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아이는 어떻게 위로해야 하나
엄마, OO 가 이상해!
아이가 학교에 오자마자 뾰로통한 얼굴로 OO 이야기를 한다. 분명 학교에선 잘 놀고 헤어졌는데 돌아오는 버스에서 메시지를 보냈더니 갑자기 말하고 싶지 않다며,
아이에게 느닷없이 "Stranger"라고 하더니
자기에게 말 걸지 말라고 했다고.
"별 일 아니야. 장난치고 싶었나 보지"
사실 별 일 아이길 바라는 마음에 한 말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어라.
그러다 저녁 무렵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에서도 아이를 "Stranger"라고 칭하더니 너랑 더 이상 말하기 싫다며 그 단톡방도 나가 버렸단다.
그때서야 핸드폰 속 아이와 친구들의 대화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후회했다. 하아. 괜히 봤나 싶다.
"Pls(제발)”
"Stop pls(제발 그만해줘)”
"Ur my best friend(넌 내 제일 친한 친구잖아)”
"Pls, Stop hurting my feelings.(내 마음을 더 다치게 하진 말아줘 제발)”
"Have any problems with me?(내가 혹시 뭘 잘못했니?)”
"IDK, why ur...(난 네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어..)”
애걸하고 있는 아이의 문자를 보니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또래보다 작고 마른 아이. 내일도 그러면 멱살 한번 잡아! 장난스럽게 건넨 말에, 자긴 약하다고. 아. 그 말에 또 한 번 맴찢.
이럴 땐 어떡해야 하나 싶다.
5학년이면 아무 이유 없이 왕따 시키고 놀 나이란 생각이 들자 이대로 두어도 되나 싶고 그 친구에게 내가 직접 문자를 보내볼까 하다가 오버하나 싶기도 하고.
내 나이 12살이었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그 시절,
반 아이들이 왕따를 시키던 배정윤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다른 친했던 친구들 이름은 가물가물한데 죄책감 때문이었는지 그 아이 이름은 여전히 선명하다.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별 이유 없었다. 발표하고 나서길 좋아하는 그 친구를 마음에 들지 않은 몇몇이 주도해 왕따를 시켰던 것 같다.
방관자였다. 그땐 그게 왕따라는 걸 몰랐다. 그렇다 해도 앞장서서 이러면 안 된다고 그 아일 보호해주지도 않았다. 그냥 내 일 아니라고 강 건너 불구경.
순간 그때 벌을 이렇게 받나 싶었다.
정말 이게 왕따라면? 이제부터 시작이라면? 초장에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선생님한테 메일을 써 볼까. 별의별 생각 다 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이의 시련을 대신 나서서 겪지 않는 부모가 된다며. 말은 쉽구나.
말은 쉬웠다. 막상 닥치니 당장 내 마음부터 컨트롤되지 않았다.
그 아이는 새 학년이 되어 가장 친해진 친구였다.
아이가 하루도 빠짐없이 이야기하는 친구였다. 심지어 우리 집에 놀러 오기도 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친구가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돌아서다니. 차디찬 그 친구의 왓츠앱 메시지를 읽는데 내가 왜 눈물이 나던지.
엄마는 이렇게 나약하다. 하...
이 정도 잔바람에도 이렇게 흔들리면 나중엔 어쩌려고.
내일 관련 서적이라도 사서 읽어야겠다. 그냥 기우였으면 하다가도 아이가 겪어나갈 인간관계의 첫 시련이라 생각하니 이 녀석 많이 컸네 싶기도 하고.
오늘 아침 늦게 일어났다고 많이 나무랐는데 괜히 그래서 그런가 마음이 좋지 않다. 가뜩이나 각종 알러지와 질병을 달고 사는 아이라 마음만은 다치지 않았으면 했는데.
생각해보면 마음이 다치지 않고 어떻게 살 수 있겠어. 수만 번은 다치겠지 앞으로도.
이러다 나중에 여친한테 차이기라도 하면 당장 쫒아갈 기세네. 전남친들의 엄마들 마음도 이랬겠지. 남의 집 귀한 아들 울리면 내 아들 눈물에서 피눈물 날 수도 있다는 걸 그땐 상상도 할 수 없었지.
겪어야 할 일을 겪는 과정이니 한 발 물러서 있기로 한다. 할 수 있는 일 하나 없이 바라만 보는 게 더 아플 테지만.
일단 나부터 단단해져야겠다. 근데 뭘?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