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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Jan 19. 2021

양치질 333 법칙, 한국에서만 유효한가요?


하루 세 번
식사 후 3분 이내
3분 동안 구석구석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333 양치질.

지구는 둥글다처럼 몇 십 년 동안 불변의 진리였다. 어쩌다 양치를 할 수 없는 스케줄이면  자일리톨 껌이라도 씹어줘야 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는 물론 회사에서도 점심시간 십 분을 남겨놓고 여자 화장실은 늘 양치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곤 했다. 아이 어린이집 처음 갈 때도 제일 먼저 챙겼던 양치 도구 세트. 카봇이었는지 폴리였는지 파란색에 반짝이 금박 로봇이 입혀진 칫솔세트였다.




그러다 홍콩에 와서 첫 등교하던 날 아침. 도시락을 싸면서 여느 때처럼 칫솔 도구를 챙겨 가방에 넣어주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던 새 칫솔.  

어느 날 아이에게 물어봤다. 양치 시간이 따로 없는지. 아이 왈, 아무도 이 닦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칫솔 가져오는 사람도 자기밖에 없다고.

그럼 점심 먹고 너 혼자만이라도 화장실 가서 양치하라고 했더니 그럴 시간이 없단다. 점심 먹자마자 본인은 애들과 함께 축구하러 나가기 바쁘다고.

마침 그 주에 선생님과 하는 컨퍼런스가 있어 직접 물어보았다. 양치 지도는 따로 하지 않으시냐고. 그랬더니 하교 후 집에 돌아가서 해도 괜찮을 거라는 선생님.

아니, 333 모르세요?

차마 입 밖에는 내지 못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dianapolekhina / unsplash.com



***


프랑스 회사와 독일 회사에서 일했던 몇 년 전. 그러고 보니 점심 먹고 양치하는 사람은 죄다 한국 사람들뿐이었다. 같은 사무실의 외국 남자분들은 대부분 양치하지 않았다. 그땐 그저 개개인의 성향 차이겠거니 했다.

이후 알제리 사람들과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런 그들이 즐겨마시던 민트 차. 안타깝게도 입 냄새엔 아무 효과도 없는듯했지만.

그래도 혹시 이 학교만 그런 건가 싶어 구글링 해 보았다.

가장 첫 번째로  대문짝만 하게 뜨는 미국 치과 협회의 권고안.



하루에 두 번
2분 동안만 양치하세요!



이럴 수가.
삼세번은 전 세계 국룰이 아니었던가. 미국에서는  왜 하루 2번 그것도 2분 이내로 양치를 끝내라고 하는 걸까.

<미국 치과 협회 양치질 권고안>

이상하다 싶어 프랑스 야후 사이트에서도 찾아보았다.

여기서는 다행히(?) 적어도 하루에 2번은 하라고 한다. 그러나 역시  2분 동안만  양치하라고.

<프랑스 건강보험 사이트에서 알려주는 올바른 양치질>


홍콩 시민 역시  80%가 하루 두 번만 양치한다고 한다. 하루 3번 이상 양치하는 사람 비중은 고작 3%.
<홍콩 사람들의 이 닦는 습관>

그러다 다시 내가 모르는 사이 한국에서도 양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까 싶어 네이버에서도 찾아보았다. 333 양치질 법칙이 이미 라떼의 이야기가 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역시나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너무 양치질을 자주 오래 할 경우 심각한 치아 마모를 일으킬 수 있고 오히려 밥 먹고 바로 하는 양치질은 치아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또 어떤 글에선 양치 후 바로 하는 가글은 금해야 한다고까지 한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오로지 내 치아 건강을 위해 그동안 해 왔던 노고가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다니.


@dianapolekhina / unsplash.com



공공화장실에서의 양치질,
매너가 아니다?



뿐만 아니다. 코로나 이후 공공시설에서의 위생 개념이 어느 때보다도  민감한 요즘, 공중 화장실에서의 양치질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할 때조차 마스크 필수인 코시국에 마스크를 벗는 것은 물론 각종 세균과 박테리아가 담겼을 입속을 세면대에서 헹구는 것. 그 과정에서 여기저기 주변에 물 튀기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사무실 책상 위 칫솔 도구를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그 누군가에겐 역할 수 있다는 것.

모두가 함께 쓰는 화장실에서의 양치질이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니. 생각도 못 해 봤다.

주술처럼 인이 박혀 있는 333 법칙의 힘이 워낙 강력해 내가 양치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혐오감을 줄 수도 있다고는 짐작도 못했던 거다.

간혹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졸졸졸 속 터지게 나오는 그 물에도 양치한 적 있었는데. 비행기 화장실 앞에서도 칫솔 물고 기다린 적도 있었는데. 그걸 본 외국인들은 불쾌했을 수도 있었겠다.



***


어느 것이 맞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한때는 치실을 사용하면 치아 사이가 넓어져 쓰지 말라더니 이제는 필수로 쓰라고 하고. 어느 의사는 소금물이 하나도 효과 없다고 하는 반면 누구는 죽염으로 목을 헹구는 것 만큼 좋은 건강 습관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점심 먹고 양치도 하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보고 덜 깔끔하다 비웃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공공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우리를 이기적이라고 본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상은 흥미롭다. 내가 알던 세상은 5천만 대한민국 / 77억 세계 인구 = 고작 1%도 채 되지 않았구나. 아니 대한민국도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니 이보다도 훨씬 작을거다.

그래도 양치는... 하루 세 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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