신입 사원 연수로 딱 이틀 머물렀던 홍콩.
후덥지근한 날씨에 밖에서 땀 흘리며 걷다 보면 가게에서 나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명품 좀 싸게 살 수 있을까 하고 쇼핑몰 엄청 돌아다니다 문득 올려 본, 눈이 시리도록 높은 빌딩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비밀통로 같았던 브릿지들.
무엇이 우리를 이 곳으로 불렀을까? 별다른 추억도 접점도 없었던 도시. 아! 한 가지 있다면 남편이 홍콩 사람처럼 생겼다는 것? 누구나 다 광둥어로 이야기한다 남편에게.
홍콩은 유럽과 중동에 이어 해외 살이 3번째 국가다. 지난 두 번은 나 혼자였지만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이다. 그래서일까. 나라를 떠나왔다는 생각보다 바다가 보이는 부산의 잘 모르는 동네 어디쯤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친숙한 옆 동네 같은 도시, 홍콩
그 속에서 살아가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나이 들수록 본인 이야기 본인만 재밌다는데 다른 사람에겐 어떨까 조심스럽게 풀어보는 현재 진행 중인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