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고 동그란 체리를 손으로 집을 때마다 기분은 체리만큼 예뻐진다. 작고 소중한 것을 다룰 때처럼 깨지거나 다치지 않게 하려 손길이 조심스럽다. 개수가 몇 개든 한 번에 다 먹어버리지 않고 한 두 개쯤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것은 예쁜 것을 잠깐이라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다. 먹지 않으면 버려지기에 결국 마지막 순간에야 입속으로 가져간다.
집의 체리나무가 세 번째로 열매를 맺었다. 나무를 심은 첫 해는 구경도 못했고 작년에는 두, 세 개 정도 맛을 본 게 다였는데 이번 해는 송알송알 열려 볕 아래 반질반질 윤을 낸다. 보통 밭의 과일들은 여름 햇살에 달게 익어야 맛볼 수 있는데 한 여름이 오기 전 체리가 나와 여름 사이를 달콤하게 이어준다.
어른 같은 초록색 이파리 아래 익어가는 열매는 보호 속에 자란 빨간 리본을 단 아이같이 앙증맞다. 약간 와인빛을 띨 때 가장 잘 익은 것이지만 빨갛게 되었을때에 먹어도 새콤달콤해 맛있다. 검붉은 빛이 도는 것보다 빨간색을 띠는 게 더 예쁘기도 한데, 붉지만 꽃송이와 달리 매혹적이지 않아 연하고 순수한 느낌이든다.
작년까지 체리는 나의 계절에 없었는데 이번해 늦봄과 초여름 색다른 계절을 가져본다. 따스하고 다정한 봄 햇살에 자라난 체리가 어떻게 미울 수가 있을까. 찬 바람과 쨍쨍한 여름의 햇살을 피해 열매를 맺고 익어가니 운이 좋다. 그렇게 늘 좋은 계절을 만날 테지만역시 좋은 계절은 짧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