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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Jun 08. 2024

체리가 익는 계절

 빨갛고 동그란 체리를 손으로 집을 때마다 기분은 체리만큼 예뻐진다. 작고 소중한 것을 다룰 때처럼 깨지거나 다치지 않게 하려 손길이 조심스럽다. 개수가 몇 개든 한 번에 다 먹어버리지 않고 한 두 개쯤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것은 예쁜 것을 잠깐이라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다. 먹지 않으면 버려지기에 결국 마지막 순간에야 입속로 가져다.


 집의 체리나무가 세 번째로 열매를 맺었. 나무를 심은 첫 해는 구경도 못했고 작년에는 두, 세 개 정도 맛을 본 게 다였는데 이번 해는 송알송알 열려 볕 아래 반질반질 윤을 낸다. 보통 밭의 과일들은 여름 햇살에 달게 익어야 맛볼 수 있는데 한 여름이 오기 전 체리가 나와 여름 사이를 달콤하게 이어준다.


 어른 같은 초록색 이파리 아래 익어가는 열매는 보호 속에 자란 빨간 리본을 단 아이같이 앙증맞다. 약간 와인빛을 띨 때 가장 잘 익은 것이지만 빨갛게 되었  에 먹어도 새콤달콤해 맛있다. 검붉은 빛이 도는 것보다 빨간색을 띠는 게  예쁘기도 한데, 붉지만 꽃송이와 달리 매혹적이지  연하고 순수한 느낌 든다.


 작년까지 체리는 나의 계절에 없었는데 이번해 늦봄과 초여름 색다른 계절을 가져본다. 따스하고 다정한 봄 햇살에 자라난 체리가 어떻게 미울 수가 있을까. 찬 바람과 쨍쨍한 여름의 햇살을 피해 열매를 맺고 익어가니 운이 다. 그렇게 늘 은 계절을 만날 테지만 시 좋계절은 짧만 느껴진다.




체리가 익는 계절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 ost)


체리가 익는 계절이면

종달새와 지빠귀는 즐거이 노래하네

아름다운 여인들은 한껏 설레고

연인들의 심장도 햇살처럼 뜨거워지는 계절

체리가 익는 계절이면

지빠귀 역시 더욱 달콤하게 노래하네

하지만 체리의 계절은 너무나 짧아

단꿈에 빠진 두 사람이

체리를 손에 쥘 시간은 잠시뿐

고운 옷 맞춰 입은 사랑의 체리는

어느덧 나뭇잎 그늘 아래

핏방울처럼 떨어지고

단꿈 속 연분홍 체리는 더는 만날 수 없네

체리가 익는 계절을 영원히 사랑하리

그 계절이 내게 남긴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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