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없는 낮도, 빨리 찾아오는 어둠과 늦게 밝아 오는 아침도 익숙해졌습니다. 어떠한 날은 하루 종일 저녁 같기만 해서 시간의 경계가 흐릿흐릿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예 해가 지고 난 겨울밤이나 새벽의 분위기가 좋아져 버린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지가 않아서 이상스럽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겨울 아침에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은 기분은, 밤에 자려고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좋은 기분만큼인데 말입니다.
잠에서 깨면 환하게 불을 켜는 대신에 조명을 켜고, 창을 열어 일부러 찬 공기를 쐬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나름 게으른 아침을 이겨내는 방식입니다. 매섭게 추운 날은 잠깐 문을 열어 놓는 것만으로도 방 안의 공기가 싸해집니다.
겨울날의 맹추위는 보이지 않지만 구겨져서 펴지지 않은 불편한 장소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곳곳에 날이서고 우그러져 있어 사람들의 몸 역시도 그 속에 끼어 움츠려드나 봅니다. 그래서 바깥에 오래 있으면 어딘가 아픈 느낌입니다.
해가 뜨면 덜 하지만 늦게 떠서 금방 지는 겨울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해가 귀하기만 합니다. 귀한 해를 바라보며 겨울 꽃을 피워내고 있으면 벌써부터 봄내음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럴 때면 이번 겨울이 빨리 지나가 버리고 말 것 같아 서운합니다. 아직 붕어빵 한 마리 사 먹지 못했고 춥다는 소리가 입 밖으로 몇 번 나오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제대로 된 겨울을 지내고 맞이하는 봄이 더욱 화사하고 따스할 것 같아서요. 조금은 더 춥고 조금은 더 눈이 내렸으면 좋겠어요. 겨울이 더 겨울 같아지기를요. 춥기만 한 계절이 아니라 서로를 옹기종기 더 가까이 머물게 해 주고 온기를 주고받는 그런 겨울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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