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콕에 위치한 홍콩 커피의 자존심
몇 년 전 바리스타로 일하는 동생이 홍콩에 놀러 왔었다.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모아 두었던 홍콩의 숨은 보석 같은 카페 리스트. 호기롭게 뽑게 들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넉박스.
아쉽게도 일정상 함께 가지 못했다.
뭐 그래도 금방 또 와서 다음에 가면 되겠지 했는데
재작년엔 시위로 인해 못 오고 작년엔 코로나...
세상에.
한국과 홍콩 간 거리가 조선시대만큼이나 멀어졌다.
세 시간이면 날아오던 홍콩.
이제는 족히 21일은 걸린다. 그것도 비싼 호텔 숙박비에 방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감옥과 다름없는 생활 견뎌가며.
올해 하반기 즈음엔
말도 안 되는 일을, 말도 안 되게
우리 모두가 함께 이겨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노가리 땅콩 맥주 안주 삼아 그땐 그랬지 하는 순간.
과연 오긴 올까.
그러면 제일 먼저 지금은 백수가 된 동생부터 불러와야지. 그리고 이번엔 가장 먼저 가리라, 넉박스 커피 컴퍼니.
Knockbox Coffee Company
레이디스 마켓과 랭함 쇼핑몰로 유명한 몽콕.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쪽 구석 hak po 스트리트에 자리한 넉박스 커피 컴퍼니.
넉박스는 에스프레소를 뽑고 난 후 그 커피 찌꺼기를 버리는 곳을 뜻한다고 한다. 18 그램스도 그렇고 홍콩 많은 카페가 커피 툴로 그 상호명을 정하는 게 퍽 인상적이다.
2018 홍콩 바리스타 챔피언은 물론이고 커피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한 마음으로 지켜가고 있는 홍콩 커피의 자존심, 넉박스.
외관은 홍콩의 여느 카페와 별다르지 않다. 명성에 비해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힙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내부도 역시나 좁다. 그럼에도 대기 번호를 받아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내부 인테리어 컨셉은 커피 그 자체다. 벽이며 진열장이며 온통 커피에 대한 것들이 정신없게 걸려있고 진열되어 있다.
액자가 걸려있어 다가가 보면 역시나 커피 원산지, 생뚱맞은 인형이 신기해 봤더니 역시나 원산지 기념품.
마치 인테리어 오브제 하나까지도 “우린 오로지 커피만 생각해!” 하고 자기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직거래하는 생두부터 스페셜티 원두와 로스팅 그리고 마지막 브루잉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Nutty or Fruity?
주문할 때면 직원이 묻는다.
“너티한 거 할래 아님 푸르티 한 거?”
고소한 플랫 화이트를 마시고 싶어 너티로 했다.
역시 넉박스.
한 모금부터 감탄을 자아냈다.
항상 너티로 마셔서 그런가.
한국의 도렐 커피가 떠오른다.
살짝 느끼하면서도 커피 한 잔 가득 개성 넘치는 맛과 향.
이 날은 유명한 와플 말고 치즈 케이크로 주문했다. 치즈 케이크 하나 시켰는데 요리를 들고 온 서버. 조각 케이크 하나 플레이팅에 이렇게나 공들인 정성 보소.
일부러 돌판에 올렸나 보다. 아이스크림 같은 질감의 치즈 케이크. 다만 내 입엔 너무 달았다.
끝까지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았던 라테 아트 덕분에
마지막 한 모금까지 예쁘게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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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와서 카페 투어를 한다면 꼭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Knockbox Coffee Company.
개성 넘치는 커피 맛에 탄성을 자아낼 수도 혹은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홍콩 바리스타 챔피언의 커피를 “경험” 한다는 차원에서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덜 유명해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이미 현지인은 물론이고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초심만 아니 초미(初味)만 잃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